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야 43:1-7) 
 
1.
오늘 읽은 성경 본문 중에 어디에서 은혜를 받으셨습니까? 아마도 많은 분이 1, 2절에서 은혜를 받으셨을 겁니다.
 
“야곱아 너를 창조하신 여호와께서 지금 말씀하시느니라. 이스라엘아 너를 지으신 이가 말씀하시느니라. 너는 두려워하지 말라. 내가 너를 구속하였고 내가 너를 지명하여 불렀나니 너는 내 것이라. 네가 물 가운데로 지날 때에 내가 함께 할 것이라, 강을 건널 때에 물이 너를 침몰하지 못할 것이며, 네가 불 가운데로 지날 때에 타지도 아니할 것이요 불꽃이 너를 사르지도 못하리니 대저 나는 여호와 네 하나님이요 이스라엘의 거룩한 이요, 네 구원자임이라!”
 
우리는 얼마나 힘든 세상을 사는지, 늘 성경을 읽으면 이런 구절에서 은혜가 팍팍 옵니다. 그래서 밑줄을 긋고 또 긋습니다.
 
사랑하는 여러분, 여러분의 삶 속에 가급적이면 이런 위험과 두려운 일들과 무서운 환난이 없기를 바랍니다. 그러나 행여나 그런 무서운 일들이 주변에서 생길 때, 나는 오늘 말씀하시는 주님의 음성이 여러분의 삶 속에 또렷이 들려지기 바랍니다.
 
“두려워하지 말라, 내가 너를 구속하였고 지명하여 불렀나니 너는 내 것이라! 내가 너와 함께 할 것이라. 대저 나는 여호와 네 하나님이요 네 구원자임이라! 물이 너를 침몰치 못할 것이요, 불꽃이 너를 사르지도 못하리라!”
 
하나님께서 여러분과 함께하시고, 지키시는 가운데 그 두려움의 실체들은 모두 종이호랑이에 불과하기를 축원합니다.
 
2.
그런데 말이죠, 언젠가 마음이 답답하여 홀로 이사야서를 읽어 나가는 중, 오늘 읽은 본문에서 내 눈에 확 들어오는 말씀이 있었습니다. 정말이지 읽고 또 읽은 이사야서인데, 그날따라 이 말씀이 갑자기 마음 안으로 크게 들어왔습니다.
 
“네가 내 눈에 보배롭고 존귀하며 내가 너를 사랑하였은즉”
 
전에는 언제나 앞의 1, 2절 말씀만 눈에 들어오곤 했는데, 이번에는 전혀 다른 4절의 말씀이 내 눈에 확대되더니 마음속으로 쑤욱 들어왔습니다. 무슨 의미가 있는 걸까요?
 
우리 성경은 조금 애매한 데가 있어서 히브리 원어 성경과 영어 성경을 보았더니 이렇게 되어 있습니다. ‘네가 내 눈에 보배롭고 존귀하며’와 ‘내가 너를 사랑하였은즉’의 문장 사이에 단어 하나가 들어가 있는데, 영어 단어 ‘because’였습니다.
 
즉, 네가 내 눈에 보배롭고 존귀한데, 왜냐하면 내가 너를 사랑하였기 때문입니다!
 
카투사 군인 시절, 부산 서면의 하야리야 부대 병원에서 근무하였습니다. 그 시절, 내가 미군들에게서 인기가 좀 있었습니다. 엘비스 프레슬리 노래를 잘 부른다고 날 ‘양비스 프레슬리’라고 부르며 좋아했습니다. 유난히 흑인 병사들이 날 좋아했는데, 아마도 외모가 비슷해서 그랬는지...
 
어느 날 가까이 지내는 ‘톨리’라고 하는 한 흑인 병사가 내게 다가오더니 미국 본토에 있는 자기 애인의 미모를 보라며 사진 한 장을 보여줍니다. 얼마나 이쁘길래 그러는가 싶어서 봤는데, 좀 미안한 표현이지만, 내가 보기엔 이건 거의 오랑우탄과 비슷한 수준의 얼굴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녀석은 얼마나 예쁜지 모르겠다고 자랑입니다.
 
