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토요일 오후, 5,000만 국민은 디지털 정전 사태를 맞았습니다. 지난 2분기 사상 최대의 매출을 기록한 바 있는 카카오이건만, 화재 한 방에 서비스가 ‘올스톱’된 것입니다. 카카오톡을 통한 소통이 중단되는 것은 큰 불편이지요. 그런데 카카오페이를 통한 금융거래, 카카오T를 통한 택시 서비스 이용, 카카오맵의 운전기사를 위한 주행 정보 또한 모두 먹통이 됐습니다. 사고가 났을 때 다른 곳의 서버를 이용하게 하는 이원화 시스템 따위는 카카오에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블록체인 기술이 도입 된 세상에서 참으로 어처구니없습니다. 시장 독점은 이래서 위험합니다.

 

사고는 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수습입니다. 세월호의 조난은 선장의 탓이지만, 구조 요청이 들어간 시점부터의 모든 프로세스는 정부의 몫입니다. 카카오 디지털 먹통 사태 이전, 주무 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사업자에 대한 사전 관리·감독이 부실했습니다. 이후에도 재난 안내와 상황 전파를 위한 별도 조치가 없었습니다. 위기 때마다 제때 보고를 못 받거나 수습 조치를 지시하지 않아 ‘있으나 마나 한’ 대통령으로 정평난 윤석열 씨는 이번에도 이틀 지나서야 나서더니 심지어 봉창 두드리는 소리까지 했습니다.

 

출근일인 월요일도 어스테핑 때 “독점이나 심한 과점 상태에서 시장이 왜곡될 때 국민의 이익을 위해서 국가가 필요한 대응을 해야 한다”라고 한 것입니다. 옳은 해법입니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는 그간 플랫폼 독점 문제를 두고 ‘업계 자율 규제’를 강조해왔습니다. 말을 바꾼 거 지요. 사고가 터져야 방향이 바로 잡히나 싶으니, 윤석열 씨가 제대로 집권하려면 나라가 수없는 참사와 재앙 끝에 풍비박산 난 뒤여야 할 것입니다.

 

사람이 다치지 않은 카카오 서비스 중단은 그나마 다행으로 여깁니다. 그러나 평택 SPC 계열 제빵공장에서의 20대 노동자 사망은 참으로 먹먹합니다. 대학에 못 가고 취업전선에 나서 빵집 사장의 꿈을 꾸던 터에 배합기에 끼어 세상을 떠난 청년이었습니다. 1위 제빵기업이던 SPC.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인 직장이었지요. 하지만 법은 그를 지키지 못했습니다. SPC만이 아닙니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올해 상반기에만 산재 사망자가 446명, 하루 2.5명꼴이었습니다.

 

가히 OECD 국가 중 산재 사망률 1위답고, 또 그러한 나라다운 헐거운 재해 처벌법이라 하겠습니다. 이런 윤석열 씨가 사고 소식을 접한 다음 한 말은 “구조적 문제가 없는지 파악하라” 라는 것이었습니다. 구조적 문제라고요? 말 잘했습니다. 그것은 윤석열 씨 본인입니 다. 그간 윤석열 씨는 후보 시절부터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완화 의지를 밝혀왔습니다. 안전 의무를 다하지 않는 직장에 대해 엄한 법적 책임을 묻자는 이 법, 이 법을 반대했던 겁니다. 게다가 국민의힘은 이를 뒷받침하는 법안을 발의했고요.

 

산업재해를 유발하면 책임을 지게 된다는 사업자 압박의 수단으로 그나마 이 법이 기능해왔는데요, 이걸 없애겠다던 윤석열 국민의힘 정권입니다.SPC는 이미 분규 중이었습니다. 그렇다 면 임명받은 직후부터 현장을 찾아가 노동계의 고충을 대변해야 할 김문수 경제사회 노동위원장은 국정감사에서 말장난 중입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확실한 김일성주의자”, “윤건영 의원은 수령님께 충성하는 측면이 있어” 결국 국회에서 퇴장당했고 민주당으로부터 고발까지 당했지만, 윤석열 씨는 그를 감쌉니다.

앞으로 노동자의 죽음은 개인의 불행으로 치부될 조짐입니다. 오늘을 각자도생(各自圖生)의 시대로 말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습니다. 망망대해에서 가라앉는 세월호, 정부 아니면 누가 구원해줄 수 있겠습니까? 우리 모두 세월호에 탄 사람들이 된 것 같습니다. 사고에 의해 침몰당하지 않기만을 바라는.

 

/평화나무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