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륙 도시 경북 안동은 본디 유교의 중심지이다. 퇴계 이황 선생이 성균관에 못지않은 이상적 학문 공동체를 만들고자 도산서원을 세웠고, 실제 이곳에서 학봉 김성일, 서애 류성룡 등 수많은 인재가 발굴 육성됐다. 이곳을 ‘경안’이라고도 부른다. 경북 안동의 줄임말일 것이다.

유교의 중심지 경안의 기독교 수용도 독특하다. 서구 선교사가 현대식 의료와 교육 시스템을 들어와 미몽의 조선 민중을 돕고 마침내 이들에게 기독교를 전파하는 통상의 흐름이 아니었다. 기독교 전도 서적을 미리 접한 결신자가 나중에 찾아온 선교사의 도움을 받아 주체적으로 복음을 수용하는 방식이었다. 문자를 중시하면서 교훈에 민감한 유교적 감수성은 기독교와 정확하게 맞아떨어졌다. 그래서 급격한 세 확산이 가능했다.

‘유교의 도시’ 안동과 기독교의 만남

게다가 기독교 부흥의 본산 평양 등 이북이 1945년 해방 이후 공산주의의 지배를 받게 되면서 이남 경안 기독교의 응집력은 더욱 돋보였다. 어느 목사는 100여 년 전 장로교 경북노회에서 분립한 경안노회를 두고 “유교라는 하드웨어 속에서 소프트웨어를 통해 무한히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했다. 그는 바로 경북 영양 출신 명성교회 원로 김삼환 목사이다. 그도 경안노회 출신이다.

최근 김삼환 목사가 속한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은 총회장 김의식 목사의 불륜 의혹으로 시끄럽다. 지난 2023년 7월 8일 여성 교인과 함께 함께 탄 차량이 무인텔 주차장에서 나오는 모습이 김의식 목사 본인이 담임하는 치유하는교회 장로들에 의해 발각되었고 다수 언론 매체에 보도됐다. 교단 안팎에서 사퇴 여론이 불거졌다. 그러자 김의식 목사는 ‘필수 직무 외에 차기 총회 준비를 위한 제반 업무를 부총회장에게 위임한다’라며 불똥을 피하려 했다.

그런데 김삼환 목사는 이러한 불륜 의혹을 김의식 목사가 총회장 되기 전부터 알고 있었던 정황이 드러났다. 동성애 반대 단체인 ‘레인보우리턴즈’가 공개한 녹취록에 따르면 2023년 9월 18일, 김의식 목사가 총회장이 되는 총회를 하루 앞둔 시점에 김삼환 목사는 “너무 하나하나 민감하게 그러면 안 된다”, “김의식 목사님 입장에서 도와줘야 한다”, “예수님은 사마리아 사람 입장에서 일하신다”라며 김의식 목사를 두둔했다.

김삼환 목사는 사실, 김의식 목사에게 특별한 부채감이 있다. 그가 부총회장으로서 자신과 아들의 총회 헌법상 세습금지법 위반을 앞장서 덮어줬기 때문이다. 김의식 목사 또한 김삼환 목사에게 각별한 부채감이 있다. 2020년 8월 20일 명성교회 하계산상성회 설교에 나선 김의식 목사는 (명성)교회가 장학금 보내준 사실을 두고 “내 평생에 명성의 은혜를 어떻게 잊겠어?”라고 발언했다.

세습으로 교단 이미지 추락시킨 김삼환은 ‘안동파’

이런 가운데 김의식 목사는 불륜 의혹이 불거진 마당임에도 본인이 이임하는 올해 109회 총회 참석 의지를 다양한 채널을 통해 분명히 하고 있다. 그러자 원래 총회 장소로 잠정 결정됐던 서울 소망교회는 2024년 7월 19일 임시 당회에서 과반 못 미치는 의결로 인해 개최 계획을 백지화했다. 소망교회는 김의식 목사의 불참을 전제로 개최를 수락한 바 있다.

그러자 이튿날 총회 임원회와 제109회 총회 준비위원회는 총회 장소를 창원 양곡교회로 결정했다. 오전만 해도 소망교회 외에 다른 대안을 모색조차 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렇다면 누군가 총회로부터 급한 요청을 받은 한 사람의 지시로써 단박에 개최가 결정됐다고 봐야 한다. 누구일까? 현 담임목사인 장형록 목사일까? 원로이면서도 ‘연합 당회장’이라는 해괴한 직함을 갖고 교회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지용수 목사일까? 많은 고민이 필요해 보이지 않는다.

