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도서 5:1-7) 
 
1.
주님께서 내게 복이 되라 하셨습니다! 그러기에 분명 하나님께선 나를 향한 복을 준비해 놓으셨고, 쌓아놓으셨을 겁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찌 복이 되라 하셨겠습니까? 그래서 성경에서 이렇게 축복하셨을 겁니다.
 
“복 있는 사람은 ... 시냇가에 심은 나무가 철을 따라 열매를 맺으며 그 잎사귀가 마르지 아니함 같으니 그가 하는 모든 일이 다 형통하리로다.”(시1:1,3)
 
“복이 있도다, 심령이 가난한 자! 천국이 저희 것임이요, 복이 있도다, 복이 있도다, 복이 있도다 ...”(마5:3-12)
 
“하나님 곧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아버지께서 그리스도 안에서 하늘에 속한 모든 신령한 복을 우리에게 주시되.”(엡1:3)
 
“사랑하는 자여 네 영혼이 잘됨 같이 네가 범사에 잘되고 강건하기를 내가 간구하노라.”(요삼1:2)
 
새해가 시작되고 1월 내내 설교한 말씀들입니다. 말씀대로 복이 되기를 바랍니다. 그런데 그렇게 말씀을 찾아 설교하다 보니 이 말씀이 마음에 떠오릅니다. “네가 들어와도 복을 받고 나가도 복을 받을 것이니라!”(신28:6)
 
사랑하는 여러분, 들어와도 복을 받고 나가도 복을 받기를 바랍니다. 그런데 어디를 들어오고 나가고 하는 걸까요? 물론 이 표현은 유대인들의 표현법으로 삶 전체를 칭하는 표현입니다. 보통 ‘너의 출입을 지키시리라’하고 표현합니다.
 
그런데 말이죠, 오늘 성경에선 구체적으로 지정된 어느 한 곳을 일러주고 있다. “너는 하나님 앞으로 들어갈 때에”. 전에 쓰던 개역 성경을 보면 이렇게 표현되어 있다. “너는 하나님의 전에 들어갈 때에.”
 
하나님의 전엔 왜 들어가는가요? 하나님의 전에 들어간다는 뜻은 ‘예배’를 뜻합니다. 그러니까 예배드리러 나아갈 때에란 의미입니다. 오늘 하나님께 예배드리기 위해 하나님의 전에 나온 여러분에게 하는 말씀입니다. 여러분에게 예배자로서의 자세를 일러주고 있습니다.
 
2.
예배자, 어떤 자세를 가져야 할까요? “가까이 하여 말씀을 듣는 것이 우매한 자들이 제물 드리는 것보다 나으니 그들은 악을 행하면서도 깨닫지 못함이니라.”
 
예배드리는 자에게 중요한 자세가 있습니다. 가까이 하여 말씀을 들으랍니다. 우매한 자들이 제물드리는 것보다 낫다고 합니다. 아무 것도 모르고 헌금만 하면 되는 게 아닙니다. 예전에 보면 헌금함에 헌금만 드리고 잠시 묵도하다 그냥 가는 이들이 있더라구요. 예배드린 거 아닙니다. 자기의 종교적 만족을 위한 것인지는 모르나 참된 예배자의 자세는 아닙니다. 하나님께 향한 예배에서는 들음이 중요합니다.
 
하나님의 말씀, 잘 들으십시오! 평생 듣는 말씀이지만, 그 말씀들은 경우와 상황에 따라 다르게 나에게 다가옵니다. 가끔 설교 전, 성경 본문을 읽을 때 눈물을 닦는 이들을 봅니다. 설교가 시작도 되지 않았는데, 말씀을 읽고 들으며 그 자체에서 은혜를 받는 것입니다.
 
하나님의 말씀은 그 자체에 생명력이 있습니다. 말씀을 들을 때 주의 깊게 마음 문을 열고 경청하십시오. 그리할 때 성령께선 말씀으로 내 안에 들어와 역사하십니다.
 
아울러 설교를 통하여 선포되는 말씀을 들어야 합니다! 설교는 하나님의 영에 의한 감동으로 주어지는 말씀입니다. 그러기에 설교를 경청하십시오. 경청하되 “주여, 말씀하옵소서. 제가 듣겠나이다”하는 겸허한 자세로 설교를 들으십시오.
 
설교는 목사의 인생관을 강조하는 연설이 아닙니다. 선입견을 갖고 하는 것도 아닙니다.
 
이 강단에서 약 29년을 설교한 목사로서, 정직하게 고백하건데, 나는 설교하며 여러분에게 훈계하듯 설교하지 않았습니다. 여러분은 혹 그런 분위기로 들으셨을 런지는 모르지만, 제 스스로는 그런 자세로 설교하지 않았습니다.
 
