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일보> 2008년 2월 12일자 11면 전면광고 ⓒ 국민일보PDF

숭례문 참화가 발생하고 이튿날인 12일. 한국교회 언론회는 ‘한국교회, 이제도 민족의 희망이다’라는 전면광고를 <국민일보>(11면)에 실었다. 이들의 주장을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한국교회가 이 땅에 전래된 이래 좋은 일을 많이 했는데 어째서 MBC는 비방만 하는가’이다. 이 광고의 모티브는 MBC가 1월 26일과 2월 2일, 두 주간에 걸쳐 <뉴스후>를 통해 목회자의 호화생활 속 면세혜택과 금니 치료 선교 등을 부정적으로 짚은 내용이었다. MBC는 불교계 일부 사찰의 편법 매매와 전주 안디옥교회의 선행 등을 소개하며 균형감각을 찾으려 했지만 한국교회 언론회는 MBC가 ‘한국교회에 대해 비방했다’라고 해석한 것이다.

옳지 않을 것을 옹호하다보면, 궤변, 모순, 왜곡이 서슴지 않게 된다. 그들의 신문 광고가 그렇다. 이들의 논지는 크게 세 가지이다. △ 한국교회의 선행 사례 △ MBC의 ‘비방’에 대한 유감 표명 △ 교회의 각오 등이다. 내용을 살펴볼까.

친일파의 기독교 칭송 인용…첫 단추부터 잘못 꿰었다

“1920년에 춘원 이광수의 ‘우리 민족은 기독교에 감사해야 한다. 신문명으로 무지를 깨우쳐 주었다. 학교를 세워 신학문을 전해 주었고, 병원을 세워서 병든 육체를 고쳐주었으며, 민족정신을 일깨워주었다”는 말은 기독교가 절망하던 민족, 국가를 잃고 유리방황하는 우리 민족의 희망이었다는 것을 증거한다.”

시작부터 꼬투리 잡게 됐다. 하지만 모름지기 첫 단추를 잘 꿰어야 하는 법. 한국교회 언론회는 초장부터 욕을 자초한다.

혹시 이런 말 들어봤나? “하늘은 인간보다 우월한 것이니, 그 까닭은 다행스럽게도 우리 인간은 인간을 속일 수 있지만 하늘은 결코 매수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정말 기막힌 구절이다. 은혜롭기까지 하다. 그러나 이 말은 600만 명의 유태인을 잔혹하게 학살한 히틀러가 했다. 그래서 이 글귀는 내용의 옥석을 가리기도 전에 휴지통행이다.

그렇다. 어디 빌릴 말이 없이 없어 이광수 따위의 글을 인용하는가. 이광수는 3.1운동 당시 독립선언문의 기초를 만든 민족 지사였지만, 훗날 친일파로 변절한 인물이다. 그러나 그의 친일은 생계형이 아니었다. 창씨개명을 자청함은 물론, 수많은 선남선녀들에게 징병과 징용 심지어 정신대 참여까지 독려했으며, 독립 운동가를 사기꾼 도둑으로 몰아세운 희대의 요설가이기도 했다.

한국교회 언론회 관계자 분들의 역사의식 고취를 위해 이광수가 생전에 한 말 하나를 알려준다. “일본이 우리에게 근대화로 나갈 수 있게 해주었으며 당시 근대화 사회로 만들어 주고 있었기에 감사해야하는 대상이다.” 그렇다. 이게 바로 이광수이다.

이 뿐 아니다. 한국교회 언론회는 “보건복지부 장관을 지낸 어느 분의 고백은, 그가 전에는 기독교가 이 땅에서 사라져야 한다는 극단적인 언행을 일삼았으나, 막상 보건복지부에 들어가서 기독교에 대한 생각을 바꾸게 됐다”고 주장했다.

없는 말 지어내며 사실 왜곡까지

‘기독교는 지구를 떠나거라’라는 식으로 말한 그 간 큰 장관은 누구일까. 보건복지부(사회부의 후신) 1대 전진한 장관 이래 44대 유시민 장관까지 통틀어, ‘기독교 발언’으로 국회와 교계로부터 표적이 된 장관은 유시민 장관이 유일하다. 그래서 유시민 장관으로 사료된다. 그러나 유시민 장관 같은 논리가(論理家)가, 아무리 야인 때 말했다손 치더라도 ‘기독교가 이 땅에서 사라져야 한다’는 극언을 쉽사리 꺼냈을 수 있었을까.