지용수 목사는 세습을 강행한 명성교회에 시종 옹호 입장으로 일관했다. 뉴스앤조이 보도에 따르면, 2017년 11월 서울의 한 교회 부흥회에서 지용수 목사는 그의 선배인 김삼환 목사 부자 세습 논란이 한창일 때 “명성교회에 이런저런 말할 시간 있으면, 그 시간에 전도나 해라. 왜 남의 교회에 팥 놔라, 콩 놔라 하느냐”라고 했다. 총회 헌법에 민감해야 할 증경 총회장 입에서 나온 말이었다. 아울러 김삼환 목사에 대해서는 “요즘 어느 세상인데, 목사님 아들이라고 (무조건) 담임하는 경우가 있는가. 그릇이 되니까 하는 거다. 제사장의 아들은 제사장이다. 신약에는 하나님이 불러서 시켰지만, 명성교회 장로들과 명성교회 교인들이 볼 때 그 누구보다 목사님 아들이 맞는다고 하면 그걸 존중해 줘야지. 왜 밖에서 콩 놔라 팥 놔라 하는가. 그건 질투 아닌가?”라고 말했다.

‘김삼환의 후배’ 지용수 교회로 결정된 올해 총회

지용수 목사도 경안노회 출신이다. 김삼환 목사와 같은 노회 출신이다. 김삼환 목사의 신학 수업은 경안성서신학원(전 안동성경학교 또는 경안성경학교)에서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퀸즈평화교회에서 사역한 이계선 목사는 크리스찬투데이(2017. 12. 6)에서 “안동성경고등공민학교(경안성서신학원)를 졸업했지만 (당시 그 학교는) 정규인가 학교가 아니다”라고 했다. 김삼환 목사는 이후 비인가 시절 서울피어선신학교(현 평택대학교)를 나와, 장로회신학대학교 목회 연구 과정을 거쳐 목사 안수를 받은 바 있다.

그렇다면 지용수 목사도 같은 경안성서신학원를 나온 것이 아닐지 의심된다. 사실 그가 공식적으로 밝힌 학력은 “△장로회신학대학교 신학대학원 졸업(1979) △아세아연합신학대학교 대학원 졸업(1989, 문학신학 석사) △하버드대학교 수학(1989) △미국 풀러신학교 졸업(1996, 목회학 박사)”이다. 그런데 지용수 목사는 본인이 총회장이 되던 93회(2008년) 당시 총회 내 재판에 휘말렸다. ‘고등학교를 안 나왔다’라는 이유였다. 즉, 고졸 이상의 학력 소지자만 장로회신학대학교 신학대학원을 나올 수 있는데 그러하지 않았기에 이후에 신대원 수료나 목사 안수 자격에 미달한다는 논란이었다.

93회기 총회재판국 판단에 따르면 그가 고등학교 졸업을 못 한 점은 사실로 인정됐다. 다만 그것이 결격 사유가 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학력 기재가 문제가 되는 것은 기록하지 않은 것이 문제가 아니고 허위 학력을 기재하였을 때 문제가 되는 것”이라며 “지용수 후보는 1969. 1. 20 대전광역시에 있는 충전실업고등기술학교를 수료하였으며 (...) 후보 신청서나 선거공보 어디에도 고등학교를 졸업했다는 기록의 게재는 할 수 없다 할 것이다.” 충전실업고등기술학교(현 대전한빛고등학교)는 당시 미인가였다. 지용수 목사처럼 1966년부터 1987년까지 졸업한 학생들의 경우 고등학교 학력이 인정되지 않았다. 그런데 장로회신학대학교 신학대학원 입학자격란에는 ‘고등학교 졸업예정자 또는 졸업자, 그리고 이에 고등학교 동등한 학력이 인정되는 자’라고 돼 있다. 자격 기준에 미달 된 것이다. 하지만 총회재판국은 지용수 목사가 ‘거짓’(허위 학력 기재)을 행한 바 없다며 면죄부를 줬다.

지용수 목사 학력 논란이 불거질 당시 부산에서 나오는 한국기독신문(2008. 9. 6)은 “졸업이 아닌 고등기술학교 성서학원 등(을 통해 정규 신학교로 들어가는) 편법”이 만연했다고 전한다. 지용수 목사가 그 경우였음을 시사한 것이다. 그렇다면 지용수 목사는 감춘 이력 즉 대전 충전실업고등기술학교에서 경안성서신학원를 거쳐 장로회신학대학교 신학대학원에 입학한 것이 아닌가 추정한다. 경안신학원 홈페이지 연혁표를 보면 1971년 3월 즉, 김삼환 목사 졸업 이전인 시점에 재학생에게 ‘장신대 목회학과 진학 기회’가 부여됐다는 기록이 있다.

