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가복음 1:9-11) 
 
1.
엄마와 딸이 TV를 보는데 좀 안 생긴 여자가 나왔습니다. 그때 딸이 말합니다. “참 못생겼네. 10달 동안 고생해서 낳은 자식이 저렇게 못생기면 저 여자 엄마는 얼마나 속상할까?”
 
그러자 엄마가 딸을 물끄러미 쳐다보더니 그랬답니다. “이제야 네가 내 맘을 아는구나.” 자기를 모르고 사는 것입니다.
 
어느 목사님이 설교 중에 교만하지 말라고 강조했습니다. 예배 후 교인들과 인사를 나누는데 어떤 여 집사님이 나가면서 이렇게 인사합니다. “목사님, 오늘 은혜 많이 받았습니다. 여지껏 저는 우리 교회에서 제일 예쁘다 자처하고 교만했었습니다. 그런데 오늘 목사님 말씀에 교만의 죄를 통회 자복했습니다.”
 
그러자 목사님이 ‘집사님, 그것은 교만의 죄가 아니라 착각의 죄입니다.’라고 속으로만 말했답니다.
 
많은 사람이 자기가 누군지 모르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자기는 늘 주인공이고, 자기는 언제나 주연(主演)인 줄 알고 살아갑니다. 자기는 항상 미인이고, 미남인 줄 알고 살아갑니다. 그야말로 제멋에 겨워 살아갑니다.
 
반면에 자기가 얼마나 귀한 줄 모르고, 자기를 비하하고 학대하며 살아가는 이들도 있습니다. 자기는 늘 못났고, 바보고, 2류 인생이고, 한심하다고 여기며 살아가는 왕자와 공주들도 있습니다.
 
2.
여러분은 자신이 누구라고 생각하는가요? “당신은 누구십니까?” 라고 질문을 받는다면 무어라고 대답하는가요?
 
아마도 여러 가지를 생각하며 대답할 것입니다. 이러한 대답들을 모아 보면 대개 3가지 유형이라고 어느 사회학자가 말하더라구요.
 
첫째, 자신이 현재 하고 있는 일로 자기를 이해한답니다. 학교에서 가르치고 있으면 교사로, 노래하고 있으면 가수로, 병을 고치고 있으면 의사로, 그림 그리고 있으면 화가로, ... 자기가 현재 하고 있는 일로서 자기를 이해한답니다.
 
둘째, 자기가 무엇을 갖고 있느냐로 자기를 이해한답니다. 권력을 갖고 있는 이는 지도자로, 돈을 갖고 있는 이는 재벌로, 재능을 갖고 있는 이는 탤런트로, ... 이런 식으로 자기를 이해한답니다.
 
셋째로 남들이 자신에 대하여 뭐라고 하느냐에 따라 자신을 이해한답니다. 사장님이라고 불러 주면 사장, 박사님이라고 부르면 박사, 좋은 분이라 부르면 좋은 사람, 파렴치한이라고 매도되면 파렴치한으로, ... 그래서 늘 여론을 의식하고, 사람들의 소문과 눈치를 살핀답니다.
 
그런데 문제는 자기를 어떤 이로 생각하고 살든 이 짧은 인생살이에서 삶의 이 다양한 요인과 환경에 의해 우리는 수많은 심적 부침(浮沈)을 계속한다는 것입니다.
 
어떨 때는 자기 직업에 대해 긍지를 느끼고 뿌듯해하다가도, 돈 봉투에 유혹을 받으면 별수 없는 인간으로 실망하기도 하고, 뭔가 집 한 칸이라도 내 집으로 갖고 있으면 그런대로 괜찮게 살았다는 느낌이고, 수백억 원의 집을 갖고 엄청난 돈을 뿌리며 사는 이들을 보면 자신이 너무 초라해 보여 살맛도 나지 않습니다.
 
그래도 사람들이 자신을 청렴하다고 말해주면 그런대로 위안을 받고, 인정해 주지 않으면 낙심하며 차라리 부정을 해서라도 돈이나 좀 모을 걸 하며 자신이 살아온 삶을 후회하기도 합니다.
 
