(사도행전 20:7-12) 
 
1.
후덥지근한 계절이 오면 예배 시간에 사단이 제일 활개 치는 때가 설교 시간이라고 합니다. 그것도 어디에서 주로 활개 치는가 하면 눈꺼풀 위랍니다. 그래서 설교 시간에 눈꺼풀이 자꾸 무거워지고 감기는 거랍니다.
 
어느 부흥사가 그러더라구요. 설교 시간에 조는 모습을 보면, 그 교회가 은혜가 많은 교회인지, 그렇지 않은지 알 수 있다고. 졸아도 고개를 옆으로 갸우뚱거리며 조는 이들은 목사님 설교에 ‘아니올씨다, 아니올씨다’하는 이들이고, 앞뒤로 꾸벅꾸벅 조는 이들은 목사님 말씀에 ‘맞습니다. 맞습니다’하는 완전 목사 신뢰형 교인이랍니다.
 
다행히도 나는 아직까지 우리 교회에서 ‘아니올씨다’ 부정형을 보지는 못했습니다. 완전 신뢰형은 몇 분 보았는데, 어찌나 노련하게 주무시는지, 그저 눈만 감고 있을 뿐이지 은혜를 많이 받는 그런 모습이었습니다.
 
오늘은 왜 졸음으로 설교를 시작하는가 하면 오늘 말씀에 졸음 때문에 천당과 지옥을 갔다 온 사람이 있기에 하는 말입니다.
 
2.
사도 바울은 3차례에 걸친 전도 여행을 마치고 예루살렘으로 돌아가는 중이었습니다. 성령의 계시가 주어졌는데, 바울이 예루살렘에 돌아가면 핍박을 당하고 감옥에 간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바울은 착잡한 심정으로 예루살렘을 향해 가고 있었습니다.
 
언제 다시 자유의 몸이 되어, 사람들을 만나게 될지 모르겠기에 돌아가는 도중에 자신이 전도하여 세운 교회들을 둘러보며 말씀으로 격려하였습니다. 그중에 드로아에 이르게 되어 말씀을 전하게 되었습니다. 드로아, 어떤 곳인가요?
 
얼마 전 나라 이름을 ‘튀르키예’로 개명한 터키의 해변도시입니다. 트로이의 목마로 유명한 트로이에서 약 10km 떨어진 에게 해변의 항구로,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무역항이었습니다. 2차전도 여행 때, 아시아의 끝이라 여기는 이곳까지 왔던 사도 바울, 더 이상 갈 곳이 없다고 여기던 차에 바다를 건너와 자신들을 도와달라는 유럽인의 환상을 보고 유럽 선교를 결단했던 아주 의미있는 곳입니다.
 
이곳에서 안식 후 첫날, 그러니까 토요일 해진 저녁에 교인들이 모여서 애찬을 나누고는 그 자리에서 바울의 강론, 설교를 들었습니다. 바울은 다음날 가게 되었기에 마지막 고별 설교를 정성을 다하여 하였습니다. 사람들도 바울의 마지막 설교이기에 다들 모여 밤새 은혜를 받고 있었는데, 그중에 유두고 라는 청년이 있었습니다.
 
본문을 보면 바울은 밤새 설교를 한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바울이 이튿날 떠나고자 하여 그들에게 강론할새 말을 밤중까지 계속하매” 밤새 설교를 들으려니 교인들이 오죽 피곤했겠습니까? 더욱이 고후11:6에 보면 바울 스스로 말하기를 “내가 비록 말에는 부족하나 지식에는 그렇지 아니하니”라고 하여 바울 자신이 입담이 별로 없음을 시인하고 있습니다. 말도 재미있게 못 하는 사람이 밤새 설교를 하니, 그것을 듣는 이들은 얼마나 졸렸겠습니까?
 
미국의 어느 교회에서 늘 길게 설교하는 목사님이 계셨습니다. 말투도 조용해서 가만있으면 자장가처럼 들려오기 십상인 말투였으며, 그것도 길게 설교를 하기에 많은 교인들이 졸기 일쑤였습니다. 어느 날 설교가 다 끝났는데도 여전히 자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목사님이 무안하기도 하고, 기분도 나쁘고 해서 그 옆에 앉아 있는 사람에게 말했습니다. “거 자는 사람 좀 깨우세요.” 그러자 그 사람이 그러더랍니다. “재운 분이 깨우시지요.”
 
바울은 너무 길게 설교를 하였습니다. 그러다 어떤 일이 벌어지는가요? “유두고라 하는 청년이 창에 걸터앉아 있다가 깊이 졸더니 바울이 강론하기를 더 오래 하매 졸음을 이기지 못하여 삼 층에서 떨어지거늘 일으켜보니 죽었는지라.”
 
