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어느 대학 교수의 간증입니다. 아버지가 6.25 전쟁 때 전사하는 바람에 어머니와 함께 모진 고생을 했습니다. 어머니가 길거리를 전전하며 떡 장사를 해서 겨우 먹고 살았는데, 그렇게 어려운 중에도 어머니는 최선을 다해 딸을 공부시켰고, 딸도 열심히 공부하여 마침내 대학 교수가 되었습니다. 부부 교수로 맞벌이를 해서 집도 장만하고 제법 살 만해졌습니다. 그래서 평생 자기를 위해 희생하신 친정어머니께 물었습니다.
 
“엄마, 평생 저희들을 위해 고생만 하셨는데 소원이 있으면 한 가지 얘기해 보세요. 저희들이 그 소원을 들어드릴게요.” 그러자 문득 생각이 났다는 듯이 어머니가 그럽니다. “그래, 한 가지 소원이 있다. 너, 나와 함께 교회에 나가지 않겠니?”
 
그 주일, 딸은 버스 타고 다니시던 어머니를 자기의 승용차로 모시고 교회에 갔습니다. 그런데 예배가 끝난 후, 친교실에 앉아있는데 한 장로님이 찾아와 묻습니다. “제 아들이 실력이 시원찮아서 대학을 못 들어갔는데 무슨 방법이 없겠습니까?” 기분이 좀 나빴습니다. 그래서 친교실을 빠져나와 복도에 혼자 서 있었습니다. 그때 여집사들끼리 서로 주고받는 말이 무심결에 들려왔습니다. “거 김 집사 있잖아? 혼자 잘난 체하고 다니는 것, 정말 꼴 보기 싫어 죽겠어.” 그러더니 복도 한쪽 회의실에서 사람들이 우르르 나오더니 서로 삿대질을 하며 싸웁니다. “집어치워. 혼자 다 해 먹어. 정말 웃기고 있네.”
 
그 순간, 이 교수는 “내가 두 번 다시 이런 교회에 나오나 봐라”하면서 어머니 손을 끌고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분위기가 이상하자 어머니가 차 안에서 물었습니다. “얘, 너 오늘 교회에서 무슨 일이 있었니?” 딸은 토라진 표정으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자 어머니가 소리를 높여서 다시 물었습니다. “너, 교회에서 무슨 일이 있었느냐고 이 애미가 묻지 않느냐?” 그 말에 딸은 깜짝 놀랐습니다. 지금까지 어머니가 자기에게 같은 말을 두 번씩 되풀이해서 물으신 적도, 또 이렇게 큰소리로 물으신 적도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사실대로 다 말하고 마지막으로 이렇게 선언했습니다. “엄마, 나 이제 두 번 다시 교회에 나가지 않을 거야.”
 
그러자 어머니가 눈을 지그시 감으시더니 이런 말씀을 하십니다. “나는 평생 동안 교회에 다니면서도 하나님 한 분 밖에 못 보았는데, 너는 오늘 교회에 단 하루 나와서 참 많이도 보았구나.”

/왕십리중앙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