이렇게 자기 자신에 대하여 하루에도 그 얼마나 상반된 자부심과 실망감을 갖고 사는지 모릅니다. 그런데 이런 사람에게 안정이 있을까요? 평강이 있을까요?
 
자기를 평가하고, 이해하는 그 다양한 요인들은 거의 모두 유동적이요 가변적입니다. 변할 수밖에 없는 것들입니다. 그러기에 거기에 기준하여 자신을 바라보는 이들은 하루에도 몇 번이고 변할 수밖에 없는 종잡을 수 없는 인물이 되고 맙니다. 이렇게 보면 괜찮은 것 같고, 저렇게 보면 불안하고, 이렇게 보면 잘생긴 것 같고, 저렇게 보면 못생긴 것 같고, 이렇게 보면 잘산 것 같고 저렇게 보면 못산 것 같고, ... 이런 사람에게 과연 내적 평강이 있겠느냐 말입니다.
 
3.
예수님은 어떠셨을까요? 앞의 기준으로 본다면 예수님은 세상에서 별로였던 인생입니다. 집 한 칸이 없었고, 가정도 없었고, 뭐 내놓을만한 재산도, 권력도 없던 분이었습니다. 죽어서 묻힐 무덤조차 없어서 남의 무덤에 들어갈 수밖에 없던 그런 분이었습니다.
 
예수님이 한 일이라곤 가난하고 병든 사람들, 소외된 죄인들, 윤락녀들, 세칭 사회에서 별 볼 일 없는 그런 밑바닥 인생들과 가까이 지내며 하나님의 나라를 전해준 일이었습니다. 지식인들과는 어울리지도 못하고, 높은 사람들과는 줄도 대지 못하고 늘 못난이들과 함께하며 말씀을 가르쳐 주었습니다.
 
그것도 남들은 대접받으며, 잘 먹고, 존경받으며 좋은 집에서 살며 가르쳐 주었는데 그분은 제대로 대접도 못 받고, 먹지도 입지도 못하고 그 일을 하였습니다. 세속의 시각으로 볼 때 예수님의 삶은 별 볼 일 없었습니다.
 
세상 사람들은 이런 예수님에 대해서 뭐라 하였는가요? 가지각색이었습니다. 좀 종교성이 있는 사람은 예레미야니 엘리야니 선지자니 하였고, 경건한 이들은 랍비, 선생이라고 불렀으며, 일반 대중은 먹기를 탐하며 마시기를 즐기는 자라고 하였고, 당대 종교 지도자들은 귀신 들렸다고, 귀신의 왕이라고까지 혹평하였으며, 가족조차도 미쳐서 그런다고 예수님을 평하였습니다. 이런 평에 예수님은 무슨 재미가 있었을까요?
 
그런데 이상하리만치 예수님은 초연한 삶을 사셨습니다. 그 분에겐 흔들림이 전혀 없었습니다. 사람들이 뭐라 하든, 자기 처지가 어떠하든, 조금도 자신에 대해, 그 마음엔 흔들림이 없었습니다. 심지어 갈릴리 호수에서 폭풍이 일어날 때도, 모두들 죽게 되었다고 요동칠 때도 예수님은 편안히 배 밑창에서 잠이 드실 정도였습니다. 어떻게 이것이 가능했을까요?
 
4.
오늘 본문에 그 비결이 나타납니다. 본문은 예수님께서 공생애를 시작하시는 장면입니다. 당시 백성들의 절대적 존경을 받던 이가 있었습니다. 세례 요한입니다. 모두들 세례 요한을 하나님의 선지자로 인정하고 존경하였으며 그에게 나아와 세례를 받았습니다.
 
예수님도 세례 요한에게 나아와 세례를 받으시는데, 세례를 받고 물에서 나오시자 하늘에서 성령이 비둘기 같은 형상으로 자신에게 내리심을 보았고, 그리곤 성령이 충만하여 하나님의 음성을 들으셨습니다. 무슨 음성이었는가요? “너는 내 사랑하는 아들이라 내가 너를 기뻐하노라!”
 
‘사람들이 뭐라고 너를 평가하든, 네가 무슨 일을 하든, 네가 무엇을 갖고 있든 못 갖고 있든 너는 내 사랑하는 아들이라! 그리고 내가 너를 기뻐하노라!’
 