“깊이 졸더니”라는 동사는 헬라어로 현재 수동 분사로써 자신은 졸지 않으려고 애를 쓰는데 어쩔 수 없이 외부의 원인으로 인해 차츰차츰 깊은 잠으로 빠져들어 갔다는 것을 말해 줍니다. 유두고, 졸음이 오는데 이를 악물고 버티고 버티는데, 종내 졸음을 이기지 못했습니다.
 
“바울이 강론하기를 더 오래하매 졸음을 이기지 못하여 삼층에서 떨어지거늘 일으켜보니 죽었는지라.” 바울이 너무 오래 설교를 하였음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를 악물고 버티고 버티던 유두고가 순간, 떨어져 죽었습니다.
 
고속도로를 달리다 보면 이런 현수막이 눈에 많이 뜨입니다. “졸음운전의 종착지는 이 세상이 아닙니다.”, “깜빡 졸음, 번쩍 저승” 유두고가 그랬습니다. 졸지 않으려고 않으려고 했지만 결국 깜빡 졸았고, 그 순간 불행하게도 창밖으로 떨어져 죽었습니다.
 
사도행전의 저자는 누가인데, 누가는 의사입니다. 의사가 보고 기록한 것이니 정확히 죽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사람들이 웅성거리자 바울이 보고 말합니다. “떠들지 말라. 생명이 그에게 있다”
 
의사는 죽었다고 판단했지만, 바울은 아니라고 합니다. 아직 죽지 않았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살아날 것을 말하는 것으로 바울은 그를 끌어 안고 기도하여 소생시켰습니다. 실로 그에게 다행스러운 일이었습니다. 여러분, 유두고라는 이름의 뜻이 무엇인지 아는가요? 헬라어로 그 뜻은 “다행스럽다”는 뜻입니다. 이름 그대로 다행스럽게 그는 살아났습니다.
 
3.
오늘 이 유두고 사건이 우리에게 말해 주는 것이 무엇인가요? 단순한 해프닝 같은 이야기가 왜 성경에 기록되어 있는가요? 지금 이 상황의 배경은 심각한 상황, 바울이 다소 침울하게 예루살렘으로 돌아가는 상황인데, 이게 구태여 기록될 필요가 없는 상황인데, 왜 이 이야기가 여기에 있는가요?
 
교회에 와서 졸면 안 된다는 것을 말해 주는 건가요? 설교 시간에 졸다가 죽을 수도 있다고 겁주는 건가요? 설령 졸다 죽어도 졸게 만든 목사님이 살려줄 거란 건가요? 뭘 말하는 걸까요? 아주 중요한 것이 하나 있습니다.
 
본문을 이해하기 위해 그 장면을 상상해 봅시다. 이들이 모인 장소는 다락입니다. 그것도 큰 다락인데 사람들이 가득 찼음을 알 수 있습니다. 아무리 넓은 장소라 해도 사람들이 가득 차 밤새 모여 있으니 공기가 좋을 리가 없습니다.
 
그것도 본문 8절을 보니 이러합니다. “우리가 모인 윗 다락에 등불을 많이 켰는데.” 등불을 많이 켰다고 하는데 당시 등불은 어떤 기름으로 불을 밝혔을까요? 요즘처럼 고급 기름은 아니었습니다. 냄새와 그을음이 많이 나는 기름을 썼을 것이며, 그것도 하나가 아니고 많이 켰다고 하니 그 방 안의 공기가 얼마나 나빴는가는 가히 짐작할 수 있습니다. 공기가 매우 탁했습니다.
 
그 안에 있던 유두고, 남들은 바울의 강론을 듣기에 바빴고, 움직이면 분위기가 깨질까 봐 불편하더라도 꼼짝없이 앉아 있는데 그는 주위를 둘러보다가 창이 눈에 띄었습니다. 그러자 주저하지 않고 창틀에 가서 걸터앉았습니다. 모두 말씀을 듣기 위해 내려앉아 있는데, 그는 창에 걸터앉았습니다. 왜?
 
창밖의 신선한 공기를 마시려고 거기에 걸터앉았습니다. 그리곤 스스로 흐뭇해했을 것입니다. “너희들은 이것을 미처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하며 창에 걸터앉았습니다. 그 결과 어찌 되었는가요? 창에 걸터앉았으면 졸지 말아야 하는데 더 졸다가 그만 떨어져 죽고 말았습니다.
 
