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복음 3:1-15) 
 
1.
지난 목요일 노회가 있는 아침, 목이 쉬었습니다. ‘아하, 이게 웬일인가?’ 매우 낭패스러운 기분에 사로잡혔습니다. 노회 산하 113개 교회와 목사 장로 787명의 회집을 종일 이끌어 가야 할 노회장으로 정말 낭패한 일이 벌어진 겁니다.
 
기분이 거시기 해서 애꿎게 주님께 종알거렸습니다. ‘어찌 이러실 수 있습니까?’ 그러자 주님께서 내게 감동 속에 말씀하십니다. ‘네 목소리를 듣고 노회원들이 너를 불쌍히 여길 게다.’
 
개회예배 설교까지는 별 어려움 없이 괜찮았습니다. 그런데 이후 계속 쉬지 않고 말을 하는데 어느 순간에 목소리가 아예 가버렸습니다. 그러면서도 노회 석상에서는 예민한 논쟁거리들이 불쑥불쑥 나오는데 긴장되었습니다. 그럼에도 그때마다 잘 처리하여 진행되었고, 노회 역사상 오전 회무가 12:30까지인데 11:30에 마치게 되었습니다. 대개의 전례에 따르면 12:30도 모자라서 시간 연장을 하며 하댔는데, 이번에는 훨씬 이전에 끝나버렸습니다.
 
다들 얼떨덜하는 가운데 몇 분들이 그럽니다. ‘노회원들이 노회장님 목소리 듣고 불쌍해서 발언들을 안 해서 그럴 거예요.’ 그러니까 주님의 말씀대로 된 것입니다.
 
노회를 마치고 극심한 오한과 40도를 넘는 고열에 고생을 했지만, 지금은 많이 회복이 되었으나 목소리가 돌아오지 않습니다. 그나마 조심조심해서 좀 나아졌다 싶었는데 어제 아침에 안준실 권사님의 딸, 표신희 권사님이 전화하셨습니다. ‘목사님, 엄마 생명지수들이 떨어지고 있어요. 곧 떠나실 것 같아요. 전화로라도 목사님 기도 받고 싶어요.’
 
잠시 난처했습니다. 기껏 주일을 위해 목소리 아끼고 있었는데... 그러나 곧 단호하게 그랬습니다. ‘휴대폰을 스피커폰으로 하세요.’ 그리고 온 힘은 다하여 소리를 질렀습니다. ‘하나님, 이제 우리 안 권사님이 주님께서 오라하시는 길로 나서게 되었습니다. 외롭지 않게 해 주세요, 동행해 주세요, ...’
 
그리고 주일을 앞 둔 어제밤, 목 상태가 나아지지 않고 더 나빠지는 듯해 낙심이 매우 컸습니다. 그렇게 우울해 하는 나에게 주님께서 위로해 주셨습니다. ‘괜찮다. 그게 목사의 심정이고, 그게 목회이다.’
 
게다가 오늘 오후 충무교회 임직식엔 금요일에 부노회장을 보내야겠다 싶었는데 충무교회에서 싫답니다. 몸을 움직일 수 있으면 어떤 소리도 좋으니 그냥 오랍니다.
 
암튼 우리 왕중가족에게 참으로 미안한 마음입니다. 부흥회도 내일부터인데 ... 저를 불쌍히 여기신다면 내일부터 부흥회에 다들 참여하시기 바랍니다.
 
어젯밤 뉴스를 보니 요즘 인후염을 동반한 독감 발생율이 40% 늘었답니다. 감기 조심하세요.
 
2.
오늘 말씀은 두 사람의 대화입니다. 예수님과 니고데모! 예수님이야 다 아실 테고, 니고데모는 누구입니까? 그는 바리새인입니다. 바리새인은 당시 민중의 지도자였습니다. 이들은 조금 지나치게 ‘나는 너보다 더 거룩하고 경건되게 산다’라는 교만한 태도와 외식주의에 젖어 있었기에 예수님의 책망을 많이 들었지만 그들은 그래도 상당한 애국자들 이었으며, 신앙적으로 매우 열심이었습니다.
 
또 니고데모는 유대인의 관원으로 산헤드린의 회원, 일종의 국회의원이라고 할까, 아무튼 상당히 높은 지위에 있었고, 직업적인 율법학자인 서기관이며 교사였습니다.
 