도통(道通)한 사람처럼, 마치 고승(高僧)이나 도사(道士)가 중생에게 설법을 하듯이 그런 식으로 설교를 하지 않았습니다. 내 설교는 주로 그날 주어진 성경 말씀에 비중이 있지, 훈계하듯 하는 내용에 치중되어 있지 않습니다. 나는 늘 나 자신에게 내 설교를 먼저 합니다.
 
나는 이 강단에서 설교를 하며, 누구 들으라고 칼날을 세우고 특정인을 향해 설교하지 않습니다. 왜 그렇게 하고 싶은 맘이 없겠습니까? 괜히 떼 부리는 이 때문에 속상한 적도 많고, 말도 안 되는 억지를 부리는 이 때문에, 아파한 적도 많습니다. 신앙의 웬만한 경지에 있다고 여겼는데 그렇지 못한 이를 보며 실망하고 더 나아가 분노한 경우도 많습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 하나는 설교만큼은 내 개인적인 분풀이, 화풀이의 장소는 아니었다는 것입니다. 하나님의 말씀으로 책망하고픈 욕망이 속에서 올라오지만, 그건 아니다 싶어 그런 주제의 설교는 계속 미루곤 했으며, 나 자신과 무척 싸워왔다는 것입니다.
 
나는 설교는 하나님께서 말씀하시는 시간임을 믿습니다. 살전 2:13에서 사도 바울은 자신의 설교에 대해 이렇게 교인들의 바른 자세를 말합니다. “이러므로 우리가 하나님께 끊임없이 감사함은 너희가 우리에게 들은 바 하나님의 말씀을 받을 때에 사람의 말로 받지 아니하고 하나님의 말씀으로 받음이니 진실로 그러하도다. 이 말씀이 또한 너희 믿는 자 가운데에서 역사하느니라.”
 
설교를 자신에게 주시는 그 주일의 영의 양식으로, 하나님의 말씀으로 삼는 이에게 복이 있습니다. 그 말씀이 그 사람의 삶 속에서 능력으로 역사할 것입니다.
 
3.
아울러 하나님의 전에 들어와서는 “네 발을 삼갈지어다”하십니다. 하나님의 전에 들어와서는 발을 삼가란 뜻이 뭘까요? 다른 성경번역본을 보면 ‘발걸음을 조심하여라’로 번역되어 있습니다. 행동거지, 마음가짐, 등등을 조심하란 뜻입니다. 이곳이 하나님의 전이라고 확신한다면 제멋대로, 자기 마음대로 활개 치며 떠들고 행하고, 말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하나님의 전에 들어온 가장 큰 목적이 뭔가요? 예배드리는 것이라 했습니다. 그러니까 예배자의 자세를 가져야 하는데, 도리어 예배받으려는 자의 자세를 갖는 이가 있습니다. 예배드리러 온 사람이 예배드리는 순서가 귀찮고 불편하다고 불평하는 마음, 올바른 마음가짐이 아닙니다.
 
마태복음에 보면 성탄절에 동방박사가 아기 예수님께 최대의 경배를 드리며, 또 그에 맞는 예를 갖추어 진귀한 예물을 드리는 것을 보게 됩니다. 그런데 한 가지 의미 있게 생각해 볼 것이 있습니다.
 
이들이 길을 떠날 때 챙겨간 예물이 뭐였는지 기억하는가요? 황금, 유향, 몰약! 우리는 이것들에 대해 감각이 없지만, 당대에 이것들은 왕에게나 바치는 아주 귀한 것이었습니다. 그러니까 동방박사들은 탄생의 별을 보고, 아주 귀한 왕이 태어났음을 알고, 그에 걸맞은 예물을 챙겨, 그분께 예배하기 위해 길을 떠난 것입니다.
 
먼 길을 그들은 달려왔습니다. 적어도 몇 개월은 걸렸다고 합니다. 귀한 분을 뵙는다는 생각에 피곤한 줄도 모릅니다. 그리곤 유대인의 왕이 예루살렘 성안에서 어느 귀족의 집안에서 호사스럽게 태어났을 것이라 생각하고 예루살렘으로 직행했습니다.
 
그러나 그곳엔 자신들의 예상과는 달리 자신들이 예배하러 나선 그 대상, 메시아가 없었습니다. 그리곤 다시 촌 동네 베들레헴으로, 그것도 초라한 마구간으로 인도함을 받습니다.
 