만약 그렇다면 지용수 목사는 김삼환 목사처럼 ‘경안성서신학원’을 거쳐 ‘장로회신학대학교’로 가는 궤적이 같은 주인공이 된다. 경안성서신학원의 후신인 경안신학원은 지금까지 2,000여 명이 졸업했으며 이중 목사만 500여 명이 배출됐다고 밝혔다.

14명의 총회장 배출한 ‘안동파’

경안성서신학원의 사실상 운영 주체였던 경안노회 출신은 김삼환 목사 부자 세습 전후로 통합 내에서 멸칭의 의미를 담아 ‘안동파’로 호명된다. 이들의 결속력은 상당하다. 무려 14명의 교단 대표인 총회장을 배출했다. 김삼환, 지용수 외에 서임중 목사(포항중앙), 이광선 목사(신일), 이순창 목사(연신)가 그렇다.

흥미로운 건 2023년 9월까지 총회장을 한 이순창 목사는, 김삼환 원로목사가 아들인 현 김하나 목사에게 교회를 세습하면서 교단 헌법을 어겼다는 비판을 받을 시기에 김의식 목사에게 총회장직을 넘겨주는 108회 총회 장소를 명성교회로 정했다. 그 의도는 명확했다. 2022년 9월 21일 기자회견에서 “더 이상 이 문제로 인해 총회와 한국교회가 혼란스러워지면 안 된다”라며 “이미 다 끝난 문제”라고 일침을 놓았다. 당시 기자회견이 열린 장소는 창원 양곡교회였다. 앞서 언급한 대로 김삼환 목사의 ‘김의식 불륜 의혹 봐주라’라는 발언이 있고 이튿날, 명성교회에서 있은 2023년 9월 19일 108회 총회 개회 예배에서 김의식 목사도 “이젠 끝을 내야 한다”라며 세습 논란에 대해 마침표를 찍자고 했다.

이처럼 교단 헌법을 무력화할 정도의 힘을 축적한 ‘안동파’는 안동의 정치적 보수성도 여과 없이 교회 안에 투영했다. 경안노회 출신 중에는 김태영 목사(부산 백양로교회 원로)가 있다. 코로나가 시작된 2020년 104회 총회장을 하던 그는 선도적 적극적 방역에 나선 문재인 정부에 맞서 이런 담화문을 낸다. 방역을 위해 교회가 선도하자는 목소리가 무색하게 그는 종교시설 집합 제한 행정명령을 종교탄압으로 규정했다.

“대한민국의 모든 교회가 방역 지침을 거부하고 지역 주민들의 불안을 무시한 채 예배를 강행하는 것처럼 한국교회를 폄하한 일도 일어났습니다.”, “많은 교회와 교인들이 재해구호에 힘쓰면서 함께 재난 극복에 힘을 모은 일을 가볍게 여기는 일입니다.” “이는 총회장인 저 자신으로서도 모욕적인 일이요, 교회적으로도 참을 수 없는 모멸감을 주고 자존감에 심한 손상을 입히는 일입니다.” “방역을 넘어 기독교 신앙을 탄압해서는 안 됩니다. 예배는 중단되어서도 안 되고 중단될 수도 없습니다.” 때는 21대 총선 직전이었다.

‘안동파’ 커갈수록 예장통합 보수성도 강화

이뿐 아니다. 91회(2006년) 총회장이 된 이광선 목사는 개신교계가 노무현 정부에 맞서 사립학교법 재개정 투쟁을 벌일 당시 삭발을 하더니 ‘사학법 폐지 및 사학진흥법 제정 국민운동본부’의 공동 상임대표가 됐다. 그는 이후 극우 운동가로 변신, 각종 보수단체 집회 연단에 섰고 ‘하나님 까불면 죽어’를 운운한 전광훈 씨에 대해 이단 시비가 붙었을 때 적극 나서서 엄호하기도 했다.