왜 이렇게 예쁘게 보이는 걸까요? 내 안에 사랑의 마음이 가득하면 모든 것이 다 사랑스럽습니다. 환경은 전혀 바뀌지 않았어도 내 안에 이 사랑이 차오르면 모든 것은 사랑스럽습니다.
 
반면에 내 안에 미움이 가득하면 모든 것이 다 불만족스럽고 싫습니다. 이 세상을 가장 신선하고 긍정적으로 보는 이들이 누군지 아십니까? 사랑에 빠진 이들, 막 결혼한 신혼부부들입니다. 사랑에 푹 빠진 이들은 웬만한 것들은 다 긍정적으로 넘어갑니다. 세상이 이토록 사랑스러운가 노래합니다.
 
그러나 실연당한 사람들, 세상이 어둡고 무섭습니다. 심지어 살고프지 않습니다. 그래서 종종 자살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흉포(凶暴)해지는 이도 있습니다. 그만 헤어지자고 하자 칼로 살해하는 세상입니다. 우리 마음에 사랑 대신 미움이 들어가면 세상은 단번에 달라집니다.
 
미운 사람은 왜 생기는 걸까요? 모두들 다 이유가 있습니다. 그래서 미워집니다. 그런데 해결하려면 그런 이유, 원인들만 찾아선 결코 해결이 안 됩니다. 자기주장만 하고, 자기 이유만 들이대서는 결코 해결이 안 됩니다. 더군다나 설득에 의해선 더더욱 안 됩니다. 아이들은 모르지만, 나이들은 이들, 어른들은 결코 말로 해서 변하지 않습니다. 이미 굳어질 대로 굳어졌기에 변화되지 못합니다.
 
결혼하고부터 부부가 싸우는 이유는, 상대방을 자기 뜻대로 바꿔보려고, 변화시켜 보려고 하기에 싸웁니다. 그러나 어느 순간에 그것을 포기할 때 그 부부에게는 평화가 찾아듭니다. 성인들은 변화 못 시킵니다. 자기가 스스로 변화되기 전에는 결코 억지로, 강제로 타인이 변화 못 시킵니다. 성령의 큰 감동이 오기 전에는, 그야말로 절망적인 병으로 죽었다 살아나기 전에는 결코 사람의 논리와 설득으로 변화시키기 어렵습니다.
 
인간관계에서 누구로부터 상처를 받고, 그 사람의 잘못으로 인해 아픔을 당했을 때, 그것을 상대방에게 아무리 설명해도 상대방은 동의하지 않습니다. 인식하지 못합니다. 서로 따지고 따져봐야 수긍하지 않습니다. 거기엔 해결책이 없습니다.
 
이땐 다른 길 없습니다. 예전의 좋은 생각들, 감정들, 추억들을 살려내야 합니다. 내 안의 미움과 증오의 감정보다 그 좋았던 시절, 그 감정들을 더욱 키워내야 합니다. 그러면서 서서히라도 내 안에 사랑을 회복해야 합니다. 그리하면 상대방이 드디어 보배롭고 존귀하게 보이기 시작합니다.
 
바라건대 우리들이 서로를 바라보는 눈과 마음에 이러한 사랑이 가득하기를 바랍니다. 그리하여 서로가 보배롭고 존귀하게 보이는 사랑이 충만한 역사가 있기를 바랍니다.
 
3.
그런데 이 말씀이 왜 갑자기 내 마음속에 들어왔을까요? 수도 셀 수 없을 만큼 읽고 또 읽은 말씀이었는데, 왜 하필 그때 굳이 이 말씀이 내게 들어 왔을까요?
 
나에겐 읽고 또 읽어 낡아서 바꾼 성경책들이 있는데, 그 성경책들을 다 뒤적여 보아도 이 부분, 이사야 43장에서 밑줄 그어진 부분은 1-3절 초반부까지뿐입니다. 단 한 번도 4절에 밑줄이 그어진 게 없습니다. 그런데 왜 갑자기 이 부분이 나에게 찾아왔을까요?
 
