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소천한 지 반년이 지나간다. 그런데 갈수록 빈자리가 커 보인다. 처음 몇 개월은 큰 짐을 벗은 것처럼 홀가분했다. 아내가 소천하기 전 몇 개월 동안 나는 온종일 간병하랴, 가정 살림하랴 너무 지쳐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른 아침부터 혈당과 체온, 산소포화도 체크한 후 인슐린 주사를 놓아야 하고 하루 세 번에 걸쳐 약을 챙겨주고 세 끼 식사를 준비해야 했다. 무엇보다도 가장 신경을 써야 하는 것은 목관의 염증을 예방하기 위해 드레싱을 해주는 것과 오전 오후 시간에 석션기를 통해서 가래를 배출해 주어야 했다.

 

그때마다 엄청난 가래양이 배출되어 가슴을 졸이어야 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다가 한순간 모든 간병일에서 벗어나니 처음에는 극심한 고통에서 해방된 기분이었다. 일상생활도 매주 한 번씩 아내를 간병하던 분이 와서 밑반찬과 청소, 빨래와 다림질을 해주니 아무 어려움이 없었다. 지금은 마트에 가면 반찬 자료나 생활용품들이 다양하기에 혼자 살기에도 편한 세상이 되었다. 처음에는 혼자 밥먹는 것이 너무나 적응이 안 되었으나 지금은 음식 쟁반을 들고 컴퓨터나 TV 앞에서 유튜브나 드라마를 보면서 먹으면 별 불편함이 없다.

 

처음에는 산책하다가 아주 힘들게 절룩이면서 걷는 분이나 휠체어를 타고 가는 분을 만나는 때, 혹은 아내가 엄청난 약을 조제 받아 오던 약국을 지나갈 때, 자주 가던 병원에서 젊은 의사 앞에서 조바심치며 앉아 있던 생각이 들 때, 또는 요양원의 비참한 실상을 들을 때, 아내가 아플 때마다 눈물을 흘리던 모습, 약에 취해서 소파에 앉아 잠에 취해 있던 모습, 조금 걷다가 힘들어 주저앉던 모습이 생각날 때 오히려 “하나님, 아내를 눈물도, 아픔도, 고통도 없는 천국으로 데려가시니 감사합니다.”라는 기도를 드릴 수 있었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집안 여기저기에서 느껴지면서 아픔을 주던 아내의 눈물과 아픔, 고통의 흔적들이 점점 희미해지고, 건강한 모습의 아내가 사람들을 환대하던 모습이 떠오르면서 빈자리가 점점 커 보이는 것을 느끼게 된다. 귀한 손님이 우리 집을 방문할 때, 어느 부부가 식사 초대할 때, 장마철에 김치부침개나 잔치국수를 만들어 주던 때가 불현듯 떠오를 때, 무엇보다도 자녀들의 가정 이야기나 가정사를 의논하고 싶을 때 아내의 빈자리가 왜그리 커 보이는 지 모르겠다.

 

예전 고향 집에 갔을 때 새벽에 어머니와 아버지가 두런두런 가정 이야기하시는 것을 들으면서 잠이 깨던 생각이 떠오르면서 이른 새벽에 깨어나 아내의 빈자리를 더듬어본다. 산책하면서 불루투스로 듣는 가곡(歌曲)도 온통 그리움으로 채색되어서 듣노라면 마음을 먹먹하게 한다. 찬송가를 듣거나 부르노라면 목회하던 시절 새벽기도회, 밤9시기도회, 금요철야기도회, 산상기도회 때 부부가 전력을 다해 교회성장을 위해 힘쓰던 기억이 떠오르면서 눈시울을 적시게 한다.

 

입추(立秋)가 지나면서 아침저녁으로 짝을 부르는 풀벌레 소리들이 더 마음 속 깊은 감성을 울리게 한다. 아내의 생일인 칠석(음력 7월 7일)이 가까워지면서 문득 아내 생각이 떠오른다. 아내의 생일 때는 거의 매년 승용차를 몰고 전국 유명관광지를 찾아갈 때 아내는 소녀처럼 얼마나 즐거워 했던가? “주여, 점점 커가는 아내의 빈자리는 주님 외에는 아무도 채울 수 없나이다. 이제 오직 주님만 바라보오니 이 빈 마음을 사랑으로 채워주심으로 이제 주변에 불우한 자들에게 그 사랑을 베풀 수 있는 남은 삶을 살게하옵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