자리를 잘 잡아야 합니다! 아무 데나 털썩 앉아도 되는 게 아닙니다. 삶의 자리를 잘 잡아야 합니다. 아무렇게나 살아도 되는 게 아닙니다. 빈자리라고 무조건 앉는 거 아닙니다.
 
사람이 많은 강연장에 가면 대개 비어 있는 자리가 있습니다. 많은 사람이 서 있음에도 불구하고 비어 있는 자리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말이죠, 빈자리는 반드시 이유가 있어서 비어 있는 것입니다. 빈자리라고 무조건 가 앉으면, 앉자마자 의자가 내려앉던지, 일어서려면 대개 껌이 묻어있습니다.
 
빈자리라고 무조건 앉지 마십시오. 그리스도인으로 앉으면 안 되는 곳이 반드시 있습니다. 그 자리엔 성도가 앉아 있을 자리가 아닙니다. 유두고는 앉으면 안 되는 곳에 앉았습니다.
 
마치 하나님의 나라와 세상의 경계에서 양(兩)다리 걸친 격입니다. 유두고는 안과 밖의 경계 창틀에 걸터앉아 자기의 필요에 따라 얼굴을 돌려댈 수 있었습니다. 하나님의 말씀이 필요하면 얼굴을 안으로 돌려대어 가장 진지한 그리스도인인 것 같이 보일 수도 있고, 필요하면 얼굴을 밖으로 돌려 세상의 모든 것을 즐기는 자세로 살아가는 그런 사람의 모습도 보여줍니다.
 
자기에게 좋은 것만을, 필요한 것만을 찾아가는, 어찌 보면 편리하게 사는 사람의 모습이었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결국 가치 판단의 혼란을 일으켜 신앙의 진지함을 잃어버리게 합니다.
 
목회를 하다 보면 가끔 이런 경우가 생깁니다. 어느 목사님이 오전에 장례 예배를 드리고 이어서 길이 막힐까 식사도 제대로 못 하고 결혼식장으로 허겁지겁 달려가 결혼식 주례를 하는데 이렇게 시작했답니다. “이제부터 고 김 철수 군과 고 이 영희 양의 결혼식을 거행하겠습니다.”
 
세상과 교회를 자기 편한 대로 얼굴을 돌려대며 살다 보면 반드시 실수하게 됩니다. 그리곤 그 실수가 자기의 삶에 치명상을 줄 수도 있습니다. 삶의 자리, 특히 성도의 삶의 자리를 잘 잡아야 합니다.
 
4.
시편 1편의 말씀을 기억하죠?
 
“복 있는 사람은 악인들의 꾀를 따르지 아니하며 죄인들의 길에 서지 아니하며 오만한 자들의 자리에 앉지 아니하고 오직 여호와의 율법을 즐거워하여 그의 율법을 주야로 묵상하는도다.”
 
복 있는 사람은 한마디로 자리 선택을 잘하는 자입니다. 그리고 그 자리 선택을 자신의 가치관으로 하는 것이 아니고 하나님의 말씀, 율법으로 하여 아무리 그럴듯한 세상의 자리라 하더라도 그것을 따라가지 아니합니다. 이런 사람이 복 있는 사람입니다.
 
“그는 시냇가에 심은 나무가 철을 따라 열매를 맺으며 그 잎사귀가 마르지 아니함 같으니 그가 하는 모든 일이 다 형통하리로다 악인들은 그렇지 아니함이여 오직 바람에 나는 겨와 같도다.”
 
자리를 구분할 줄 아는 지혜 있는, 복 있는 사람은 시냇가에 심기운 나무처럼 늘 푸르며, 버릴 것 하나 없는 삶을 삽니다. 그러나 아무 데나 가 앉는 사람은 결국 바람에 나는 겨와 같아서 아무 곳이나 바람 부는 대로 가 앉지만, 자리를 잡지 못하고 평생 떠돌이 삶을 살게 될 것입니다.
 
“그러므로 악인들은 심판을 견디지 못하며 죄인들이 의인들의 모임에 들지 못하리로다. 무릇 의인들의 길은 여호와께서 인정하시나 악인들의 길은 망하리로다.”
 
평생을 좋은 자리라면 쫓아다녔지만 결국 안정하지 못하고 바람의 겨와 같이 피곤하게 평생을 날아다니다가 하나님의 불의 심판을 견디지 못하고 타버릴 것이기에 의인의 모임에, 믿음으로 의롭게 되어 모인 하나님 나라의 잔치에, 꼭 있어야 하는 그 자리에는 참석하지 못할 것입니다.
 