전광훈 씨는 2004년 총선 첫선을 보인 기독교 정당 창당 당시 보수 개신교계의 정치세력화를 실무에서 획책했다. 그때 제안자 중에는 여의도순복음교회 조용기 목사, 한국대학생선교회(CCC)의 설립자 김준곤 목사 외에 고 김기수 안동교회 원로 목사도 포함된다. 김기수 목사도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총회장을 지낸 인물로, ‘안동파’의 거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는 경안신학교 교장을 지냈고 훗날 승격된 경안대학원대학교 초대 이사장도 역임했다. 전광훈 씨는 설교 중에 종종 김삼환 목사와의 친분을 과시했다. 자신이 담임하는 사랑제일교회 후계자로 공동의회에서 결정된 아들(전에녹 전도사)과 며느리는 현재 장로회신학대학원의 목사 수업 중이다.

‘안동파’의 일원 지용수 목사 역시 2017년 박근혜 대통령 탄핵 심판과 맞물려 촛불혁명이 한창이던 1월, “촛불 시위하는 사람이 다 즐거워하고 기뻐한다. 나라가 어려워서 살리자는 데모가 아니고, (박근혜) 대통령 쓰러뜨려서 정부가 어려움을 당하니까 좋아서 즐기는 그런 시위”라고 폄하했다.

김삼환 목사 또한 초록이 동색이었다. 22대 총선을 석 달도 안 남긴 시점인 2024년 1월 20일 새벽예배 설교에서 “선거관리위원회가 몇 년 동안 국민에게 의심을 사고 했다. 실제로 그럴 줄 누가 알았느냐?”라며 음모론에 불과한 개표 부정 의혹을 제기했다. 또 진보적 판결한 사법부를 향해 “이념적으로 공산주의와 가까운 판사가 있다면 그 나라는 민주주의 아무리 해봐야 소용없다”라고 하는가 하면, 언론을 향해서는 “방송국에 적의 세력이 침투해 방송을 어느 정권을 위해 조작한다든가 하면 안 된다”라고 비난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를 비판한 ‘극우 목사’를 향해 “살아있다”라고 치하했다.

김삼환 목사는 세월호 참사 국면인 2014년 6월 1일, 명성교회를 찾아온 박근혜 대통령 앞에서 “하나님이 공연히 이렇게 (세월호를) 침몰시킨 게 아니다. 나라를 침몰하려고 하니 하나님께서 대한민국 그래도 안 되니, 이 어린 학생들, 이 꽃다운 애들을 침몰시키면서 국민에게 기회를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가 뭇매를 맞은 바 있다.

대한변호사협회 세월호특위에서 특별법제정팀장 등을 지낸 박종운 변호사는 이 현상을 두고 “우리는 왜 고난 또는 고통받는 이들과 공감하는 능력이 떨어질까요? 가부장제 시대의 잘못된 아버지의 습성을 버리지 못하고 그것을 오히려 아버지 하나님께 투영한 결과는 아닌지, 고난 또는 고통받는 분들의 입장에서 생각하기보다는 그들을 돕는다는 미명 아래 내 입장에서 생각하고 판단하기 때문은 아닌지, 고민이 깊어져 갑니다. 아무래도 어머니 하나님의 영성이 필요한 시대가 아닌가 싶습니다”라고 했다. 자신이 고난 또는 고통받는 자의 입장에서 보는 게 아니라, 하나님의 위치에서 단정하려다 보니 발생하는 실언을 넘어선 망언이 빈발되는 것이다.

자신이 마치 하나님이 된 듯 아니면 하나님의 대리자가 된 듯 ‘말의 공해’를 쏟아내기는 지용수 목사도 다르지 않다. 코로나를 두고 2020년 2월 9일 설교에서 “(교인에게) 따라 합시다. 전염병은 하나님이 주신다. 우리 아빠가 주시는 거다”라고 했다. 그는 중국이 기독교를 탄압하면서 우한 지역에서 팬데믹이 시작됐다며 종교적 의미를 덧씌웠다.

안동파 학맥 인맥 금맥이 예장 통합을 망치고 있다

보이지 않으나 끈끈하고 강력해 보이는 ‘안동파’의 밀어주고 끌어주기, 학맥, 인맥, 금맥으로 이어진 이 구조에서 세습을 금지하는 총회 헌법은 물론, 진보와 보수가 공존하며 건강한 신학적 기풍을 세워온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의 기틀은 급격하게 흔들리고 있다. 이미 하나님과 같은 반열에 선 듯한 그들은, 교회 규모에 비례한 메시지 파급력을 아는 듯 모르는 듯 철학이 빈곤한 설교로 사회의 비난과 빈축을 사고 있고, 이는 개신교 전체의 이미지 추락의 견인차가 되고 있다. ‘안동파’가 교회와 사회의 골칫거리가 되도록 통합 내부에서 이를 견제하는 목소리는 그만큼 줄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