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담임목회 사역은 목동의 한 작은 교회에서 시작했습니다.
부임했을 때 30명도 안 되는 아주 작은 교회였습니다.
감사한 것은 작다는 느낌이 전혀 안 들었습니다.
내 목회, 큰 목회지라 생각하고 열심히 했습니다.
4-5년 만에 160여명의 교회로 성장했습니다.
교회 구성원으로 의사 10여 가정, 청년들은 2/3였습니다.
그 청년들 중에 목회자가 9명이 나왔습니다.
한국교회가 지향하던 젊은 목회지였습니다.
 
그런데 내 마음에서는 뭔가 아쉬웠습니다.
‘주님, 할머니들이 있는 곳에, 장로님들이 있는 교회에 가고 싶어요.’
다들 꺼리는 기성 교회, 조직 교회에 가고 싶다고
언제부터인가 나는 주님께 기도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는 중 우연찮게 주님께서 왕중으로 인도해 주셨습니다.
와 보니, 내가 가고 싶다고 주님께 떼쓰던 바로 그런 교회였습니다.
 
나는 어른들과 지내기가 얼마나 좋은지 모릅니다.
물론 청년들과도 잘 어울렸습니다.
아니 청년이든, 아이이든, 어른이든, 중장년이든
다 내 가족, 식구처럼 여기고 대하고 사랑했습니다.
속상하게 하는 이들도 있었지만... 주님께서 그러십디다.
‘네 가족, 형제 중에는 그렇게 속 썩이던 이는 없더냐?’
생각해 보니 가족, 혈육 중에도 그런 이가 있더라구요.
그래서 그냥 미우나 고우나 가족처럼 대하고 지내왔습니다.
 
그러다 보니 올해가 30년째입니다.
사회에선 근속 30주년이라고 축하해주겠지만 교회에서야...
그럼에도 성역 30년 감사 예배를 드리자고 하기에
쑥스러워서 주저하다가 한 번 알아봤습니다.
서울노회에 담임이 30년 이상 목회하신 교회가 얼마나 되는가.
기성 조직 교회는 6곳(문화, 홍익, 신일, 갈운, 삼가리, 상심리),
개척하다시피 하여 온 교회 3곳(선목, 영광, 실로암)이었습니다.
서울노회 113개 교회에서 30년 이상 담임목사가 목회한 교회가
10교회가 채 안 됩니다.
그런데 이제 10번째가 바로 왕십리중앙교회가 되는 셈입니다.
그래서 30년 세월을 감사하자고 했습니다.
우리 교회는 담임 목사가 5-6년마다 떠나는 교회였습니다.
그런데 제가 주님의 은혜로 30년의 세월을 3년처럼 보냈습니다.
변함없이 부족한 종을 사랑해 주고 따라 주고 신뢰해 준 왕중가족,
정말 고맙고 감사합니다.

/왕십리중앙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