이 음성을 예수님은 평생 기억하고 사셨습니다. 그러기에 그분에게 세상의 평가는 의미가 없었습니다. 하나님이 사랑하는 아들! 하나님이 기뻐하는 아들! 이 확신이 분명하였기에 그분은 어떠한 경우에도 실망하지 않았습니다. 낙심하지도 않았습니다. 이 자의식이 분명했기에 예수님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초연할 수 있었습니다. 승리할 수 있었습니다.
 
사람들이 몰려와 왕으로 삼으려고 할 때도, 가족들이 미쳤다고 할 때도, 그토록 사랑했던 제자가 배신할 때도, 그 오해와 멸시의 침 뱉음 속에서도, 숨을 헐떡이는 죽음의 고통 속에서도 “너는 내 사랑하는 아들이라!” 하는 분명한 자기 정체성을 갖고 있었기에 승리할 수 있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이 음성을 예수님 생애에 몇 번 들려주셨는지 아는가요? 복음서를 읽어보면, 3번 나타납니다.
 
공생애 초기인 오늘 본문과 9:7절에 나타난 중간기인 변화산상에서, 그리고 마지막 때인 요12:28절의 수난 주간입니다. 그러니까 주님의 공생애에서 시초와 중간과 결말에 하나님의 이 음성은 반복되어 들려졌습니다. 왜 그러셨을까요? 하필이면 왜 그때 하나님께서는 그 음성을 들려주셨을까요?
 
사명을 받고 처음 시작할 때, 아주 분명한 자의식, 자아 정체성을 하나님께서 부여하십니다. ‘너는 내가 사랑하는 아들, 내거 너를 기뻐한다.’ 열심히 사역할 때, 정신없이 바쁠 때, 때론 의기소침할 때 하나님께서 다시 한번 인상 깊게 하나님의 아들임을 공포해 주십니다. ‘너는 내가 사랑하는 아들...’ 그리곤 마지막 단계, 무척 힘들어하실 때, 십자가를 앞두고 벅차하실 때 하나님은 “너는 내 사랑하는 아들!”이라고 분명하게 인지시키시며 격려하십니다.
 
그러기에 예수님은 흔들리지 않고 초연하게 당신이 가야할 길을 가셨고, 하셔야 할 일을 하셨습니다. 아무리 바빠도, 아무리 두려워도, 아무리 아무리 어떠하다 하더라도 하나님의 음성을 들으며 예수님은 자기 마음을 잡아 가셨습니다. 위기 때마다, 고비 때마다, 힘들 때마다 하나님의 음성을 들으시고 힘을 내셨습니다.
 
살면서 늘 칭찬만 듣고 사는가요? 어려울 겁니다. 나를 비난하고 흉보고, 깎아내리고, 상처주는 이들이 어쩜 더 많을 겁니다. 그럴 때마다 어떻게 하는가요? 같이 욕하고 싸우고 험담하고 비난하며 속을 푸는가요?
 
아닙니다, 성도는 하나님 앞에 나아와 무릎을 꿇으십시오. 그러면 하나님께서 감싸주시더라구요. 하나님께서 그러시더라구요. ‘그래도 나는 너를 사랑한다. 저들이 아무리 뭐라 해도 나는 너를 믿는다.’ 그때마다 나는 위로받고 힘을 얻어 일어납니다. ‘그럴려면 그래라, 하나님은 나를 사랑하신단다.’ 중얼거리며 일어납니다. 맞상대하여 복수하고, 원수 갚아서 일어나는 거 아닙니다.
 
5.
당신은 누구십니까요?
 
사람들이 목사라고 부른다고 목사인가요? 사장이라 부른다고 사장인가요? 박사라고 부른다고 박사인가요? 돈 많이 가졌다고 부자인가요? 좋은 일 많이 했다고 착한 사람인가요? 권력을 가졌다고 대통령인가요?
 
그렇다면 그것은 얼마나 지속될까요? 세상의 인기, 명예, 재물, 업적, ... 이런 것들은 이미 세상에서도 성현들에 의해 덧없는 것들이라고 선포된 지 오래입니다. 이런 것들은 궁극적으로 자신을 100% 표현해 주는 단어가 아닙니다. 그런 것에 자신을 의지한다는 것은 얼마나 어리석은 짓인지 모릅니다.
 