생각해 보십시오. 당대의 박사라고, 그것도 페르시아의 최고 인정받는 이들이 그 초라한 마구간에서 아기를 보고 그런 경배를 드렸다는 사실. 아마도 현대인들 같으면 예루살렘 성전도 아니고, 귀족 집안도 아니고, 부자 집안도 아닌 평민, 그것도 마구간에 태어난 것을 보고선 모두들 실망하고 돌아갔을 것입니다. 자기들이 가져온 예물이 아깝다고 그냥 도로 가져갔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들은 그 장소를 개의치 않았습니다. 왜? 자기들이 길을 떠난 이유는, 자기들이 별을 따라온 목적은 오직 경배에 있었기 때문입니다. 장소가 문제가 아닙니다. 절차가 문제가 아닙니다. 자기들이 그곳에 왜 왔는지를 알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의 성전에 예배하기 위해 찾아 들어온 여러분, 설치지 마십시오. 발걸음을 삼가십시오. 마음가짐을 바로 하십시오. 목소리를 낮추십시오. 하나님께서 이 성전에 계십니다. 그분 앞에서 겸허한 심령으로 예배하는 가운데 복을 누리기 바랍니다.
 
4.
그뿐 아닙니다. “너는 하나님 앞에서 함부로 입을 열지 말며 급한 마음으로 말을 내지 말라. 하나님은 하늘에 계시고 너는 땅에 있음이니라. 그런즉 마땅히 말을 적게 할 것이라.”
 
무슨 뜻일까요? 교회에 와서 말 함부로 하지 말라는 뜻이지만, 예배와 관련되어 생각하면 기도에 대한 교훈이기도 합니다. 기도를 소홀히 하지 말라고 합니다. 왜냐하면 하나님은 하늘에 계시고 우리는 땅에 있기 때문이랍니다.
 
하늘에 계시는 하나님은 땅에 있는 너와는 비교할 수도 없는 엄청난 분이시기에 말 함부로 하지 말랍니다. 그러기에 의미없이, 준비되지 않은 그런 기도를 쓸데없이 장황하게 늘어놓지 말랍니다. 경건하고 깊은 생각에서 나온 기도를 하랍니다.
 
의미도 없이 단어 나열하는 기도, 무슨 재담을 하듯이, 웅변을 하듯이 진실성 없이 하는 기도는 이미 죽은 기도입니다. 예수님께서도 기도 생활에 대해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기도할 때에 이방인과 같이 중언부언하지 말라. 저희는 말을 많이 하여야 들으실 줄 생각하느니라.”(마6:7)
 
중언부언이란 한 말 또 하는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본래 말을 잘 못하는 이들은 이럴 수 있습니다. 예수님이 말씀하신 중언부언이란 아무런 생각 없이 길게만 하려고 기도를 늘이는 것을 말합니다. 자기도 모르는 기도를 하는 것입니다.
 
자신이 성전에서 기도하곤 집에 가서 무슨 기도를 했는지 기억하는가요? 의외로 기억 못 하는 이가 많습니다. 그런데 말이죠, 자기도 기억 못 하는 기도를 하나님은 잊지 않고 이루어 달라는 것 자체가 좀 이상하지 않은가요? 진정한 심정에서, 간절한 마음에서 나온 기도라면 어찌 기억하지 못하겠는가요?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많은 이들이 이런 식으로 기도를 합니다. 아무런 진실성도 없이 말을 이어가기 위해 생각에도 없는 기도를 시간 때우기 식으로 합니다.
 
사랑하는 여러분, 하나님의 전에 들어온 여러분, 이제 진실된 기도를, 자신의 영혼이 또렷이 기억하는, 자신의 삶의 진액을 짜내는 자세로 기도의 실을 뽑읍시다. 그것으로 아름답고 튼튼한 기도의 주머니를 만듭시다. 기도를 들으시는 하나님께서 그 주머니 안에 복된 응답으로 가득 채워주실 것입니다.
 
5.
끝으로 하나님의 전에 들어가 하나님 앞에 선 사람, 하나님께 진정으로 예배하는 자는 서원한 것을 이행해야 합니다.
 
“네가 하나님께 서원하였거든 갚기를 더디게 하지 말라 하나님은 우매한 자들을 기뻐하지 아니하시나니 서원한 것을 갚으라.”
 
몸이 많이 아플 때 건강만 찾으면 하나님의 집, 교회를 건축해 바치겠다고 서원한 이가 있었습니다. 그 뒤 건강을 회복했으나 사는 게 바쁘고 힘들어서 서원을 이행하지 못하고 그만 잊어버렸습니다. 세월이 많이 흘러 이제 하나님 만날 날이 다가온다고 느끼는 그 순간, 문득 잊혀졌던 그 서원, 자신이 하나님께 서원한 것이 생각나기 시작합니다. 그러더니 그게 끝내 짐이 되더니 마음의 평화를 잃어버렸습니다.
 
