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이 이제 3일 남았다. 정말 다사다난한 한 해였다. 한 해를 되돌아보면 섬김 훈련을 혹독하게 받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집사람이 지난 3월 1일 아산병원에서 폐암 진단을 받고 입원했을 때도, 8일 후 퇴원한 다음 11차례 방사선 치료할 때도 집에서 병원까지 운전기사 역할을 하는 일과 약을 챙겨주는 일 등, 일반적인 간병인 역할이 전부였다. 그러나 주방에서 넘어져 손목 골절이 생긴데다 항암치료 후유증으로 불면증, 가려움증, 극심한 변비 등으로 고통을 받으면서 운전기사, 가정부, 간병인의 역할을 해야 했다.

 

무엇보다도 환자의 고통이 진통제로도 멈추지 않아 안절부절하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는 것은 너무 힘겨운 일이었다. 그런데다가 설상가상 더 큰 고통이 기다리고 있었다. 7월 7일 혼수상태로 119에 실리어 응급실로 가서 폐렴 진단을 받은 것이다. 거의 한 달여 동안 중환자실에서 죽음의 문턱에 놓여 있었다. 식구들의 충격과 고통을 말할 수 없었다. 가까스로 일반 병실로 옮겼으나 콧줄로 음식을 취하고 기관절개술로 목관을 달고 호흡함으로 환자는 양손에 묶인 채 지내야 하는 엄청난 고통을 당해야 했다.

 

그런 비참한 모습을 한 채 목관 때문에 말도 못하는 집사람을 하루 이틀 간병하다가 결국 견디기 어려워 자녀들과 의론한 결과 비싼 비용으로 간병인을 고용하게 되었다. 당장은 큰 짐을 벗은 셈이었지만 집에 있는 나는 너무나 초조하고 불안하여 하루에도 여러 번 손을 높이 들고 주님을 부르면서 기도하는 것이 대부분 일과였다. 그러다가 아산병원은 일반 병실에서 3주 이상을 입원하는 것을 허락지 않으므로 9월 27일 퇴원하게 되었다.

 

병원측은 스스로 일어나 앉지도 못할 뿐 아니라 목관 관리 때문에 자기들이 소개하는 다른 병원으로 가서 치료받기를 권장했다. 그러나 워낙 병원생활에 지친 탓인지 집사람은 집으로 퇴원하기를 원해서 일단 요양보호사와 함께 집으로 퇴원한 후 치료 경과를 지켜보기로 했다. 병원측에서는 일주일에 한 번씩 간병간호사가 다녀가는 조건이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집에서의 치료 경과가 양호하여 일어나 보행기로 조금씩 걷기 시작하고 매일 밤 기저귀 신세를 지던 집사람이 부축을 받은 상태이지만 화장실을 다님으로 식구들이 놀랄 정도였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한 달에 500만 원 이상 드는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워 모든 일을 내가 대신하는 조건으로 11월 15일 요양보호사를 더 이상 두지 않기로 했다. 그러나 나는 초보 중에 초보로 어깨너머로 배운 것이 전부였다. 매일 갈아주어야 하는 기저귀 착용도 제대로 못한다. 어쩔 수 없이 맡았으나 막상 시작하려니 과연 감당할 수 있을지 막막했다. 그러나 처음에는 너무 서툴러서 집사람이 짜증을 냈으나 매일 하다 보니 지금은 집사람이 놀랄 정도로 잘 감당할 정도가 되었으니 내 스스로도 대견하다는 생각이 든다.

 

아침 식사 전에 혈당치와 체온, 산소포화도를 체크하고 인슐린 주사를 놓아 주고 그리고 아침 저녁에 먹을 약을 챙겨준다. 그리고 목관을 통해서 기관지 점막에 붙어 있는 가래를 빼내기 위해 기관지 확장제와 객담용해제를 네볼레이저(Nebulizer)기를 통해 흡입하게 하고 이어서 석션(Suction)기를 통해 코와 입, 목의 가래를 빼내는 치료를 한다. 이어서 목관 주변을 드레싱 해주는 일까지 마치면 집사람에 대한 케어를 대략 마쳤다고 본다.

 

한 달 전만 해도 한밤중에 진통제를 챙겨주고 기저귀를 갈아주는 일, 목관 외관을 바꾸어 주는 일 등을 했으나 일주일 전부터는 스스로 화장실을 다니므로 기저귀 없이 지내고 한 밤에 호출도 거의 없을 정도로 건강이 회복됨으로 신년 새해를 새 희망으로 맞을 수 있게 되었으니 그저 하나님께 감사한 마음뿐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제는 간병인에서 요양보호사로 승급해도 무방할 것 같다는 건방진 생각들 정도이다. 앞으로 이런 섬김의 훈련을 통해서 배운 의료봉사 일을 남은 생에 주변에 어려운 은퇴목회자들을 돌보는 일에 힘써 보는 것이 어떨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