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애굽기 6:2-9) 
 
1.
아브라함, 믿음의 조상입니다. 그런데 아브라함과 오늘 이 왕십리에서 살고 있는 나, 누가 더 하나님에 대해 잘 알고 있을까요? 성경에 나타난 최초의 모범생이라고 할 수 있는 이삭, 그 이삭과 용두동에 살고 있는 김 권사님, 누가 더 하나님에 대해 정확하게 잘 알고 있을까요? 하나님의 축복에 대한 열망으로 뜨거웠던 야곱과 도선동에 사는 이 집사님과 누가 더 하나님을 바르게 이해하고 있을까요?
 
많은 경우 아브라함이 하나님을 이해한 것의 십분의 일도 우리는 못 따라간다고 여깁니다. 많은 이들이 이삭이 하나님을 이해한 것에 비하면 우리가 하나님을 이해한 것은 조족지혈(鳥足之血)이라고 여깁니다. 정말 많은 사람이 야곱만큼 하나님을 깨닫고 이해할 수만 있어도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정말 그럴까요?
 
2.
오늘 말씀은 중요한 사실을 우리에게 증언해 주고 있습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이 애굽에서 종살이하고 있을 때, 그들의 고통의 분량이 차오르자, 하나님께서는 때가 이르렀음에 그들을 구원해 내기 위해 모세를 부르십니다.
 
그리곤 모세에게 당신을 소개하시는데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2절, “하나님이 모세에게 말씀하여 이르시되 나는 여호와이니라.”
 
하나님의 이름이 뭐라구요? “여호와”, 오늘날에는 더 정확한 발음으로 “야훼”라고 합니다. 그 의미는 “스스로 있는 자”, 즉 다른 것의 영향을 받지 않고 스스로 존재하는 자, 자존(自存)자, 영어 성경에는 “I'm who I'm.”으로 나옵니다. 그러니까 하나님은 어떤 분이시라고요? 자존자, 스스로 존재하는 자, 외부의 영향을 받지 않는 자란 뜻입니다.
 
그렇다면 하나님은 내가 40일 금식 기도를 하면 내 기도 소원을 들어주실까 안 들어주실까요? 내가 억만금을 하나님께 드리면 하나님께서는 나의 소망을 들어주실까 안 들어주실까요? 내가 우리 집 다 팔고, 내 가진 것 몽땅 다 하나님의 성전을 위하여 드린다면 내가 드린 만큼, 아니 그 곱빼기로 주실까, 아니 주실까요?
 
하나님의 이름, 여호와에 나타난 하나님의 본질로 볼 때, 내가 이 세상 모든 것을 다 드려도, 내가 가진 것 모두를 다 털어서 하나님께 바쳐도, 내 모든 희생을 다하고, 이 지구 전체를 다 하나님께 드리고, 40일 아니라 400일 금식을 하고, 헌신에 헌신을 해도 하나님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습니다.
 
왜? 그분은 외부로부터 어떠한 영향도 받는 분이 아니시기 때문입니다. 그분은 여호와, 스스로 움직이기 전에는 그 어떠한 것도 하나님을 억지로 움직이게 할 수 없습니다.
 
그러기에 성경에 나타난 위대한 믿음의 인물들, 그들이 하나님께 하소연하고 기도드릴 때 쓰는 말들은 ‘하나님, 내가 어떤 위대한 일들을 했는지 아시지요? 내가 얼마나 큰 헌금을 했는지 아시지요? 내가 얼마나 경건한지 아시지요?’ 이런 것들이 아닙니다. 이들은 큰 희생, 큰 헌신을 했음에도 그런 것들은 조금도 내보이지 않습니다.
 
물론 히스기야 같은 경우, 병들어 죽을 것이란 시한부 선고를 받고서는 이렇게 하나님께 울부짖습니다. “히스기야가 얼굴을 벽으로 향하고 여호와께 기도하여 이르되 여호와여 구하오니 내가 주 앞에서 진실과 전심으로 행하며 주의 목전에서 선하게 행한 것을 기억하옵소서 하고 히스기야가 심히 통곡하니”(사38:2-3)
 
너무 기가 막혀 하나님께 자기가 한 일들을 돌아보시고 불쌍히 여겨달라고 했지만, 이 경우도 그렇고 대부분의 경우도 그렇고, 하나님께서 움직이시는 것은 당신 스스로 그를 불쌍히 여기시는 것입니다.
 
