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80년 8월 6일자 석간 <경향신문>이 전한 '나라와 민족을 위한 기도회' 관련 기사. 말이 좋아 기도회였지 실은 전두환 장군을 위한 축복 기도회였다는 평가가 있다. ⓒ경향신문PDF [당시 기사 전문] 경향신문 1980년 8월 6일자 "훌륭한 지도자로 나라에 충성, 사회악 제거에 앞장서 줘 감사" 숙원인 남북통일 조국 번영 기원 한경직 목사 등 기독교 지도자 24명 참석 국가와 민족을 위한 조찬 기도회가 (1980년 8월) 6일 상오 7시 롯데호텔 에메랄드룸에서 열려 국난 타개와 새 시대 새 사회건설을 위해 기도했다. 이날 조찬기도회에는 전두환 국가보위비상대책상임위원장을 비롯한 상임위 13개 분과 위원장과 한경직 조향록 목사를 위시한 한국기독교교파 지도자 24명이 참석했다. 이날 기도회는 문만필 목사의 사회로 1시간 25분 간 진행됐다. 이날 전두환 위원장은 상오 7시 미리 자리에서 기다리고 있던 기독교 지도자들의 인사를 받으며 기도회 장에 입장했다. ㄷ자로 배치된 좌석의 헤드 테이블에는 중앙에 전(두환) 위원장이, 좌측에는 한(경직) 조(향록) 목사가, 우측에 김지길, 장성칠, 강신명 목사의 자기라 마련됐다. 찬송가에 이어 시작된 기도에서 조향록 목사는 국가와 민족을 위한 기도를 통해 "이 나라의 정사를 담당하는 모든 지도자들에게 지혜를 주고 이 중대시기에 국민들이 하나가 되어 마음과 뜻을 합해 이 나라를 지켜 나가도록 도와 달라"며 "자신의 사사로운 이익과 명예를 버리고 이 나라의 영원한 발전을 위해 일할 수 있도록 도와 달라"고 국가와 민족을 위해 기도했다. 정진경 목사는 국보위상임위의 전(두환) 위원장을 위한 기도에서 "일찍이 군부에 헌신하여 훌륭한 지휘자로서 나라에 충성을 다하도록 한데 감사한다"고 말하고 "어려운 시기에 국보위 상임위원장으로 사회악의 제거에 앞장설 수 있게 해준데 대해 감사한다"고 기도했다. 정 목사는 "모든 국민이 원하는 남북통일과 번영, 민주화를 실현하는데 공헌토록 해주고, 그 업적이 다음 세대의 유산이 되도록 해 달라"고 기도했다. 김인득 장로는 국군장병을 위한 기도에서 "부조리 척결 등 모든 일이 성공리에 마무리되도록 인도해 달라"고 기도했다. 한경직 목사는 "우리 모두가 자신을 깨끗이 하는 행동을 하는데서 이 비상시국을 잘 처리해 나갈 수 있으며 이때야말로 우리 민족이 새로워져서 세계 모든 사람들이 흠모하는 위대한 나라를 건설하도록 축복해 달라"고 기도했다. 전(두환) 위원장은 이에 대해 "오늘 이 조찬기도회에서 여러분과 함께 국가와 민족의 장래를 위해 기도하는 기회를 갖게 된 것을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며 약 5분 간 인사말을 했다. 50분간의 기도행사에 이어 김해득 목사의 조찬감사기도로 시작된 조찬은 8시 25분이 끝난 뒤 전(두환) 위원장이 먼저 자리에서 일어나, 퇴장, 회의장 입구에서 이날 참석자들과 악수를 나눈 뒤 회의장을 떠났다.

이명박 정부에 대해 불가근불가원(不可近不可遠) 원칙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는 새 정부 청와대 및 내각에 기독교 교인이 중용되는 것을 두고 코드 인사 논란이 증폭되고 있는 가운데 나온 말이어서 이목을 끈다.

한국복음주의협의회는 ‘교회사에 나타난 교회 지도자들이 범한 실수’라는 주제로 서울 새문안교회에서 15일 오전 열린 월례기도회 및 발표회를 가졌다. 교회의 정치 세력화 사례는 크게 우리나라와 국외, 국외 중 유럽의 사례로 나눠서 진행됐는데 한국교회사 부문을 맡은 이만열 전 국사편찬위원장(숙명여대 명예교수)은 한국교회가 현실 정치에 개입해 권력과 결탁한 사례를 소개하며 이를 비판했다.

