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릴 적부터 잔소리 듣는 것을 싫어했습니다.
이래라 저래라 하는 것이
이상하게도 자존심이 상하는 것 같았습니다.
좀 건방졌었나 봅니다.
 
그래서 그랬는지 목회를 하면서도
교우들에게 이래라저래라하는 것이 싫었습니다.
설교도 훈계조의 설교를 피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가급적이면 이래라저래라 하는
구체적으로 훈계하는 설교는 피하려고 애를 썼습니다.
그러다 보니 어떨 때는 설교가 두루뭉술합니다.
 
하지만 그게 내 나름대로 옳은 설교라고 생각합니다.
설교는 하나님의 성령께서
주의 종을 통해 말씀하시는 거라고 하면서도
어떨 때는 목사님들이 너무 구체적으로
자기 말을 하는 듯합니다.
얼마나 세세하게 이래라 저래라 하는지
이건 마치 유치원생들에게 아침에 일어나면 세수하고
양치질은 위로 아래로....
뭐 이런 식으로 시시콜콜 가르치는 것 같습니다.
 
때로는 믿음 생활에 경계를 그어주고 담을 굳게 쌓으며
거기서 조금이라도 벗어날 수 없을 것 같은,
그랬다가는 큰일 날 것 같은
그런 분위기, 그런 율법적 느낌이 들 때가 많습니다.
그러나 나는 의도적, 집요하게
뭔가를 전하려고 하는 설교는 피하고 싶습니다.
 
그러기에 그냥 성경 본문에 충실하여
참 의미와 적용될만한 것들을 잠깐 소개하는 정도입니다.
물론 어떤 목회적 의도가 담긴 설교를 할 때도 있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은 두루뭉술, 큰 틀의 설교를 합니다.
내 설교에는 많은 빈 곳이 있습니다.
그 공간은 각자의 처지와 형편에 따라
성령님께서 채워주실 공간입니다.
나는 내가 말하기보다 성령께서 말하시기를 원합니다.
구체적으로 세세하게 일러주기보다 큰 틀을 전해주면
성령께서 각자에게 합당한 감동으로
깨우치시고 일러주시기를 바랍니다.
내가 하는 말보다
성령께서 감동 주실 공간이 훨씬 더 큰 것이 좋습니다.

/왕십리중앙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