세상에서는 어떠한 자리를 가졌었는지 모르지만 그런 것들에 비할 바가 아닌 영원히 있어야 하는 그 자리에는 꼭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죄인은, 악인은 그 자리에, 하나님께서 마련하신 그 자리에 앉지를, 참여하지를 못할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그의 약은 떠돌이 삶을 인정하지 않기에 망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기에 우리의 삶의 자리를 잘 잡아야 합니다.
 
5.
유두고는 아쉽게도 자리를 잘못 잡았습니다. 그가 존 것보다 더욱 큰 실수는 경계에 걸터앉은 것입니다.
 
성도라면, 그리스도인이라면 하나님의 말씀과 은혜의 세계 안에 깊숙이 들어와 앉아야 합니다. 가만 보면 위태위태하게 하나님 나라의 경계에 사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아닙니다, 하나님의 백성들은 되도록 하나님 나라 깊숙이 안쪽으로 들어와 살아야 합니다.
 
주 안에서 안전하게 살려 하지 않고, 세상의 미련을 못 버리고 천국의 변두리, 세상과 하나님 나라의 경계 지역에서 살려 하는 이들이 꽤 많습니다. 세상에 한 다리, 하나님 나라에 한 다리, 그렇게 양 다리 걸치고 어정쩡하게 살아갑니다. 될 수 있으면 적당히 오고 가며 살기를 원합니다.
 
유두고의 교훈 결론은 모든 그리스도인은 자리를 잘 잡되 그리스도 안에 깊숙이 들어와 자리를 잡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실수 없이 사는 사람이 있을까요? 있다면 행복한 사람입니다. 누구나 다 실수를 합니다. 달리 표현하면 쓰러질 때가 있습니다. 자의로든 타의로든 실수로 인하여 쓰러질 때가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쓰러지되 어디로 쓰러지느냐입니다.
 
그리스도안에 깊숙히 들어와 믿음 생활하다가 쓰러지면 다시 일어날 수 있습니다. 왜? 쓰러지는 곳이 은총과 긍휼이 충만한 하나님의 나라 안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경계에서 적당히 생활하다가 쓰러지는 사람, 다행히 하나님의 나라 안으로 떨어지면 영적으로 살지만, 반대편 세상으로 떨어지면 치명상을 입습니다. 일어설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
 
어디에 앉아 계시는가요? 지금 어디에 자기 삶의 자리를 잡고 있는가요? 유두고처럼 세상과 하나님 나라의 경계인 창틀에 우두커니 앉아 계신 것은 아닌가요? 양다리 걸치고, 어정쩡하게 서 있는 것은 아닌가요? 아직도 신자인지 아닌지 구분이 안 가게 사는 것은 아닌가요?
 
내려와 앉으십시오. 이왕 앉으려면 그리스도 안에 내려와 편안히, 안정되이 앉으십시오. 이왕 믿음 생활하는 것, 말씀의 세계 깊숙이 안으로 들어와 자리 잡고 사십시오!
 
왜 신앙의 줄타기를 하려고 하는가요? 왜 위태위태하게 아직 쓰러지지 않은 것을, 넘어지지 않은 것, 실수하지 않은 것을 자랑하듯 그것을 즐기듯 사는 스턴트 맨같은 신앙생활로 만족하려는가요?
 
내려오십시오! 주안에서 편안히 앉아 안정되게 믿음의 생활을 합시다. “주안에 있는 나에게 딴 근심 있으랴 십자가 밑에 나아가 내 짐을 풀었네. 주님을 찬송하면서 할렐루야 할렐루야 내 앞길 멀고 험해도 나 주님만 따라가리.”
 
주 안에서 삽시다. 실수해서 넘어져도 주 안에서 넘어져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주 안에서의 생활을 합시다.
 
6.
유두고, 그는 그리스도인이었습니다. 말씀을 사모한다고 하여 집회에 참석한 신자였습니다. 그러나 그는 경계에 걸터 앉아 있다가 실수하여 세상으로 떨어지고 말았습니다. 다행히 살아났지만, 매번 살릴 수 있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예수님께서 요한복음 15장에서 포도나무 비유를 말씀하시며 이렇게 강조하셨습니다. “내 안에 거하라. 내 사랑 안에 거하라. 제발 내 안에 거하라!” (요15장)

사랑하는 여러분, 신앙과 세상의 경계에서 고민하지 말고, 신자답게 말씀의 세계 안에 깊숙이 들어와 앉으십시오. 창에 걸터앉아 있다가 시험 들어 세상으로 떨어지지 말고 주안에 여러분의 삶의 터전을 잡으십시오! 주님의 평화와 은혜가 주 안에서 뿌리내리는 여러분과 함께 하기를!

/왕십리중앙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