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와 식탁에 둘러앉아 함께 식사를 하게 되면 평소보다 친밀감, 유대감, 행복감을 더욱 크게 느낄 수 있습니다. 음식을 먹는 행위는 즐거운 것이기 때문에 식사 시간에는 화낼 일 없이 더 좋은 기분으로 대화할 수 있습니다. 평소에는 직접 눈을 마주치며 대화할 때 과도한 긴장과 불편함을 느끼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함께 식사하는 자리에서는 상대와 눈을 마주치는 대신 음식을 볼 수 있습니다. 눈을 마주치는 대신 음식으로 시선을 돌릴 수 있는 상황에서 사람들은 더 솔직하게 이야기를 할 수도 있습니다. 회의를 하다가 함께 식사를 하게 되면 건설적인 논의를 할 수도 있습니다.

 

포유류 중에 유일하게 사이 좋게 음식을 나눠 먹는 동물은 사람이라고 합니다. 인간과 가장 비슷한 동물인 오랑우탄이나 침팬지도 먹을 때에는 혼자서 먹는다고 합니다. 만약 먹던 중에 눈이라도 마주치면 마치 자기 것을 빼앗아 먹으려 드는 줄 알고 싸움이 일어난다고 합니다. 하지만 사람은 어느 나라 문화를 봐도 함께 식사합니다. 가족들과 함께 할 때도, 집안 사람들이 함께 모임을 할 때도, 이웃들과 함께 경조사를 치를 때도 더불어 음식을 먹습니다. 같이 음식을 먹으면서 동질감과 하나됨, 그리고 함께 함의 감동을 더욱 진하게 느끼게 됩니다.

 

사랑방에 심방을 가서 함께 식사하다 보면 너무나 아름다운 모습을 종종 보게 됩니다. 마구 떠들며 천방지축 뛰어다니던 아이들이 밥 먹는 시간에는 모두 모여 앉습니다. 어린 아이들은 주로 엄마 아빠가 품에 안거나 옆에 두고 먹여주지만, 때로는 다른 사랑방 식구들이 마치 자기 아기인양 품에 안고 먹여주는 경우를 자주 봅니다. 아이들도 불편해하거나 어색해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받아먹으며 즐거워합니다. 좀 더 큰 아이들은 아이들끼리 한쪽에 모여서 왁자지껄 떠들면서 함께 식사합니다. 마치 자기들끼리만 한 가족인양 그렇게 머리를 맞대고 밥을 먹습니다. 온 종일 직장에서 일하다 파김치가 되어 퇴근한 사랑방 식구를 향해 맛있는 고기반찬을 슬쩍 밀어놓습니다. 모두들 밥을 먹는지 사랑을 먹는지 얼굴이 발갛게 물들어 오릅니다.

 

사랑방에서는 꼭 식사를 함께 해야 합니다. 요깃거리로 대충 때우고 사랑방 모임을 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식사하는 것 자체가 중요한 사랑방 순서입니다. 우리는 함께 식사하면서 마음을 열게 되고, 함께 함의 즐거움을 누리게 되고, 서로를 향한 사랑을 느끼게 됩니다. 그래서 예수님도 종종 사람들과 함께 식사 자리에 참여하셨습니다. 우리가 서로 사랑할 때 우리와 함께 하시는 성령님이 그 식탁에 함께 계신다면 우리는 주님의 사랑과 임재를 먹고 마시는 ‘성찬’을 누리게 됩니다. 이스라엘의 찬양 가운데 거하시는 하나님은 우리가 사랑방에서 식사할 때도 함께 하십니다.

 

어느 때나 하나님을 본 사람이

없으되 만일 우리가 서로 사랑하면

하나님이 우리 안에 거하시고

그의 사랑이 우리 안에

온전히 이루어지느니라

(요일4:12)

 

/홍익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