당신은 목사가 아닙니다. 박사가 아닙니다. 부자가 아닙니다. 대통령이 아닙니다. 의사가 아닙니다. 교사가 아닙니다. 회사원이 아닙니다. 당신은 하나님의 아들입니다! 하나님의 딸입니다! 예수님의 말씀입니다.
 
“이같이 한즉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의 아들이 되리니”(마5:48)
 
“그러므로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의 온전하심과 같이 너희도 온전하라”(마5:48)
 
“너희가 악할 지라도 좋은 것으로 자식에게 줄줄 알거든 하물며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께서 구하는 자에게 좋은 것으로 주시지 않겠느냐”(마7:11)
 
“말하는 이는 너희가 아니라 너희 속에서 말씀하시는 이 곧 너희 아버지의 성령이시니라”(마10:20)
 
“적은 무리여 무서워말라 너희 아버지께서 그 나라를 너희에게 주시기를 기뻐하시느니라”(눅12:32)
 
뭘 말씀하시는 건가요? 하나님은 우리의 아버지이십니다! 그리고 우린 하나님의 사랑하는 아들이요 딸입니다!
 
당신은 소중한 존재입니다. 하나님의 아들이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의 딸이기 때문입니다. 그만큼 하나님은 당신을 사랑하십니다. 그만큼 하나님은 당신에게 관심이 있으십니다. 아무리 못났어도 아들의 청을 왜 외면하시겠는가요? 아무리 부족해도 딸의 어려움을 왜 외면하시겠는가요? 하나님은 당신을 정말이지 소중히 보십니다.
 
성경은 하나님의 자녀를 향해 이렇게 부릅니다. 성도(聖徒)! 거룩한 무리! 거룩하답니다. 무슨 뜻인가요? 도덕적으로 깨끗하고 완벽하다는 뜻인가요? “내가 거룩하니 너희도 거룩할지어다.”(레11:45b) 하셨는데 하나님이 성적으로 깨끗하니 너희도 성적으로 깨끗하라는 건가요? 그런 의미보다 다른 의미가 있습니다.
 
‘거룩함’, ‘카도쉬’란 단어는 성경 사전에 보면 이렇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이 단어가 담고 있는 기본적인 개념은 구별이다. 성경에서 '거룩' 이란 죄와 악으로부터의 구별이며, 하나님과 그분의 방식에 대한 성별이다.”
 
그러니까 ‘거룩하다’는 것은 구별된다는 것입니다. 성적으로, 도덕적으로 깨끗하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물론 그런 것들까지 다 포함이 되는 거지만, 반드시 그런 의미만, 결벽 상태를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가 하나님 앞에서 성도란 뜻은 하나님 앞에서, 하나님의 눈에 구분된다는 뜻입니다. 그러기에 히브리서는 이렇게 증언합니다. “이 뜻을 따라 예수 그리스도의 몸을 단번에 드리심으로 말미암아 우리가 거룩함을 얻었노라.”(히10:10) 우리가 거룩함을 얻었다고 합니다. 다시 말해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우리는 하나님의 눈에 띄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십자가를 붙드는 모든 이들이 하나님의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그러기에 거룩함을 얻었다고 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거룩합니다. 누가 보기에? 부모가? 목사가? 친구가? 아닙니다. 하나님 보시기에 거룩합니다. 예수 그리스도 안에 살아가는 사람들, 거듭난 사람들은 하나님 보시기에 거룩합니다.
 
즉, 하나님 보시기에 구별됩니다. 아무리 많은 사람이 있어도 하나님은 자기 백성, 자기 자녀들을 구분하여 보십니다. 마치 부모가 아무리 비슷한 아이들과 어울려 있고 섞여 있어도 자기 자식은 분명히 구분하는 것처럼, 이제는 우리가 어디에 있든지 하나님께서 우리를 구분하여 보십니다.
 
