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획에 실패하는 것은 실패를 계획하는 것이다”라는 말을 기억합니다. 그것은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입니다. 파종에 실패한 사람이 풍성한 수확을 기대할 수 없고, 모래위에 터를 잡은 사람이 든든한 집을 지을 수 없는 이치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리 교회의 2009년을 위한 목회계획은 정말 진지한 연구의 과정을 거쳤습니다. 이를 위하여 교역자 전체 모임을 무려 4차례나 가졌고, 모일 때 마다 12시간 이상의 긴 토의와 지혜를 모으는 과정을 거쳤습니다. 2번째 세미나에는 장로님들도 함께 참여하여 이틀 밤을 늦도록 지혜를 모았습니다. 세상에 완전한 것은 없고, 우리 또한 완전하지 못하기에 우리 계획 역시 불안전하기 짝이 없지만 그래도 우리는 나름대로 많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우리의 지혜나 노력에 의지 하지 않고 하나님의 인도를 의지합니다. 그래서 수요일 밤, 새해를 위한 연말당회는 회의보다는 기도하는 당회로 모였습니다. 당회원 모두가 철원 모닝컴랜드로 가서 새해의 목회계획을 앞에 두고 깊이 기도하며 새해의 우리 사역을 하나님께서 이끌어 주시기를 기도했습니다. 우리 계획이 아무리 철저하여도 우리 계획 보다는 하나님의 뜻을 이루어 달라고 기도했습니다. 그리고 우리의 계획이 하나님의 뜻을 이루는 도구이기를 겸손히 간구했습니다.

우리 당회원들은 수요일 밤 하나님이 우리에게 주신 땅인 철원 모닝컴랜드로 갔습니다. 널찍하고 따뜻한 당회실에서 푹신한 의자에 기대어 여유 있게 회의를 하고 싶은 안일한 생각도 있었지만 그래도 새해 계획만은 하나님이 우리에게 주신 땅, 우리 기도원에서 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거기서 기도함으로 새해를 준비한다는 것이 교회를 섬기는 당회원의 온당한 자세라는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뭔가 하나님이 기뻐하시도록 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비록 단순한 의미 부여일지 모르지만 그래도 새해는 하나님이 주신 우리 기도원에서 기도하며 준비했다는 그런 긍지를 가지고 싶었고 그래야만 하나님이 큰 축복을 주실 것 같은 다소 천진스러운 기대 때문이었습니다.

서울보다 5도 가량이나 기온차가 난다는 철원의 밤은 매우 쌀쌀하고 을씨년스러웠습니다. 낙엽진 밤나무 잎사귀들로 덮여있는 철원 모닝컴랜드는 이미 어둠이 내려 앉아 있었고 무당들의 통행 방해는 우리의 마음을 언짢게 했지만 오전에 일찍 가서 회의를 위해 준비한 정기선장로님과 부목사님들의 수고로 인해 우린 곧 바로 따뜻한 방에 들어가 기도로 하나님께 나아갈 수 있었습니다.

작년 이맘때도 당회원들이 모두 함께 거기서 기도로 새해를 준비했었지만 1년이 지나고서도 이렇게 당회원들이 다같이 기도원엘 가서 마음을 합하여 기도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정말 가슴 뭉클한 감동이 있었습니다. “회의 많이 하는 교회치고 잘 되는 교회가 없고, 기도 많이 하는 교회 치고 안 되는 교회가 없다”라는 누군가의 지적처럼 이제 우리 교회는 인간의 지혜를 모으는 회의 보다는 하나님의 지혜를 구하는 기도를 더 중시하는 교회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감도 또 하나의 기쁨이었습니다. 무엇이든 우리의 지혜를 모아서 용의주도하게 준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하나님께 아뢰고 그분의 인도를 따르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가장 좋은 계획은 하나님께 있고, 하나님께서 친히 우리 교회를 세워주심을 기다리는 것이 가장 지혜로운 계획입니다.

우리는 새해에도 우리 교회 목회의 기본 철학을 따라서 10가지의 목회실천과제를 정했습니다. 이것은 우리의 계획이기 보다는 이 시대와 우리 이웃의 필요에 응답하고 우리 교회를 향한 하나님의 명령에 순종하며 성도들을 믿음으로 바로 세워 복되게 하기 위한 헌신의 결단입니다. 가장 좋은 계획은 하나님의 뜻에 대한 순종이기에 우리의 계획은 하나님의 명령에 대한 순종의 결단입니다. 

/신양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