그의 기독교 관련 발언이 담긴 <복음과 상황> 2002년 8월호의 내용을 보자. 당시 기독교계가 가장 크게 문제 삼은 부분은 다음이었다. “한국 기독교는 예수님이 하지 말라는 것을 골라가면서 다한다. 얼마나 많은 교회의 설교들이 대중을 무지와 미몽 속에 묶어 놓는가?”, “기본적으로 종교기관을 서비스업이다. 정신적 안정, 그것이 장기간 지속되는 것이든, 단기간에 사람을 마취시는 것이든 그걸 주는 대가로 헌금을 받는 서비스업”, “총체적부패, 총체적인 불투명성, 총체적인 권위주의, 총체적인 무비판, 이런 게 다 집약되어 있는 게 한국교회다.”라는 것이었다.

듣는 사람의 간담을 서늘케 할 신랄한 비판이다. 하지만 이 발언을 ‘기독교가 사라져야 한다’라고 해석한다면 심각한 난독증(難讀症)이 아닐까. 게다가 ‘일삼았다’라고 했는데, ‘일삼다’는 말은 ‘전념하다’라는 의미이다. 그가 ‘기독교가 사라져야 한다는 말을 일삼았다’면 늘 기독교 비방을 일삼아 다녔다는 이야기인데 과연 그랬을까. 이 정도면 과장 정도가 아니라 왜곡의 수준으로 해석될 부분이다. 혹시 ‘그 말이 이 말 아니냐’라고 대꾸하려나. 공공의 신문지상에 광고를 내려면 말을 가려서 해야 한다. ‘한국교회 언론회’, 자꾸 그러면 ‘언론인’들에게 웃음거리가 된다는 점, 명심해야 한다.

한국교회 언론회는 또한, 현대사에 있어서 기독교가 공헌한 바가 크다며 장황하게 그 사례를 나열했다. 이를테면 한국교회가 독립운동을 선도했고, 민주화와 반독재 투쟁, 남북 화해 협력을 선도했다는 것이다. 그렇다. 맞는 얘기이다. 그러나 한 쪽에서 그렇게 한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다른 한 쪽에서는 신사참배와 독립지사 탄압을 자행하고, 독재 권력에 아첨하며 민주화 세력을 ‘친북용공 일당’으로 매도하고, 국가보안법 유지와 친미 종속 외교를 주창함과 동시에 남북 화해협력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은 자들도 있었다. 한국교회 언론회는 전자 쪽 사람들과 가까운가. 후자 쪽 사람들과 가까운가. 혹시 후자 쪽에 가깝다면, 전자 쪽 사람들 공로를 절취한 점에 대해서는 깊은 반성을 표해야 할 것이다.

공격할 빌미 준 것은 잊고 “왜 공격 하냐” 견강부회(牽强附會)

이들은 MBC가 “동일한 인물과 동일한 주제를 제목만 바꾸어서 수 년 간에 걸쳐서 공격했다”고 주장한다. 혹시 공격하는 이유를 몰라서 이러는 것은 아니겠지. 공격할 빌미를 주니까 공격하는 것이라는 생각 정도는 할 것이다. 이런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다. 왜 호화생활을 하면서, 봉급생활자도 담당하는 ‘국민 된 본분’ 즉 납세의 의무를 기피하는가. 소득이 없기 때문이라고? 말장난은 그쳐야 한다. 적어도 그 문제에 대한 언론의 이슈 파이팅은 적절하다. 만약 언론이 그 이슈를 어떤 이유로든 피해간다면, 그것은 말 그대로 언론의 직무유기이다. 언론의 본질적 사명은 ‘성역 없는 비판’이다. 한국교회 언론회를 비롯해 소위 언론에 대한 비판과 감시를 담당하는 기관은 ‘언론이 대상을 가려서 비판하는 것’에 대해 집중적으로 감시해야 한다. 지금과 같이 “우리는 비판하지 말라”라는 논리를 앞세웠다가는 웃음거리만 될 뿐이다.

한국교회 언론회는 또한 이성을 되찾아야 한다. MBC에 흠집을 낸다며 뜬금없고 맥락 없이 칼을 휘두르는 작태는 그쳐야 옳다. “상암동 신사옥과 일산 장항동 방송센터 건립이 불법 땅장사 의혹에 대해 어떻게 해명할 것이냐”느니 “2007년 대선이 지나고 난 다음 대통령 당선자에 대해 180도 보도 태도가 달라졌다”라느니 하는 지적이 특히 그렇다.