거룩함이란 하나님께서 자신을 바라보실 때 세상과 구분하심입니다. 엄청난 사람들, 수많은 사람들, 수억의 사람들이 있다 할지라도 하나님의 눈에 구별되어 눈에 띄는 사람들, 즉 하나님의 사랑, 그 고귀한 독생자 예수님의 십자가 보혈이 묻어있는 사람들, 그들을 거룩한 성도라 부르며, 그들은 어디가든 하나님의 눈동자에 들어옵니다.
 
그리고 그들을 향해 “여전히 너는 내 사랑하는 아들이요, 딸이다. 내가 너를 기뻐한다.”고 말씀하십니다.
 
자기가 자기를 바라보지 맙시다. 자기가 자기를 바라봐야 한심합니다. 자기가 자기를 들여다봐야 한숨만 나옵니다. 나는 누구다 라고 하기 보다 하나님께서 말씀하시는 “너는!”이라고 하는 말씀에 더 귀를 기울이십시오.
 
6.
가끔 영화나 드라마에서 기억 상실증에 걸린 사람이 자기가 누구인지 알기 위해 애쓰다가 마침내 자기를 아는 이를 만나 자신이 누구인지 이야기 듣는 장면이 있습니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어떤 인생이었는가?’ 끊임없이 묻던 그가 이제 상대방이 너는 누구였다는 말에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장면들이 있습니다.
 
우리가 스스로 자신을 생각하는 것들을 버립시다. 그건 불확실합니다. 그건 내 모습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그건 내가 아닐 수도 있습니다. 이럴 수도 있고 저럴 수도 있습니다. 그건 때를 따라 얼마든지 바뀌는 것입니다. 영원한 것이 아닙니다.
 
도리어 나를 만드신 하나님께서 내가 누구인지 정확히 아시는 하나님께서 나에게 말씀하십니다. “너는 내 사랑하는 아들이요, 딸이다! 내가 너를 기뻐한다.” “너는!”에 주목하십시오! 삶에서 ‘나는’에 주목하지 마십시오. “너는 내 사랑하는 아들이라. 내가 너를 기뻐한다.”
 
미국 테네시 주의 동쪽 한 작은 마을에 ‘벤 후퍼’라는 아이가 태어났습니다. 아버지가 누구인지 모릅니다. 이른바 사생아였습니다. 그래서 동네에서 극심한 차별 속에 컸습니다. 또래 아이들과 어울리지도 못하는 외로운 소년 시절을 지냈습니다.
 
열두 살이 되었을 때 그 마을 교회에 젊은 목사님이 새로 부임해 왔습니다. 그때까지 교회에 가 본 일이 없었는데 새로 오셨다는 목사님이 궁금해서 교회에 나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교회에 가기는 했지만 일부러 늦게 가서 살며시 뒷자리에 앉았다가 축도를 할 때에 아무도 모르게 살짝 빠져 나오곤 했습니다. 사람들의 눈길이 부담스러웠던 것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 설교에 은혜를 받고 넋 잃고 있다 보니 예배가 다 끝났습니다. 나오려고 하니 사람들이 벌써 통로에 쭉 서 있었습니다. 그래서 벤 후퍼는 할 수 없이 사람들을 따라 나오면서 목사님과 악수를 하게 되었습니다.
 
목사님은 그를 보더니 그가 가장 아파하는 질문, “네가 누구 아들이더라?”라고 물었습니다. 벤 후퍼는 어쩔 줄을 몰라 했습니다. 이때, 목사님이 환한 얼굴로 이렇게 말했습니다. “아, 알겠다! 너는 아버지를 무척 많이 닮았구나!” 순간, 주변 사람들의 얼굴이 굳어짐도 아랑곳하지 않고 목사님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너는, 하나님의 아들이야! 네 모습을 보면 알 수 있거든!” 벤 후퍼가 당황하며 빠져나가는데, 목사님은 그의 등을 향해 계속 말했습니다. “이제부터는 하나님의 아들답게 훌륭하게 살아야 한다!”
 
여러 해가 지난 후, 그 동네 출신 한 사람이 테네시 주의 주지사가 되었는데, 바로 벤 후퍼였습니다.
 
너는, 세상 사람들이 뭐라 해도 너는 하나님의 아들이다, 하나님의 딸이다 하고 주님께서 말씀하십니다. 하나님의 아들답게, 딸답게 당당하게 살아가기를!

/왕십리중앙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