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과 가을이 공존하는 9월입니다, 아직 겨울 걱정은 이른 감이 있나요? 난방 염려 말입니다. 난방비 부담을 지는 저소득 계층이 아직 상당합니다만, 2020년 7명, 2021년 2명 등 한랭질환 사망자 통계만 놓고 보면 우리나라는 동사자 걱정이 크지 않은 나라로 가늠됩니다. 게다가 국내 주거유형 중 공동주택이 차지하는 비율이 2020년 기준으로 77,7%이기에 좌우상하 난방만으로도 살인적 한기만은 피할 수 있다는 점 또한 마음의 짐을 덜게 합니다.
그런데 올해는 다를 것 같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그치지 않는 러시아가 서방 유럽으로 보내는 천연가스를 7월 30일 자로 끊었기 때문입니다. 러시아에 대한 비우호적 태도에 대한 옹졸한 앙갚음인 것입니다. 공급을 재개할 가능성은 망연자실한 서방 사회조차 기대하지 않는 눈치입니다. 이에 따라 독일 정부는 벌써 올겨울 동사자 예측에 나서는 등 피 말리는 공급 대책 수립에 애씁니다.
천연가스 선물가격은 두 배 넘게 치솟은 것은 어색하지 않고요, 이에 따라 유럽은 미국 중동으로 눈을 돌려 부족분을 메우려 하고 있습니다. 이러면 주거용건물 에너지로 도시가스가 전체의 절반 이상인 54%, 즉 2,000만 가구를 점유하고 있는 우리나라로서는 유럽 못지않게 비상입니다, 유럽은 우리와 겨울이 같은 북반구인 점을 생각할 때 6월 나토 무대에서 시시덕거린 정상의 나라와 가스확보 경쟁을 벌여야 합니다.
이런 가운데 한국경제TV가 취재한 바에 따르면 6월 산업통상자원부와 천연가스수급 현황을 점검하는 자리에서 한국가스공사는 내년 3월 기준 천연가스 재고가 -795만 톤이라고 보고했습니다. 하루 평균 천연가스 사용량을 참작하면 단순 계산으로 올 연말 재고가 바닥나 내년 1-3월에 쓸 가스가 없다는 것입니다. 한마디로 예측 수요를 틀리게 한 것입니다.
현재 의무 비축량은 석유의 3분의 1인 9일 치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에너지 정책학과 교수는 MBC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나라로 와야 할 천연가스 일부가 유럽으로 가게 되면 겨울에 정전이 발생하거나 도시가스 공급이 달려서 난방하기 어려워지는 상황이 벌어질 수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난방만이 아닙니다. 천연가스는 우리나라 전기 생산의 35%를 담당합니다.
그렇다면 가스요금은 물론 전기요금까지 감당하지 못할 수준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한편 실제 외환위기 방지를 위해 정부와 한국은행이 세운 국제금융센터는 7월 보고서를 통해 “올겨울 유럽은 물론 세계적인 가스공급 대란이 발생할 소지가 있다”라고 거들었습니다. 해외발 위기 신호가 울려도 대개의 민초는 “정부가 있는데 설마"라는 마음에 무게를 싣기 마련입니다.
적어도 지난 정부까지는 말입니다. 그러나 이 정부의 책임자가 윤석열 씨가 된 이후에도 그러한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이유가 있습니다. 8월 8일 큰비로 사망 15명, 실종자 5명, 부상자 26명의 인명피해가 났습니다. 두메산골도 도서벽지가 아니라 수도 서울의 한복판, 경제적 심장부 강남은 거대한 강이 됐습니다. 신림동에 사는 반지하 일가족 3명은 자기 집임에도 익사했습니다.
그런데 당일 밤 '침수 장면을 보면서 퇴근했다’라는 대통령은 다음 날 아침까지 집에서 안 나왔습니다. 새벽 3시까지 전화로 지시하며 재난 상황을 장악했다고는 애써 항변하지만 비웃음 소리에 묻히고 있습니다. 이튿날 신림동 참사 현장을 찾아가 “왜 제때 대피 못했나?”라는 잠꼬대같은 소리나 하더니 촬영한 사진으로 홍보 짤을 만들다 국민을 공분케 했습니다.
한편 대통령의 부재 시 대통령실 재난 대응 컨트롤타워여야 할 비서실장과 홍보수석은 기자들과 술자리를 가졌고, 실무 행정안전부 장관도 '막걸리’가 들어가고 '건배’가 있었던 저녁 식사 자리를 파하고 당일 오후 10시에나 상황실에 복귀했습니다. 이들은 이미 퇴근 전 자기들 손으로 ‘호우주의보’, ‘산사태 경보’를 내렸던 자들입니다.
이들이 겨울에는 나아진 모습을 보일 수 있을까요? 개개인의 국민은 스스로 재난을 막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정부가 예방하고 피해를 최소화해야 합니다. 그게 세금으로 월급 받는 공복이 ‘밥값 하는 것’입니다. 윤석열 정부의 국정 목표는 ‘따뜻한 동행, 모두가 행복한 사회’입니다. 공공의 책무를 등한히 하다 재난을 키운 정부의 캐치프레이즈 맞나요? 올겨울,모두 무사하길 기원합니다.
/김용민 이사장(평화나무) |
편집 :
2024.11.15 금 09:19 
www.cry.or.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