하나하나 짚어보자. 우선 땅장사 논란. 이 문제를 거론하면서, 한국교회 언론회가 진짜 하고 싶은 말은 무엇인가. “MBC도 불법 땅 장사 의혹을 받고 있어 적어도 ‘겨 묻은 개’이니 교회 문제에 대해서 비판하지 말라”는 얘기인가. MBC를 옹호하려는 뜻은 아니나, MBC는, 운영과 관련해 전모가 흑막에 가린 상당수 대형교회와는 다르게, 최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이사회의 장부가 국정감사를 통해 1년에 한 번씩 샅샅이 검증된다.

또 사장이 일부 목사처럼 방송사를 아들에게 넘겨주지 못한다. 사장이 일부 목사처럼 수익금 빼돌려 별장 짓고, 전무가 일부 목사처럼 세금 안 내며 초호화 스포츠카를 타고 다니지는 않는다. 투명성에 관한 의심은 ‘기우’라고 단정해도 모자람이 없는 조직이란 얘기이다. 그나저나 어쩌나. 이런 식의 논리라면 조세포탈과 횡령 혐의로 사주가 옥고를 치른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교회 비판의 ‘ㄱ’자도 못 꺼내게 생겼으니 말이다.

MBC에 대한 가당치도 않은 ‘잽 날리기’…“너나 잘하세요” 자초

또 하나. ‘대통령 당선자에 대한 보도태도’에 대한 지적이다. 한국교회 언론회 주장을 목도하자면 MBC가 이명박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된 다음부터 ‘생존을 위해’ 그를 옹호했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대학원에서 신문방송학을 전공하고 방송보도 모니터를 주업으로 하는 필자가 보기엔 참 납득하기 힘든 주장이다.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이 당선 이후 1개월 동안의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와 이명박 당선인의 정책 관련 방송보도 내용’을 분석해 내놓은 결과까지 살펴보면 더욱 그렇다.

이 자료를 보면, MBC는 인수위와 당선인에 대해 총 71건의 보도를 내놓았는데, 그 중 12건을 ‘분석 보도’로 내보내고, 7건의 보도에서 발표내용과 함께 우려점을 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KBS는 67건의 보도 중에 5건에서만 분석 보도를 냈고, SBS는 총 48건 가운데 6건만 분석 보도를 했다. 3사 중에 가장 날카로운 방송이 MBC이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한국교회 언론회에서는 MBC의 그런 보도 경향이 유독 ‘이명박 당선인 친화적 뉴스’로 보였다는 얘기이다. 난독에 이어 이번 난청(難聽) 의혹까지 유발하게 만드는 대목이다. 앞으로 누군가 ‘한국교회 언론회가 생존을 위해 불교계를 옹호 한다’는 엉뚱한 광고를 신문에 실어도 할 말이 없어질 부분이다.

정말 낯부끄러운 줄 모르고 새 권력의 주구(走狗) 노릇을 하는 자들이 누구인가. 한국교회 언론회의 광고 중에는 “MBC가 공영방송으로서 자격을 상실하였으므로 민영방송으로 전환되기를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밝힌 부분이 있다. 뜬금없고 엉뚱하다. 방송이 공공성을 잃었다면 공영성을 더욱 확대해야 하는 것 아닌가. 다시 이야기해 공영방송 체제를 더욱 공고히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영화 운운하고 있다. MBC가 싫어하는 일은 다 하겠다는 것일까. MBC 민영화를 거론한 것은 △ MBC의 인적 물갈이가 가능하다는 점 △ 저널리즘 기능 축소에 따른 교회 비판이 활력을 잃을 것이라는 점 △ 새 정부의 방송 구조 개편 방향과 같다는 점에서 비롯된 것 같다. 이것은 결국 MBC의 사회 비판 및 감시 기능을 무디게 하려는 음모가 깔려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의문을 갖게 된다. ‘뜻대로 될까?’ 하는.