그러기에 믿음의 위인들은 대부분의 경우 이렇게 간구합니다. “주여, 나를 불쌍히 여기시옵소서.” 자신이 하나님 앞에서 무엇을 했다는 것은 결코 하나님을 움직일 수 없습니다. 다만 하나님 스스로, 그분 스스로 나를 불쌍히 여기신다면 문제는 해결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여러분, 하나님의 이름은 여호와입니다. 스스로 존재하는 자, 스스로 움직이시는 분, 어떤 외부적 영향도 받지 않는 분이십니다. 그러기에 그분의 도우심 얻기를 원한다면 자신이 무엇을 했다든지, 어떤 헌신을, 어떤 봉사를, 무엇을 드렸다든지 하는 것들을 내세우지 마십시오.
 
그저 하나님께서 자신을 긍휼히 여겨주시기를, 하나님께서 자신을 불쌍히 여겨주시기를 간구하십시오. 그저 하나님께서 나의 현재 이 형편을, 이 사정을 불쌍히만 여겨주신다면 문제는 해결된 것입니다.
 
3.
그런데 오늘 본문에서 우리가 눈여겨볼 것은 이것보다 그다음의 말씀, 3절입니다. “내가 아브라함과 이삭과 야곱에게 전능의 하나님으로 나타났으나 나의 이름을 여호와로는 그들에게 알리지 아니하였고”
 
하나님께서 우리가 믿음의 조상이라고 부르는, 위대한 족장들이라고 존경하고 있는 아브라함, 이삭, 야곱에게 당신을 알려주셨는데, 무엇으로 알려주셨다구요? “전능의 하나님” 전능의 하나님이란 무슨 뜻일까요?
 
히브리어 원어 성경을 보니 이 단어를 “엘 샤다이”라고 적어놓았습니다. “엘”이란 히브리어 단어는 하나님을 표시하는 가장 보편적인 이름이고 그 뜻은 “강한 자”이다. “샤다이”란 뜻은 정확하지 않은데 많은 학자는 그 의미를 역시 “강한 자”라고 입을 모읍니다. 그래서 “엘 샤다이”는 “강함”이 두 번 반복 강조된 “극히 강한 자, 전능자”라는 뜻으로 풀이됩니다.
 
그러니까 하나님께서 아브라함과 이삭과 야곱에게 당신을 알려주셨는데 무엇으로 알려주셨다구요? “강하고 강한 자” 우리 식으로 쉽게 풀이하면 아브라함, 이삭, 야곱은 하나님을 위대한 조물주로, 막강 파워 조물주로 여겼다는 것입니다. 이 세상을 창조한 막강한 힘의 소유자, 전능자로 하나님을 믿고 그렇게 여겼습니다. 하나님께서 그들에게 그렇게 자신을 소개하셨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다음 말씀을 보십시오. “나의 이름을 여호와로는 그들에게 알리지 아니하였고” 하나님의 본(本)이름, 하나님이 정확하게 어떤 분이시란 것은 그들에게 알려주지 않았다는 뜻입니다.
 
나는 하나님을 이해하는데, 여호와 하나님으로 이해합니다. 그러나 아브라함은? 막연한 전능자로 이해합니다. 나는 스스로 존재하는 분으로 하나님을 이해하는데, 야곱은 그저 ‘막강 파워’로 하나님을 이해할 뿐입니다. 누가 더 하나님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는 것인가요?
 
예수님은 이런 말씀도 하셨습니다. “그러나 너희 눈은 봄으로, 너희 귀는 들음으로 복이 있도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많은 선지자와 의인이 너희가 보는 것들을 보고자 하여도 보지 못하였고 너희가 듣는 것들을 듣고자 하여도 듣지 못하였느니라.”(마 13:16-17)
 
무슨 뜻인가요? 아브라함이 보지 못한 것을 우리는 보고, 이삭이 듣지 못한 것을 우리는 듣고, 야곱이 깨닫지 못한 것을 우리는 깨닫습니ㅏ다. 곧 하나님의 아들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를 알고, 그분을 믿고, 그분의 은총을 의지하여 살고 있습니다. 이 얼마나 큰 축복인가요? 그러기에 성경은 예수님 이후의 시대를 살고 있는 이들은 축복받은 이들이라고 말합니다. 믿습니까?
 
4.
오늘의 말씀을 기초로 하여 나는 신앙의 단계, 차원을 이렇게 구분해 봅니다. 신앙에는 원시적 차원이 있습니다. 이들은 하나님을 단순한 조물주로 믿습니다. 막강한 힘의 소유자로 믿습니다.
 