이 말씀을 읽을 당시 나는 나 자신이 못마땅했고, 무능한 나 자신에게 낙심이 되어 주저앉아 있었습니다. ‘야, 양 목사, 이거밖에 안 되냐?’하는 자괴감과 자책감으로 매우 침울하고 답답할 때를 보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주님께서 이런 나를 보시고 하시는 말씀이 ‘네가 내 눈에 보배롭고 존귀하며’ 하십니다.
 
이런 기가 막힐 일이 사실 어디 있습니까? 나는 나 자신을 이렇게 한심하게 보고 있는데, 주님은 이런 나를 보배롭고 존귀하게 보고 계시며 나를 사랑하신다고 하십니다. 세상에!
 
이 놀라운 감동에 정신이 나서 다시 본문을 깊이 들여다보았습니다. 오늘 말씀을 이해함에 있어서 우리가 유의해야 할 것은, 이사야가 이렇게 대언하는 말씀의 배경입니다. 즉 이 말씀을 받는 이스라엘의 형편 말입니다. 이 놀라운 하나님의 사랑의 고백을 듣고 있는 이스라엘 백성들의 형편은 어떠했습니까?
 
그들은 하나님께 불순종하고 범죄하였습니다. 그리곤 징계를 당하여 나라를 잃고 세계에 흩어진 때입니다. 그러니 그들이 뭐 잘한 게 있겠습니까? 얻어맞아도 싸다고 여겨지는 그러한 때, 매 맞고 흩어져 버린 그들을 향하여, 망해 버린 그들을 향하여 하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신 겁니다. ‘네가 내 눈에 보배롭고 존귀하며!’
 
이해할 수 있습니까? 나는 이해할 수 없습니다. 범죄하고 매 맞아 초라해진 이들을 향해 보배롭고 존귀하다니? 잘나고, 순종 잘하고, 잘 나가고, 세상에서도 존경받고, 높은 지위에 있고, ...뭐 그런 이들을 향하여 ‘네가 내 눈에 보배롭고 존귀하며’ 하신다면 이해할 수 있는데, 세상에서조차 별 볼 일 없어 위태위태하게 살아가는 초라한 이들을 향하여 ‘네가 내 눈에 보배롭고 존귀하며’ 하십니다.
 
내가 마치 그랬습니다. 무능함 속에 주저앉아 초라하게 있는데, 이런 나를 보시고 보배롭다, 존귀하다, 사랑한다 하시니 이런 말도 안 되는 경우가 있습니까? 정말 그렇지 않습니까? 괜히 하나님께서 나를 떠보시려고, 약 올리려고 그러시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그 순간, 이런 마음이 듭니다. 사업에 실패한 이, 입시에 떨어진 이, 장가도 못 가는 놈, 돈도 제대로 벌지 못하는 눔, 하는 일마다 제대로 성공하지 못하는 것, .... 얼마나 속상합니까!
 
그러나 그런 이들이라 할지라도 그들이 보배롭고 존귀하며 사랑스럽게 보이는 이들이 있습니다. 모두들 손가락질하며 못난이, 문제아라고 하는데도, 여전히 그들이 보배롭고 존귀하게 보이는 이들이 있습니다. 누굴까요? 그 부모입니다!
 
자식이 입시에 떨어졌을 때 화가 나서 야단은 쳤지만, 밥도 못 먹고 방에 처박혀 나오지 않는 것을 보며 마음이 안쓰러워집니다. 왜? 그 어미이기에! 돈도 제대로 못 벌어오는 자식, 속이 상해 쓴소리했지만, 한편으론 ‘제 마음은 어떨꼬...’ 하는 마음에 불쌍한 생각이 듭니다. 왜? 그 애비이기에!
 
그러니까 못난이를 보고, 실패한 이를 보고 ‘네가 내 눈에 보배롭고 존귀하며’라고 말할 수 있는 이는 누구입니까? 그 부모입니다! 그 어미요 애비입니다.
 
