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의 대화에서 참으로 절망스러운 것은 남의 말을 도무지 알아듣지 못하면서 자기주장을 완강하게 펼쳐 나가는 사람과의 대화입니다. 이기적인 욕심으로 만들어진 자기 방어기제(防禦機制)를 동원하여 이치에 맞지 않는 말로 자기생각을 주장하는 이런 사람과의 대화는 때론 절망스럽기까지 합니다. 이치에 맞지 않는 자기확신으로 통상적이고 상식적인 것 까지를 깡그리 무시하고 자기주장을 하는 이런 사람의 심리상태를 인지과학에선 ‘확증편향(confirmation bias)’이라고 합니다. 자신의 생각과 다른 현실을 직시하기보다는 자신의 입장을 뒷받침하는 한 조각의 정보에 매달리고 그것을 불변의 절대진리인양 붙잡고 집착합니다.

 보편적인 진리를 믿거나 받아드리기 보다는 자기가 믿고 싶은 것만 믿고 받아드립니다. ‘어떤 것이 사실인가?’보다는 ‘어떤 것이 자신이 믿고 싶은 것인가?’에 따라 사물을 판단합니다. 그래서 세상이나 사물을 보는 시각이 편향(偏向)되고 나름대로 확신까지 가져서 늘 자기가 보는 관점을 절대시합니다. 사람을 이해시키고 때론 협력을 받아야하는 목사로서 이런 사람들을 만나면 참으로 난감합니다. 이런 사람은 자신의 주장에 동의를 하는 사람에게는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는 아량을 가지지만, 자신의 의사에 반하는 사람에게는 극도의 적의(敵意)를 가져서 사용가능한 가장 극단적인 언어로 매도하거나 적대감을 표출하여 대화가 불가능하게 만들어 버리고 스스로 자기세상에 갇혀 버립니다.

건강한 생각은 바로 균형감각입니다. 다양한 문제 가운데서 최소공배수를 찾고 많은 문제 중에서 합리적 대안을 찾을 수 있는 사람이 건강한 사람입니다. 건설적인 남의 의견을 수용할 줄 알고 잘못된 자기주장을 수정할 줄 아는 사람입니다. 절대처럼 믿는 진리일지라도 있을 수 있는 판단과 관점의 오류를 인정 할 줄 아는 사람입니다. 문제를 객관적으로 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모든 일을 자기중심으로 보지 않으며 주관적 판단보다는 객관적인 진리를 볼 수 있는 사람입니다. 이런 사람과는 의논도 타협도 가능 합니다. 그리고 함께 해답을 찾을 수 있고 최선책이 아니면 차선책이라도 나눌 수 있습니다.

하나님을 향한 우리 인간의 생각이 그렇습니다. 사람은 누구나가 다 하나님과의 영적교통을 원합니다. 그러나 우리 인간은 이미 가진 자기 전제나 눈먼 이기주의 때문에 풍성한 은혜로 손을 내미시는 하나님을 알아보지 못합니다. 누구보다 더 간절하면서도 누구보다 더 멀리 떨어져서 스스로 소외에 시달리기도 합니다. 손을 내밀어도 붙잡지 못하고 팔을 내밀어도 안기지 못합니다. 가까이 갈수록 멀어지고 믿으려고 할수록 의심에 휩싸입니다.

새해가 다가옵니다. 태양력으로는 아직 한 달도 더 남았다고 자위하지만 사실은 초조함으로 남은 한 달을 바라봅니다. 해가 다 넘어가고 있는데 아직 갈 길이 먼 나그네처럼 마음이 초조해 집니다. 이제 그만 자신을 돌아봅시다. 껍데기만 남은 자기확신에서 깨어납시다. 그리고 마음문을 열고 주님의 뜻을 받아들입시다. 주님의 뜻으로 자신을 채울때 우리가 온전해질 수 있습니다. 사람은 마음의 크기만큼 커지고 마음의 넓이만큼 넓어질 수 있습니다. 멀리 봐야 멀리 뛸 수 있고, 높이 봐야 높이 올라갈 수 있습니다. 소신과 확신이 필요하지만 잘못된 자기확신은 자기무덤입니다. 깨어진 흙에 생명이 자라고 열린 창에만 소통(疏通)이 이뤄집니다. 대림절(待臨節, 혹은 待降節)입니다. 열린 마음 깨어진 심령으로 자신의 모든 것을 포기하고 우리와 같아지신(빌2:6-7) 예수님을 맞아야 합니다. 버림을 통해 생명의 역사를 창조하신 주님처럼 버림을 통해 생명의 역사에 참여해야 합니다.

/신양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