이들이 하나님을 이해하는 것과 아프리카의 원시인들이 이해하는 것에는 큰 차이가 없습니다. 이들이 하나님을 이해하는 것과 다른 종교에서 신을 이해하는 것에는 차이가 별반 없습니다. 그래서 ‘조물주(造物主)’란 단어가 그냥 통용됩니다. 어떤 분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이 세상에는 막강한 힘, 이 세상, 우주를 만든 그런 존재, 조물주가 있다는 차원입니다. 일종의 원시적 신앙입니다.
 
그다음 단계, 이론적 차원의 신앙이 있습니다. 하나님을 이해하는데 어떻게 이해하는가 하면, 이론적으로 압니다. 그러기에 이스라엘의 역사, 구약 성경을 공부합니다.
 
우리는 한 민족인데 왜 우리가 이스라엘의 역사를 공부해야 하는가요? 국사(國史)도 제대로 모르는데, 어째서 우리는 아이들에게 이스라엘의 역사를 가르쳐야 하는가요? 어째서 다윗 왕이 어떻고 솔로몬 왕이 저떻고를 가르쳐야 하는가요? 이스라엘에 종속되었기에 그런가요?
 
천만의 말씀입니다. 우리가 이스라엘의 역사를 공부하는 것은 거기에 하나님이 어떤 분이시란 것이 계시되었기 때문입니다. 이스라엘의 역사, 구약 성경을 공부하다 보면, ‘아하, 하나님은 이런 분이시구나. 하나님은 이런 것을 싫어하시는구나. 아, 하나님은 이런 걸 기뻐하시는구나’하며 하나님에 대해 이론적으로 알게 됩니다.
 
성경을 읽지 않으면, 이스라엘의 역사를 공부하지 않으면 하나님을 이해할 수 없습니다. 원시적 차원, 조물주 하나님에 대해선 성경을 읽지 않아도, 공부하지 않아도 할 말이 많습니다. 그러나 보다 더 정확하게 하나님에 대해 알려면 성경을 공부해야 합니다. 그 성경에 나타난 하나님을 공부해야 합니다. 이것이 하나님 이해에 대한 이론적 차원의 신앙입니다.
 
종종 사회에서 논쟁이 벌어지는데, 하나님에 대한 이야기가 펼쳐지면 사람들은 끝도 없는 이야기를 펼쳐갑니다. 이건? 원시적 차원의 하나님 이해 논쟁입니다.
 
그러나 적어도 기독교의 하나님에 관해 이야기하려면 성경을 한 번 정도는 읽고 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그러기에 기독교의 하나님을 비판하는데, 가장 비기독교적 하나님을 이야기합니다. 성경을 묵상하고 읽고 공부하십시오. 그래야 원시적 차원에서 이론적 차원으로 올라섭니다.
 
5.
그런데 이 이론적인 차원의 신앙이 우리 기독교적 깊은 영성의 차원은 아닙니다. 우리는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합니다. 곧 체험적 차원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아무리 이론적으로 이러쿵저러쿵 하더라도 이 체험이 뒤따르지 않으면 그 신앙은 무너지기 쉽습니다.
 
이론적인 하나님, 조물주 하나님, 이 수준에선 뭔가 부족합니다. 다른 이론이 나오면, 논리적, 합리적 주장이 나오면 신앙이 흔들리게 되고 어쩌면 그 신앙마저 잃게 됩니다.
 
나는 고등학교 졸업할 때까지 교회에서 모범학생이었습니다. 어른들은 교회에서 나를 보면 ‘우리 애하고 친하게 놀아다오’할 정도였습니다. 왜? 내가 너무 착해서! (좀 닭살 돋지만 사실입니다.) 나는 교회학교에서 상이란 상은 다 받았고, 신촌 지역의 교회 연합대회에 나가서도 당당할 정도로 기독학생으로 부족함이 없었습니다. 학교에서도 기독학생 회장으로 충실했습니다. 난 이미 고등학교 때부터 목사란 소리를 들었습니다.
 
그런데 대학에 진학하며, 그 든든하던 내 신앙 세계는 얼마 못 가 와르르 무너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신앙이 좋다던 내가 가라앉기 시작했습니다. 학교에 가서 기독교 신앙을 말하는 것이 너무나 부끄러웠습니다. 그 논리적이고, 과학적인 이론과 질문들을 당해낼 수가 없었습니다. 그 철학적인 분석과 논증에 할 말이 없었습니다. 그동안 내가 구축했던 신앙의 세계는 얼마 못 가 그대로 허물어지고 말았습니다.
 