서원은 잊었다고 끝난 게 아닙니다. 서원은 하나님 앞에 남아 있습니다. 그리고 하나님은 그 서원을 찾으십니다.
 
더군다나 이 서원은 강제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당사자의 의지에 의해 자율적으로 이루어진 것이기에 반드시 그에 대한 책임이 당사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강제로, 강요된 서원이라면 책임이 다른 데에 있지만, 아닙니다. 서원은 자율적입니다.
 
자율적이기에 하고 난 뒤에는 그 책임이 분명 자신에게 있습니다. 오늘 말씀은 이렇게까지 말합니다. “서원하고 갚지 아니하는 것보다 서원하지 아니하는 것이 더 나으니”
 
서원을 이행하지 않으려면 차라리 서원하지 않는 것이 훨씬 더 지혜롭고 옳은 자세입니다. 체면 때문에, 교우들 눈 때문에 그만한 믿음과 진실성도 없이 전시적이고 과시적인 서원을 하는 것은 지혜롭지 않습니다.
 
왜? “천사 앞에서 내가 서원한 것이 실수라고 말하지 말라. 어찌 하나님께서 네 목소리로 말미암아 진노하사 네 손으로 한 것을 멸하시게 하랴.”
 
서원한 것을 이행치 않으면, 약은 머리를 굴려 서원한 것이 내 실수였다고 말하며 이행을 미루면 어떤 일이 일어나는가요? ‘하나님께서 진노하사 네 손으로 한 것을 멸하시리라!’
 
모든 것이 무너집니다. 세우기는 어렵지만 무너지기는 너무나 쉬운 것을 아는가요? 하나님께 서원한 것을 이행하십시오. 시간의 서원, 시간을 드리겠노라고 서원하지 않았는가요? 물질의 서원, 물질 축복 주시면 올바른 봉헌 생활과 구제에 힘쓰겠노라고 서원하지 않았는가요?
 
직분의 서원, 이 직분 하나님께서 주신 것이니 죽도록 충성하겠노라고 서원하지 않았는가요? 가정의 서원, 험한 세상에서 이토록 좋은 가정 주심을 감사하며 언제나 주의 말씀과 사랑, 찬양이 충만한 가정이 되도록 하겠노라고 서원하지 않았는가요? 직장의 서원, 좋은 직장, 안정된 직장을 주시면 그곳에서 복의 통로가 되고 교회 생활도 더 열심히 하겠노라고 서원하지 않았는가요? .... 그 서원들, 제대로 이행하고 있는가요?
 
하나님께서 만 배로 갚아주실 것입니다. 마음의 소원을 꼭 이루어 주실 것입니다!
 
6.
2023년 올해, 하나님 계신 성전에 부지런히 출입하십시오. 들어와도 복을 받고 나가도 복을 받을 것입니다. 수시로 예배드리기 위해 드나드십시오.
 
그러나 주의 사항이 있습니다. 성전에서는 예배자다운 태도, 자세를 가지십시오. 말씀을 듣기 위해 힘쓰십시오. 발을 삼가십시오! 올바른 기도, 경건하고도 깊숙한 진실의 기도를 드리십시오! 그리곤 하나님께 서원한 것, 약속한 것을 이행하십시오!
 
“너는 하나님의 집에 들어갈 때에...” “너는 하나님 앞으로 들어갈 때에...” 이곳에 하나님이 계시지 않다면야 우리 마음대로 해도, 우리 자신들의 종교 놀이터가 되어도 상관이 없지만, 그러나 이곳은 분명 하나님이 계시는 하나님의 전, 하나님의 집입니다.
 
2023년 한 해를 살면서 세상에선 “헛되고 헛되며 헛되고 헛되니 모든 것이 헛되도다”(전1:2)라고 탄식하더라도, 주님 계시는 이 성전에 들어와선 정성어린 예배자로 하나님이 주시는 은총과 평강, 그윽한 기쁨과 복을 흠뻑 누리기를 바랍니다. 그래서 복이 되기 바랍니다.
 
“그런즉 내가 하나님의 제단에 나아가 나의 큰 기쁨의 하나님께 이르리이다.”(시43:4a) 세상에선 눈물 골짜기에서 눈물 펑펑 쏟으며 살았더라도, 이 성전에 들어와선 큰 기쁨의 하나님께 예배하며 그 기쁨을 누리는 하늘 백성들로 복이 되어 이 세상을 이겨나가기를!

/왕십리중앙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