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복음 13장에 보면 예수님께서 하신 이런 비유를 읽을 수 있습니다. 어느 밭주인이 길가에 이리저리 찢기고 부러지고 천대받으며 자라던 무화과나무를 포도원에 옮겨 심고 무화과 열매를 기다렸습니다. 이 밭주인은 포도원지기를 시켜서 거름을 주고 벌레를 잡아주고 물을 공급하는 등 갖은 노력을 다 기울이며 열매 맺기를 기다렸습니다. 그러나 이 무화과나무는 삼년이나 되도록 잎만 무성할 뿐 열매는 맺지 않았습니다. 참다못한 주인은 포도원 지기에게 “찍어버리라 어찌 땅만 버리게 하겠느냐?”라고 명령했습니다. 그러나 포도원 지기는 “주인이여 금년에도 그대로 두소서. 내가 두루 파고 거름을 주리니 이 후에 만일 열매가 열면 좋거니와 그렇지 않으면 찍어버리소서”라고 한 해만 유예해 달라고 간청을 했다는 이야기입니다. 물론 이 비유에서 포도원 주인은 하나님이시고, 포도원 지기는 예수님이시고, 무화과나무는 선민으로 자처하면서 열매 맺지 못한 이스라엘을 의미합니다.

그런데 저는 한 해가 저물어 2008년의 끝자락에서 이 비유를 생각합니다. 바로 우리들의 이야기이고 저의 이야기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하나님은 우리를 그 더러운 죄악에서 구원하여 주시고 하나님의 백성삼아 축복의 밭에 심어 주셨는데, 우리의 한 해의 삶을 돌아보면 정말 열매는 없고 땅만 버린 삶이 아닌지를 생각하게 됩니다. 우리의 언행을 돌아보면 정말 하나님께서 무던히도 참아주셨다는 고백을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우리는 하나님의 뜻을 순종하고 사람을 사랑하기 보다는 이기적인 욕심으로 쓸 데 없는 일에 얼마나 마음을 썼는지, 머리에는 쓸모없는 허접 쓰레기를 가득 담아놓고 마음에는 이기적인 욕심을 가득 채워서 우리 인격이 스스로도 부끄러운 잡동사니 쓰레기 하치장이 되어 버린 것이 아닌지? 우리는 우리 입으로 얼마나 무용한 언어를 무책임하게 쏟아놓아서 하나님의 영광을 가리고, 사람들을 낙심시키고, 상처받게 하고, 하나님의 뜻을 훼방했는지, 또한 우리는 하나님이 주신 능력과 재능, 기회를 하나님의 영광 보다는 자신의 욕망을 채우는 수단으로 오용하고, 섬기라고 주신 교회에 폐를 끼치고, 축복으로 주신 교회와 가정, 그리고 일터와 삶의 현장을 오염시키고 황폐시킨 것이 아닌지를 돌아봅니다. 나름대로 노력하고 깜냥대로 봉사했지만 그것을 마치 무슨 공로나 되는 듯 자기 의(義)에 빠지고 자기 아집에 도취되어 도리어 교회와 이웃에게 부담을 가중(加重)시키지나 않았는지?

큰 벌을 받지 않고 찍어버림을 당하지 않은 것은 분명 한 해만 더 참아 달라고 간청하신 주님의 중보 때문에 베푸신 하나님의 심판 선고의 유예 때문일 것입니다. 한없는 용서와 끝없는 사랑으로 우리의 못된 말과 부끄러운 행위에 대해 준엄한 선고를 한 해 더 유예하시고 우리에게 새해를 허락하심일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의 오늘 그 어느 것도 하나님의 은혜 아닌 것이 없기에 염치없지만 그래도 우리는 다가오는 새해를 또 한 번 기대로 바라봅니다. 그래서 용기를 가지고 우리의 이웃을 예수님의 가족으로 세우고 우리 교회를 통해 이 지역에 아침 해가 떠오르는 땅을 이루어 주실 것을 믿으며 내일로 나아갑니다. 우리는 부족하지만 그래도 하나님이 뜻하신 일들을 우리를 통해 이루어 가실 것을 믿는 믿음으로 새해를 바라봅니다. 우리는 비록 무가치한 질그릇에 불과하지만 그러나 우리가 하나님의 손에 잡히기만 한다면 하나님은 우리를 통하여 새 역사를 이룰 것을 믿기에 소망으로 내일을 바라봅니다.

주님의 중보와 또 한 번의 하나님의 용서와 한 해 더 기다리시는 하나님의 선고유예는 하나님이 우리에게 주신 또 한 번의 기회로 알고 새해를 바라봅니다. 선고를 유예하신 하나님의 사랑을 믿고 새해를 바라봅니다.

/신양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