그렇게 무너진 신앙의 잔재들 속에서 세월을 아프게 보내던 나에게 사라지지 않고 뚜렷하게 찾아오는 것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전에 내가 하나님과 교제를 경험했던 일들, 하나님께서 내게 베푸셨던 은총과 그 살아계심을 온 몸으로 느꼈던 순간들, 아무리 이론이 어떻고 논리와 과학이 저떻고 하더라도 부인할 수 없는 그 살아계신 하나님과의 체험들, 그것들은 무너지지 않았습니다.
 
그런 체험적 신앙 속에서 내가 고백했던 그 신앙들, 그것은 내게서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이 세상의 많은 이론과 많은 신관(神觀) 속에서 나는 야훼 하나님이 살아계시고, 그 아들 예수 그리스도가 나를 위해 십자가 위에 죽으셨다는 사실을 믿는다고 눈물로 신앙 고백한 것, 그 고백적 차원의 신앙은 여전히 내게 살아 있었습니다.
 
신앙은 발전해 가야 합니다. 조물주 하나님을 믿는 원시적 차원에서 성경을 공부하여 이스라엘의 하나님을 이해해 가는 이론적 차원으로 발전해 가야 하고, 거기서 머무를 것이 아니라 야훼 하나님을 체험하는 차원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체험할 때에 더 깊고도 놀라운 것을 하나님께선 알려주십니다.
 
봤다는 데 무슨 이론이 필요한가요? 내가 체험했다는데 무슨 논리가 필요한가요? 내가 분명 느꼈다는데 뭐가 더 필요한가요? 그 엄청난 하나님, 그분의 존재와 그분이 나를 찾아오심과 그 위대한 분이 나를 감싸시고 위로하심을 느낀다는데 무슨 설명이 더 필요한가요!
 
여러분은 어떤지 모르지만, 나는 이 성전, 왕중 성전에 들어와 홀로 앉아 있노라면 하나님의 임재를 느낍니다. 하나님께서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시다가 조용히 미소짓는 것을 느낍니다. ‘너 많이 힘들구나’하시는 것을 느낀다. 동시에 나를 감싸심을 느낀다. 그 때 나는 온 세상을 이기고 감당할 힘을 얻는다. 이건 이론이 아닙니다. 이건 내 영성의 체험 현장입니다.
 
6.
야훼 하나님, 이제사 모세에게 당신이 야훼 하나님임을 알려주십니다. 전에 있었던 신앙의 위인들, 아브라함, 이삭, 야곱 그들에겐 엘 샤다이, 전능의 하나님, 조물주 하나님으로 나타내 보여주셨는데, 이제 모세에게는 그보다 더 발전한, 더 분명한 여호와 하나님으로 비로소 보여주셨습니다.
 
그러니 이젠 그 하나님과 더욱 깊은 교제를 하고, 체험을 하라는 것입니다. 더욱 성장 성숙한 신앙을 가지라는 것입니다.
 
게다가 성경은 이렇게 일러줍니다. “옛적에 선지자들을 통하여 여러 부분과 여러 모양으로 우리 조상들에게 말씀하신 하나님이 이 모든 날 마지막에는 아들을 통하여 우리에게 말씀하셨으니 이 아들을 만유의 상속자로 세우시고 또 그로 말미암아 모든 세계를 지으셨느니라.”(히1:1-2)
 
누구 얘기인가요? 하나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 전에는 말입니다, 즉 예수님 이전에는 하나님께서 이 사람 저 사람에게 이 모양 저 모양으로 당신을 소개하시고 말씀하시고 보여주셨습니다. 그래서 한 하나님에 대해서 이렇게 말하는 사람, 저렇게 말하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그야말로 시각장애인들이 커다란 코끼리를 만지고 말하는 것과 같았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당신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까지 보내시고, 그 예수님을 통해 당신을 보여주셨습니다. 이제는 예수님을 묵상하면, 하나님을 알 수 있게 하셨습니다. 예수님을 보면 하나님이 보입니다.
 
예수님을 깊이 묵상하십시오. 하나님께서 그 예수님을 통하여 우리에게 말씀하고 싶은 것을 다 하셨답니다. 상식적인, 초보적인, 원시적인 조물주 차원의 신앙 세계에서 왈가왈부하지 말고, 예수님을 경험하십시오. 그러면 또 다른, 더 깊은 하나님이 보입니다. 우리 아버지 하나님이 얼마나 위대하신 분인지, 그분이 얼마나 나를 사랑하시는지 알게 됩니다.
 
부디 오늘도 살아계셔서 성령의 감동 속에 우리에게 당신을 보여주시고 깨닫게 하시는 여호와 하나님과 그분의 독생자 예수 그리스도를 묵상하고 체험하는 가운데 여러분의 영성, 신앙이 더욱 견고해지기를!

/왕십리중앙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