그렇다면 이토록 실패하고 낙심하고, 주저앉아 있는, 초라한 나를 향해 ‘네가 내 눈에 보배롭고 존귀하며’라고 말씀하시는 하나님은 나에게 누구이십니까? 나의 어버이! 나를 무한히 사랑하시는 분, 그러기에 나는 하나님의 아들이요 딸입니다. 믿습니까?
 
비록 실패하고 넘어지고 쓰러졌어도 다른 이들과 비교해 부족하고 부족하여도, 나는 하나님 눈에 보배롭고 존귀합니다!
 
말 잘 듣고, 성공하고, 착하기에 내가 보배롭고 존귀한 게 아닙니다. 잘 나가기에 보배로운 게 아닙니다. 맨날 넘어지고, 시험 들고, 쓰러져도 난 하나님의 아들이기에, 하나님의 딸이기에 하나님 보시기에 보배롭고 존귀한 것입니다.
 
사랑하는 여러분, 우리는 하나님의 자녀가 되었습니다. 요 1:12에 “영접하는 자 곧 그 이름을 믿는 자들에게는 하나님의 자녀가 되는 권세를 주셨으니” 합니다. 예수님을 믿음으로, 영접함으로 하나님의 아들, 딸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것을 권세라고 하는데, 왜 권세라고 하는 걸까요? 이 권세는 어느 정도 놀라운 것이요 막강한 것입니까?
 
어떤 모습, 어떤 상황이라 할지라도 이제 우리의 삶은 하나님 보시기에 보배롭고 존귀합니다! 왜? 우리는 하나님의 아들이요 딸이 되었기에, 하나님은 우리의 아버지요 어머니가 되셨기에, 이제는 우리에게 영원토록 그 무한하신 하나님의 사랑, 어버이 같은 내리사랑이 우리에게 있습니다. 믿습니까?
 
하나님을 더는 두렵고 무서운 분으로 여기지 않아도 됩니다. 그 하나님은 나의 아버지, 나의 어머니이십니다. 이 믿음으로 살아갑시다. 이 믿음 속에 세상을 이길 힘이 있습니다.
 
언제부터인지 한국 교회 안에 이상한 바람이 불었습니다. 큐티, 경건생활, 제자 훈련, ... 뭔가 훈련을 받지 않으면, 뭔가 규칙적인 경건 생활을 안 하면 큰일 나는 줄 압니다. 하나님에게서 떨어져 나가는 줄 압니다. 그건 권세 없는 자식입니다. 예수님을 영접하고 하나님의 자녀가 된 것은 권세라고 했습니다. 무슨 권세가 그리 약합니까?
 
난 하나님의 아들, 하나님의 딸. 하나님은 나의 아버지, 나의 어머니란 분명한 의식이, 그 권세가 이 세상을 이기게 합니다.
 
4.
여러분이 여러분 자신을 보기에 어떨지 모르지만, 주님께서 여러분을 보시기에 여러분은 보배롭고 존귀합니다. 그러므로 스스로 자신을 비하시키지 말고, 이토록 하나님께서 자신을 귀하고 보배롭게 보시고 대하심에 감사하여 이제는 주님을 위해,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 사십시오.
 
내가 너를 보기에 너는 너무 귀하고 아름답답니다. 왜? 내가 너를 사랑하기에! 내가 네 애비이기에! 그러기에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 당신의 삶 속에서 그 사랑 받고 있지요!’란 찬송이 가능한 것입니다. 이 하나님의 사랑 흠뻑 받고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 창조된 하나님의 자녀로 승리하는 삶이 되기를 바랍니다.
 
오늘 본문의 주제 ‘너는 내게, 내가 보기에 너무 너무 사랑스럽고 귀하다’는 말씀의 결론은 7절 말씀입니다.
 
“내 이름으로 불려지는 모든 자 곧 내가 내 영광을 위하여 창조한 자를 오게 하라. 그를 내가 지었고 그를 내가 만들었느니라.” 할렐루야!
 
사랑하는 여러분, 하나님의 사랑 받는 자녀로 이젠 더욱 당당하게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 삽시다. 꼭 그리 살기를!

/왕십리중앙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