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일 늦은 오후, 세찬 바람으로 인해 을씨년스러운 한강변으로 차를 몰았습니다. 한강 유쉘컨벤션센터로 3남선교회 주최의 ‘가족초청의 밤’ 잔치에 초청을 받아 찾아간 것입니다. 금년 들어 가장 추운 겨울날씨였지만 한 사람 한 사람 모여드는 회원들을 안내하기 위해 온몸으로 강바람을 뒤집어쓰면서 어깨띠를 띠고 안내를 하고 있는 회원들의 열정에 내심 놀라움을 가지고 눈 내리는 한강 위 선착장에 떠 있는 컨벤션센터로 들어갔습니다. 결혼 주례를 위하여 몇 번 갔었던 곳이고 얼마 전에도 결혼식이 있었지만, 늦은 주일 오후에 눈 내리는 한강변에 세워진 컨벤션센터를 찾아간다는 것이 나이에 맞지 않게 제법 낭만적인 분위기도 느꼈고 철없는 아이들처럼 조금은 감미로운 흥분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안내를 받아 컨벤션센터 지하층에 마련된 3남선교회 가족초청 행사장은 이미 거의 모든 테이블이 가득 차 있었고 마치 자신들의 잔치인양 즐거워라 뛰어다니는 아이들은 거기가 잔치자리임을 말해주었습니다. 접수대에 기다리고 있던 회원들의 안내를 받아 먼저 앉아 식사를 하다가 우리를 위해 부랴부랴 비워준 1번 테이블에 코트를 벗어두고 테이블을 돌면서 참석한 가족들을 찾아 인사를 나눌 때는 ‘아! 이분들이 3남선교회 회원들이구나!’하는 탄성이 절로 나왔습니다. 교회에서 좀처럼 만나 대화를 나누기 힘든 3남선교회 회원들과 가족들, 상당수의 사람들이 내가 결혼을 주례한 가족들이고 또 얼굴이 익은 사람들도 있었지만 사실 태반은 가까이에서 얼굴을 보고 대화한 적이 거의 없는 근래에 우리 교회에 오신 새 가족들이었습니다.

 젊은이들이 교회를 떠나고 성도들의 연령층이 점점 고령화 되어 간다고 걱정하는 한국교회의 현실로는 참으로 반가운 얼굴들이었습니다. ‘지난 몇 년간 들어온 젊은 성도들이 이렇게 많구나!’하는 반가움이 마음을 뿌듯하게 했습니다. 접수대에서 주인을 기다리고 있는 명찰을 보면 아직 반도 못 온 것 같은데 이미 강당을 가득 메운 120여명의 성도들을 바라보는 마음은 정말 안 먹어도 배가 부를 정도로 만족스러웠고, 대견했고, 감사했습니다.

시대가 어렵고 점점 움츠려 가는 때에, 날씨조차 이렇게 싸늘하게 가라앉은 12월 초의 뜨거운 사랑, 아무런 조건 없이 나누는 코이노니아는 믿음으로 하나 된 그리스도 사랑의 가장 확실한 표현이라는 마음이 가슴 한 구석을 찡하게 했습니다. 참석한 회원들을 좀 더 기쁘고 즐겁게 하려고 최선을 다해 섬기려 안간힘을 쓰는 임원들의 모습은 이래서 세상에 소망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 교회의 만남수련회에서 경험한 섬김의 전통이 여기서도 힘을 발휘하는 것 같았습니다. 참석자들 역시 사회자의 말에 힘을 실어주려고 자진해서 재미있어 하려고 애썼고, 조금은 지루한 프로그램임에도 불구하고 한 가정도 빠짐없이 끝까지 자리를 지켜주었습니다.

그래서 이번 3남선교회 가족초청의 밤 잔치는 임원들의 헌신과 참여자들의 협력으로 매섭게 식어버린 겨울 날씨를 따뜻하게 했고 사회적 분위기로 위축된 젊은이들의 가슴에 따스한 감동과 용기를 주었으며 우리가 신양교회 안에서 한 가족임을 확인해 주는 기회였습니다. 또한 우리 교회에 함께하고, 사랑하며, 헌신하고, 섬기려는 젊은이들이 이렇게 많아 우리가 결코 외톨이가 아님을 경험하게 하는 기회였습니다. 그렇습니다. 우리는 결코 혼자가 아니며 피폐해 가는 시대에도 의와 진리를 위해, 그리고 하나님의 뜻에 순종하기 위해 헌신된 수많은 젊은이가 있습니다.

우리에게는 어떤 시대적 문제와 아픔 속에서도 손을 함께 잡고 삶을 같이 나눌 이렇게 많은 가족이 있습니다. 젊은이가 용기를 잃지 않고 젊은이가 섬기고 헌신될 때 우리 교회가 능력 있는 창조적 공동체가 될 것입니다. 삼남이 화이팅!

/신양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