이 교수는 <기독공보>가 1952년 7월 4일자에서 ‘애국자이자 신앙인인 이승만 대통령을 뽑는 것이 나라를 부강하게 하고 공산세력을 반대하는 길'이라고 하고는 나아가 ‘천대 만대 크리스천 대통령이 계계승승하여 이 나라에 하나님의 축복이 영구하기를 기원 한다’라는 정교분리 원칙을 부정한 사설이 실린 점을 짚었다. 또한 4.19 혁명의 도화선이었던 1960년 4대 정부통령 선거 당시 자유당이 선거중앙대책위원회가 ‘기독교 정신을 정치에 반영시킬 수 있는 이승만과 이기붕에게 투표할 것’을 교인들에게 호소해 정치가 종교를 이용하려 한 사례도 소개했다. 1969년 9월 4일 김윤찬, 박형룡 등 보수 지향적 목회자 242명이 ‘개헌문제와 양심자유선언’을 발표해 3선 개헌을 지지해 군사정권의 부당한 권력 연장에 일조한 전과도 고발했다. 더불어 광주시민을 학살한 전두환 씨를 찬양하며 그의 권력 찬탈을 정당화시켜준 1980년 8월 ‘나라를 위한 조찬기도회’ 역시 비판의 도마 위에 올렸다. 한편 이번 18대 대통령 선거에 서 보여준 기독교계의 행태에 대해서는 “너무 많아서 정리하기도 힘들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이 교수는 이날 “교회는 이념 단체가 아니다”라며 “후보가 기독교 신앙을 갖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후보를 지지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또한 “교회와 권력은 긴장관계를 가져야 교회도 사회도 발전 한다”며 이명박 장로 대통령 시대의 교회의 바른 처신을 주문했다. 특히 “기독교는 이제부터 권력을 감시해야 한다”며 “이것이 진정 새 대통령을 사랑하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권력의 힘을 이용해 덕을 보고 아첨하는 것은 교회도 죽이고 새 대통령도 죽이는 것”이라고 못 박기도 했다.

한편 국외 사례를 짚은 박종화 목사(경동교회 담임)는 크게 △ 기독교가 국교가 되던 제정 로마시대 △ 십자군식 지배 평화 사례 등 두 가지 소주제로 나눠 설명했다. 우선 로마시대. 콘스탄티누스 황제가 로마 제국의 국교로 기독교를 지정돼 힘을 얻으면서 교회의 정치적 힘과 재력은 강화됐지만 복음이 세속화 물량화 되면서 영적 권위가 상실됐다고 평가했다.

다음으로 십자군 전쟁식 지배 평화 사례. 박 목사는 “십자군 시대에 기독교는 선교와 경제적 이익, 그리스도 의용군 모집, 종교군사주의 확대, 참여자들 면죄부 확대, 구원 약속과 같은 감언이설을 통해 전쟁을 획책했다”며, 이는 “어거스틴, 루터, 칼뱅으로부터 이어져 오는 의로운 전쟁론(기독교 국가가 전쟁을 일으키는 경우는 의로운 동기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논리)이 뿌리이고 이는 오늘날 (미국 등) 기독교 국가의 세계 지배 논리에도 악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외 사례 중 독일교회와 유럽교회에 집중한 김영한 교수(숭실대 교수, 기독교학대학원장)는 서두에 콘스탄티누스 황제를 극찬하는 유세비우스를 들었다. (유세비우스는 권력 지향적 주교 가운데 한 명. 콘스탄티누스 황제의 총애를 받기 위해, 그의 자서전 작가가 되어 신격화 작업에 나서기도 했다. “하나님의 말씀이 천국을 다스리듯이 로마황제는 문명화된 세상의 정부를 다스린다”며 “황제는 지상에서의 그리스도 대변자”라며 찬양을 아끼지 않아 빈축을 샀다.) 김 교수는 “유세비우스의 등장은 기독교 영성 퇴락의 시작이었다”고 평가했다.

종교개혁자 루터의 부적절한 정치적 처신도 짚었다. “농민들은 루터를 제후들과 자기의 입장을 중재할 수 있는 지도자로 생각했지만, 루터는 폭동이 일어나자 제후의 편에 섰다”고 지적했다. 또한 루터는 말년에 유대인에 대해 적대적인 태도를 갖게 됐고, 그것이 훗날 ‘히틀러의 아버지’라는 비난을 받게 된 동인이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그러면서, “위대한 종교지도자들은 하나님의 사람이었다. 그 하나님의 사람이 시대의 아들로 섰을 때에는 그 시대의 포로가 되었다”고 지적했다. 새 정부 들어 기독교인의 처신에 대해서는 “정부와 거리를 두면서 비판적으로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며 결탁을 삼갈 것을 주문했다.

이날 발제자들은 “국내외 교회사에서 입증하는 교회 지도자들의 실수를 타산지석으로 삼고 오류를 범하지 않아야 한다”며, “이를 위해선 역사의식을 길러야 한다”며 입을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