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1월 28일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소위 ‘존엄사’를 인정하는 판결을 하였습니다. 그리함으로 우리나라 역사상 초유의 사람의 생명과 죽음에 대한 최종결정을 인간이 할 수 있다는 판례를 남기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 종교계, 법조계, 윤리학계 등 각계각층의 의견이 백출하여 치열한 토론을 벌이게 되었습니다.

몇 년 전 배아복제를 통한 인간생명 조작에 대한 치열한 논쟁을 벌였던 것과 상반되는 문제이긴 하지만 사람이 사람의 생명을 임의로 만들거나, 임의로 죽일 수 있느냐 하는 문제는 원론적으로 불가하다는 것이 지금까지의 정론(正論)이었습니다. 그러면서도 사형제도는 폐지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나, 전쟁 중에 살상하는 일이나, 낙태와 같은 문제 등 자가당착적인 법적용이나 행위가 많았습니다. 이러한 어려운 문제를 놓고 최근 우리 사회 전반적인 분위기는 옛날과는 많이 달라지고 있습니다.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이러한 민감한 문제들은 서로 기피하는 현상이 지배적이었으나, 지금은 찬반토론이 활발하게 진행될 정도로 현실적 상황을 이해하려는 실용주의적 사고가 팽배해지고 있습니다. 사람이 존엄하게 살아갈 권리가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존엄하게 죽을 권리도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 찬성하는 사람들의 수가 갈수록 많아지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성급한 결정은 앞으로 무서운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서 보다 더 심도 있고 차원 높은 연구와 토론을 거친 후 사회적 합의를 도출해 내어야만 할 것입니다.

만약에 의학적인 조치를 중단함으로 사망할 수밖에 없는 환자의 임종을 결정할 때에는 가족과 의료계와 종교계와 법조계와 윤리계들 각계각층으로 구성된 ‘존엄사 결정위원회’에서 최종 판정을 내릴 수 있다는 법적인 근거를 마련해야 할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선의의 법을 악용하여 장기를 매매하거나, 환자 가족이나 병원 측의 갈등이 심화되거나, 불효자들이나 불량가족들의 치료비 절약을 위한 비윤리적 행위나, 보험사들과 결탁한 범죄행위 등 수많은 부작용이 예상됩니다. 그런 의미에서 원칙적으로 존엄사는 불가하다는 판례를 유지하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그러면 성경의 가르침은 어떠합니까? 이 문제는 구약 전체적인 맥락에서 생명문제를 통전적으로 다루어야만 실수를 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구약성경에는 “악인의 생명을 죽여라”와 “살인하지 말라”는 말씀이 서로 상충되고 있습니다. 반면, 신약성경에는 예수님의 교훈에 따라서 하나의 생명이 천하보다 더욱 귀하다고 가르치고 있습니다. 교회의 역사를 보면 이단이나 적군은 남김없이 죽이라는 계율과, 성전(Holy War)개념이나 정의로운 전쟁(Just War)개념을 근거로 한 수많은 종교전쟁을 통해서 얼마나 많은 생명들이 희생되었는지 모릅니다.

 미숙했던 고대사회나 근세사에서는 사람의 생명이 경시되었던 경향이 심했습니다. 그러나 인류의 문명이 발달하고 살기 좋은 세상이 되면서 인권운동과 민주화운동이 활발하게 일어남으로 사람의 생명의 존귀함을 인정받게 되었습니다. 그와 동시에 참을성이 부족한 인간들이 스스로 삶을 포기하는 경박함 때문에 생명의 존엄성이 위협받는 현상도 심하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생명은 하나님께 속한 것이기 때문에 무신론자들이나 유물론자들의 생명경시 풍조에 대한 기독교의 입장은 분명합니다. 삶과 생명운동을 전개하는 기독교는 죽음의 영인 사단의 세력을 물리치고 생명의 영이시며 부활의 영이신 성령의 역사를 의지하여 생명이 풍성한 세상을 만들어 나가도록 최선을 다해야만 할 것입니다.

 /덕수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