기독교의 대표성이 어찌 대형교회 목사들의 위신과 결부되나

한국교회 언론회의 가장 큰 문제점은 ‘한국교회’ 또는 ‘기독교’의 대표성을 자기들 같은 교권세력에게 있다고 착각하는 점이다. 뭐 그럴 수 있다고 본다. 좋은 말로 ‘주인의식이 강하다’라고 해두면 되니까. 사실 기독교는 그 어떤 철학과 사조에 의해서도 흔들리지 않을 것이다. 한국교회 언론회의 주장대로 말이다. 그러나 지금의 상당수 대형교회와 목회자들의 부정적인 여론은 매우 급속하게 확산되고 있다. 이것은 MBC 보다는 본인들 잘못 아닌가. 하지만 본인들의 위상이 과거와 같지 않다고, 그것을 ‘기독교 진리가 파괴당하는 행위’라고 말할 수는 없는 법이다. 만약 ‘기독교 진리 파괴 행위’라면 상당수 교회 지도자의 탈세, 횡령, 세습 이런 것들이 기독교의 진리가 돼야 한다. 이게 말이 되는가.

한국교회 언론회가 이야기하지 않더라도 한국교회는 숱한 선행을 했다. 그러나 생색낼 일은 아니다. 예를 들어 기업이 이윤 추구를 포기하고 선행을 베푼다면 이는 박수 받을 일일 것이다. 그러나 본디 좋은 일 하는 것이 본령인 교회가 선행을 하는 것은 박수 받을 일이 아니다. 할 바를 한 것일 뿐이다. 지금 MBC를 필두로 한, 많은 단체와 개인이 한국교회에 대해 비판의 칼날을 드리우고 있다. 이는 교회의 교회다움을 요구해서인가, 아니면 교회의 멸절을 앙망하기 때문일까. 전자임을 모르는 이가 없다. 비판할 때가 좋은 것이다. 교회에 대해 아무도 바른 소리 안하고 침묵한 채 방기한다면 어떨까. 이 시대의 마지막 성역으로 남아, 모두로부터 존경의 대상이 아닌 냉소와 무관심의 대상으로 추락하면 어떻게 될까.

한국교회 언론회가 어거스틴의 말을 인용했다. “교회는 주님의 몸이기에 부패할 수 없으며 부패하지 않는다. 부패한 인간만이 있을 뿐이다” 옳은 말이다. 부패한 인간이 바뀌면 된다. 그렇다면 탈세, 횡령, 세습한 목사들과 그를 지탱한 충성파 교인들의 총체적 사고 혁신 및 행동 변화가 필요하다. 그 목사는 또한, “짐이 곧 교회요”라는 오만을 버려야 한다. 변화해야 하는 것이다. 변화가 싫은가. 어거스틴의 이런 말도 새겨들으라. “나를 죄인이라고 생각하지 않을 때, 나의 죄는 결코 해결될 수 없다”라는.

한국교회 언론회 인사들은 새겨들어야 한다. 본디 목회자들은 ‘말하는 훈련’은 잘 돼 있다. 그러나 ‘듣는 훈련’이 매우 부족하다. 신학교 시절부터 굳어진 교조적 소통법 때문이다. 듣는 것 그 자체로 하나의 훌륭한 설교가 될 수 있고, 듣는 것 그 자체로도 상대방에게 은혜를 끼칠 수 있다. 지금은 들을 때이다. 개중 터무니없는 비난과 조롱이 있을 것이다. 그래도 인내하며 들어야 한다. 예수 그리스도처럼 말이다. 지금 한국교회는 분명히 과실이 있다. ‘비난을 들어도 싼’ 상황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기에 대해 관심 꺼!” 이러며 맞고함을 치고 있는 형국이다. 안 된다. 선교의 문을 영원히 막는 것이다.

세속 사회의 건강한 비판 새겨듣는 언론회로 거듭나야

한국교회 언론회는 이제 어설픈 강변(强辯)의 짐을 덜고 새 역할을 찾아야 한다. 이런 몫은 어떨까. 세속 사회에서 쏟아진 교회에 관한 모든 담론을 취합한다. 그리고 이 중 정당하고 합리적인 목소리를 고른다. 그런 다음, 한국교회에 전달하는 것이다. 전달받은 내용을 실천에 옮기는 노력을 모두가 경주하는 것이다. 비판을 수긍할 줄 모르는 문화, 여전히 권위주의적 사고에 머무는 문화, 자기 정화 노력에 게으른 문화. 이런 것들이 MBC보다 더 위험한 한국교회의 독소이다. 한국교회 언론회는 한국교회의 낡은 관행과 퇴행적 기조에 기생하지 말고, 새로운 틀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 그래야 한국교회 언론회가 주창한 ‘한국교회, 이제도 민족의 희망이다’라는 주장을 민중들까지 복창할 것이다.

김용민 / 시사평론가, 한양대(안산)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