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은 국제 축구 연맹(FIFA) 주관 하에 4년에 한 번 개최되는 세계 최고의 축구 국가대표팀을 가리는 국가대항전으로, 단일 종목 스포츠 행사 중에서는 최대 규모의 대회입니다. 우리나라는 2002년 월드컵 경기를 개최했으며, 기적같이 4강에 올라 온 국민들의 가슴을 벅차게 만들었던 추억이 있습니다. 올해 월드컵을 개최하고 있는 나라는 카타르입니다. 축구를 통해 인류의 화해와 공존의 길을 추구하는 이번 카타르월드컵이 인권 침해 논란에 휘말리고 있습니다. 경기장 건설에 투입한 노동자들이 열악한 근무 여건 탓에 목숨을 잃는 상황이 반복됨에도 카타르 정부와 월드컵 조직위원회가 침묵한다는 비판이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카타르는 월드컵 유치 결정 이후부터 사막에서 월드컵 경기장과 관련 인프라를 만들어 왔습니다. 이 대규모 건설현장의 노동자들은 섭씨 50도를 넘는 사막인 데다 식사 시간도 없이 평균 12시간이 넘게 일했습니다. 노동자들은 하루 종일 노동하면서 물 한 모금 마시지 못하며 일했고, 방 하나에 12명씩 생활했으며, 불결한 숙소에는 병에 걸린 노동자들도 많았습니다. 심지어 어떤 노동자들은 숙소도 제대로 제공되지 않아 공사현장인 경기장 관중석에서 잠을 자는 등 노동자 인권이 비인간적인 수준으로 엉망진창이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카타르에서는 ‘카팔라 체제’라는 중동 고유의 노동계약 시스템을 사용하는데, 노동자들이 고용주의 동의 없이 직업을 바꾸거나 그만둘 수 없고 임금 체불에도 항의할 수 없는 노예제나 다름없는 현실이었습니다. 심지어 노동자의 90%는 자신의 여권을 고용주에게 압류당해서 그만두거나 하다못해 도망가고 싶어도 그럴 수 없었습니다. 이처럼 가혹한 노동조건은 수천 명의 목숨을 앗아갔습니다. 2021년 2월 가디언지는 카타르의 월드컵 유치 이후 인도·파키스탄·네팔·방글라데시·스리랑카 출신의 이주노동자 6751명이 사망했으며, 3만7600명이 경도·중등도의 부상을 입었다고 보도했습니다. 인도 출신 노동자가 2711명으로 가장 많았고, 네팔 1641명, 방글라데시 1018명, 파키스탄 824명, 스리랑카 557명이었습니다. 이것조차도 전부 집계된 것이 아니며, 케냐와 필리핀 그리고 북한 등 다른 국가 출신 노동자들은 조사되지 않아 실제 사망자 수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러한 수치는 카타르 정부가 발표한 것이 아니라 카타르에 위치한 각국 대사관이 제공한 자료에 의한 통계입니다.

 

큰 공사 중 사람이 죽을 수 있다는 것은 사실이지만 문제는 무려 "수천명"이 건설현장에서 일하다가 죽어나간 카타르의 경우는 사실상 학살 또는 행정살인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입니다. 노동자들은 온 가족의 기대를 한 몸에 받으며 카타르에 왔을 것입니다. 한 사람의 생명은 월드컵의 어떤 경기 보다 비교할 수 없을만큼 소중합니다. 그럼에도 카타르 정부, 국제 축구 연맹, 32개 출전국에서는 이 문제에 대해서 모두가 침묵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엄청난 생명을 희생하면서 도대체 무엇을 얻고자 하는지 모두가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카타르 정부는 사망 혹은 부상당한 노동자들을 위해 적절한 배상을 해야 합니다. 매 경기마다 희생자를 기리는 시간을 가지며 명예나 인기나 돈이나 어떤 경기보다 사람의 생명이 소중하다는 것을 모두가

확인해야 합니다.

 

사람이 만일 온 천하를 얻고도 제

목숨을 잃으면 무엇이 유익하리요

사람이 무엇을 주고 제 목숨과

바꾸겠느냐(마16:26)

 

/홍익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