이 니고데모가 예수님께 찾아와 말합니다. “랍비여 우리가 당신은 하나님께로부터 오신 선생인 줄 아나이다. 하나님이 함께 하시지 아니하시면 당신이 행하시는 이 표적을 아무도 할 수 없음이니이다.”
 
그러자 예수님께서 뭐라 하십니까? “진실로 진실로 네게 이르노니 사람이 거듭나지 아니하면 하나님의 나라를 볼 수 없느니라.”
 
이 대화가 흐름이, 맥이 맞는 대화입니까? 서로 어긋나는 대화입니다. 아니, 니고데모의 말은 인사성의 말이기에 그렇다 쳐도, 예수님의 대답은 아무래도 어울리지 않습니다. 대화의 흐름도 모르는, 동문서답같이 튀어나온 말입니다. 왜 그러셨을까요?
 
계속 보세요. 니고데모의 말, “사람이 늙으면 어떻게 날 수 있사옵나이까? 두 번째 모태에 들어갔다가 날 수 있사옵나이까?”
 
이에 예수님의 말씀, “진실로 진실로 네게 이르노니 사람이 물과 성령으로 나지 아니하면 하나님의 나라에 들어갈 수 없느니라.”
 
역시 뭔가 흐름이 껄끄러운 대화입니다. 이에 니고데모의 반응, “어찌 그러한 일이 있을 수 있나이까?” 그러자 예수님의 대답, “너는 이스라엘의 선생으로서 이러한 것들을 알지 못하느냐.” 예수님께서 조금 짜증나신 듯 한 반응이십니다. 왜 그러셨을까요? 왜 짜증을 내셨을까요?
 
그러면서 말씀하십니다. “내가 땅의 일을 말하여도 너희가 믿지 아니하거든 하물며 하늘의 일을 말하면 어떻게 믿겠느냐? 하늘에서 내려온 자 곧 인자 외에는 하늘에 올라간 자가 없느니라.”
 
3.
땅의 일, 하늘의 일이 구분됩니다. 땅의 일은 뭐고, 하늘의 일은 뭔가요? 2장 끝에서 사람들이 예수님의 표적을 보고 예수를 믿었다고 하는데, 이상하게도 예수님은 그런 이들에게 자신을 의탁하지 않았다고 하십니다. 왜? 그 속셈, 그 뜻을 알기 때문이랍니다.
 
땅의 일, 이 세상에서 벌어지는 기적과 이적들은 신앙의 본질적인 것으로 더 나아가지 못합니다. 그야말로 놀랍고 기막힌 역사라 할지라도 그건 땅의 일입니다. 이 땅에서나 감탄하고, 놀랍고, ‘세상에 이런 일이!’하는 차원에 불과할 뿐, 거기에 담겨있는 하나님의 마음, 메시지를 읽지 못하고 깨닫지 못합니다. 그러기에 이렇게 땅의 일을 보여주고, 말해 주고, 체험케 하여도 제대로 믿지 않는데, 하늘의 일을 말하면 과연 제대로 믿겠느냐는 예수님의 말씀입니다.
 
그러면 하늘의 일은 뭡니까? 애매하지요?
 
예수님의 기적 베풂, 능력 행함, ... 굉장했지만 그것은 다 땅의 일입니다. 니고데모를 비롯해 사람들은 그게 굉장하다고 하늘의 일이라고 생각했지만 예수님께 그것은 땅의 일이었습니다. 진정 예수님께서 알려주고 싶었던 것은 아닙니다. 그러면 예수님이 그토록 말씀하고픈 하늘의 일은 뭔가요? 죽어서 저 세상 가서 하는 일? 아닙니다!
 
예수님께서 니고데모와 나눈 이야기의 결론, 끝이 이렇습니다. “모세가 광야에서 뱀을 든 것 같이 인자도 들려야 하리니 이는 그를 믿는 자마다 영생을 얻게 하려 하심이니라.”
 
모세가 광야에서 뱀을 든 것이란 무엇이냐 하면, 출애굽한 이스라엘 백성들이 광야 생활을 할 때, 길이 험하다고 불평을 늘어놓으며 지도자 모세를 공격하고, 불신의 태도를 보이자, 하나님께서 불 뱀들을 보내셨고, 이에 사람들은 불 뱀에게 물려 죽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백성들이 모세에게 나아와 부르짖으며 회개하자, 하나님께서 구리 뱀을 만들어 장대에 높이 달게 하였고, 누구든지 그 구리 뱀을 쳐다보면 죽지 않고 살게 하였습니다.
 
그러니까 이 장대에 높이 달린 구리 뱀은 십자가의 상징이었습니다. 죽음의 위기에 빠진 이들 중 누구든지 쳐다만 보면 산다는, 믿음과 순종, 그리고 구원의 상징, 십자가를 믿기만 하면 구원을 얻는다는 바로 그 의미와 같은 것이었습니다.
 
예수님은 결론 내리시기를 십자가에 당신이 달릴 것이며, 그것을 바라보는 자, 믿는 자는 구원을 얻어 영생을 얻을 것이라고 하신 것입니다.
 
게다가 오늘 본문 바로 뒤에는 이 기막힌 말씀이 따라붙어 있습니다.
 
“하나님이 세상을 이처럼 사랑하사 독생자를 주셨으니 이는 그를 믿는 자마다 멸망하지 않고 영생을 얻게 하려 하심이라.”
 
물론 이 말씀이 예수님께서 니고데모와 대화를 하다가 하신 말씀이냐, 아니면 요한복음의 기록자인 사도 요한의 해설이냐에 대해선 여러 학설이 있습니다. 그러나 어떻든 간에 니고데모와 대화하시며 내린 결론은 분명합니다. 구원의 역사, 하나님께서 보여주신 십자가를 통한 구원의 역사가 결론입니다.
 
이게 하늘의 일입니다! 거듭남의 역사, 하나님의 자녀가 되는 일, 십자가를 보고 거기에 담긴 하나님의 사랑을 신뢰하면 죽음에서 영생으로 구원함을 얻는 일, 그러기에 하나님이 세상을 이처럼 사랑하사 독생자를 주셨으니 ... 이 사실을 믿습니까?
 
“예수께서 대답하여 이르시되 하나님께서 보내신 이를 믿는 것이 하나님의 일이니라.”(요6:29) 예수 잘 믿는 것이 하나님의 일, 하늘의 일입니다!
 
4.
그런데 니고데모는 예수님의 이 말씀을 제대로 이해했을까요? 요한복음을 읽다 보면 대화의 흐름에 잘 이해가 안 되는 장면들이 몇 곳 있는데, 그 중에 으뜸이 이 장면, 니고데모와 예수님과의 대화입니다. 니고데모와 예수님의 대화는 서로 평행선을 달리는 대화입니다. 잘 맞지 않습니다. 동문서답의 대화를 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두 사람의 대화는 매듭이 없습니다. 알았다던지 모르겠다던지 뭐 끝이 있어야 하는 데, 없습니다. 니고데모는 슬그머니 사라집니다.
 
니고데모는 어디로 갔을까요? 예수님과의 이 애매한 대화 한 번 나누고서는 진리를 깨닫고 도통하였다고 정상에 섰을까요? 아니면 예수는 이해 못할 사람이라고 아예 돌아보지도 않고 무시해 버렸을까요?
 
니고데모는 요한복음에만 등장하는데, 모두 3번 등장합니다. 독특한 것은 이 3번 등장할 때의 니고데모 모습들은 조금씩 변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오늘 본문인 3장에는 예수님께 관심이 있어서 찾아오긴 했지만 한밤중에 찾아오는, 즉 남의 눈을 의식하는 모습으로 등장합니다. 예수님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그냥 사라진 모습으로 등장합니다.
 
그런데 7장에 가서는 예수님을 비난하는 동료들에게 율법 조항을 들어 예수님을 조심스레 옹호하는 모습으로 등장합니다. 그러더니 19장에서는 예수님의 제자들마저 다 도망가 버린 상황인데 이 니고데모가 담대히 나서서 아리마대 요셉과 함께 예수님을 장사 지내는 장면이 나옵니다. 연약한 초신자의 모습에서 성숙하고도 담대한 신자로 변해 가는 니고데모의 모습을 요한복음은 보여줍니다.
 
니고데모의 신앙은 저절로 성장했을까? 예수님 한 번 만나더니 비약적인 발전을 하여, 그야말로 영안이 활짝 열려 다 알게 된 것일까요? 한번 예수님의 기를 받더니 도통한 사람이 된 걸까요?
 
5.
수난 주간에 복음서를, 묵상하던 중에 예수님은 집회를 많이 하셨다는 것이 새삼 눈에 들어왔습니다. 산상수훈도 그 중에 하나로, 수많은 사람이 몰려와 산에서 집회하시며 말씀하셨고, 베드로를 사람 낚는 어부로 만드신 배위에서 집회를 하실 때도 많은 사람이 있었고, 물고기 몇 마리, 보리 떡 몇 개로 수천 명을 먹이실 때도 집회 끝난 후에 그리하셨습니다.
 
특별히 마15장에 이런 장면 있습니다. “예수께서 제자들을 불러 이르시되 내가 무리를 불쌍히 여기노라 그들이 나와 함께 있은 지 이미 사흘이매 먹을 것이 없도다 길에서 기진할까 하여 굶겨 보내지 못하겠노라.”(마15:32)
 
예수님께서 갈릴리 호숫가의 산에서 집회를 하셨는데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와 저는 사람, 장애인, 맹인, 말 못하는 사람 등등을 다 고쳐주셨답니다. 그렇게 며칠 동안 집회를 하셨는가 하면 사흘 동안 하셨답니다. “그들이 나와 함께 있는지 이미 사흘이매 먹을 것이 없도다. 길에서 기진할까 하여 굶겨 보내지 못하겠노라.”
 
사흘 동안 산상 집회를 했는데 먹을 것 미리 충분히 들고 온 이들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집회 마치고 돌아갈 때 길에서 기진할까 예수님께서 걱정하실 정도였습니다.
 
다시 말해 정말이지 많은 사람들이 예수님의 집회에 나왔다는 뜻입니다. 한 번 듣고 두 번 듣고, 계속 들었다는 뜻입니다. 그러기에 성경은 증언합니다. “그러므로 믿음은 들음에서 나며 들음은 그리스도의 말씀으로 말미암았느니라”(롬10:17)
 
믿음은 들어야 생깁니다. 자꾸 자꾸 말씀을 듣고 묵상하는 가운데 믿음은 자랍니다. 믿음은 어느날 갑자기 깨달았다고 생기는 게 아닙니다. 어느 순간 깨달았다는 것은 불교에서 하는 해탈의 순간이고, 우리 하나님의 말씀에는 그런 것보다 듣고 또 듣는 가운데, 묵상하고 또 묵상하는 가운데 믿음이 자랍니다.
 
그러기에 기독교 신앙에서 가장 위험한 것은 바쁜 겁니다. 우리는 바쁘다고 하면 다 통합니다. 바쁘다고 하면 교회에 안 나와도, 예배를 안 드려도, 기도를 하지 않아도, 섬김과 봉사를 하지 않아도 다 용납되는 분위기입니다. 그러다가 망합니다. 바쁜 게 능사가 아닙니다. 어느 의미에선 바쁜 건 나쁜 거랍니다.
 
바쁜 일과를 잠시 멈춥시다. 그리고 도시락 싸들고, 보따리 짐 꾸려서 산상 집회라도 찾아갑시다. 내 어릴 때 믿음의 어른들은 삼각산 집회에 이부자리 싸들고 찾아가곤 했습니다. 우리 엄마도 그랬습니다. 나도 덩달아 따라가서 왜 우는지도 모르면서 울었습니다.
 
그런데 그런데 말입니다, 예수님과 첫 번 만남에서 애매하게 사라진 니고데모, 이 니고데모가 그 후에 예수님의 집회에 참석했을까요, 안 했을까요? 했을 겁니다. 그러기에 그의 신앙은 차츰차츰 조금씩 조금씩 성장 성숙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6.
내일부터 부흥사경회입니다. 어떠십니까? 신앙이 자라기를 원하는 분들, 좀 더 내면의 세계, 내 영이 자라기를 원하는 분들은 만사를 체지고서라도 집회에 참여합시다. 우리 주님께서 우리에게 하고픈 말씀들이 있을 것입니다.
 
오늘 말씀의 장면에서 슬그머니 사라진 니고데모, 어디로 갔을까요? 부흥회 갔습니다. 거기서 멀찍이서 라도 은혜 받고 하나님의 사람으로, 그야말로 예수님의 시신을 책임질 수 있을 만큼의 성도로 성장했습니다.
 
이번 부흥회를 통해 우리의 신앙도 더욱 성장, 성숙하기를!

/왕십리중앙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