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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의 '못된 점'만 골라 배우는 이명박 |
| [정치시평] 야당에 이기면 영원히 이기나...미몽에 빠진 M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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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열린우리당은 탄핵 반대 바람을 타고 국회 과반 이상을 차지했다. 그리고 그해 정기국회, 4대 입법이라 해서, 국가보안법 폐지, 신문법 개정, 과거사 정리 입법, 사립학교법 개정안을 추진했다. 야당인 한나라당은 극렬히 반대했다.
지금은 2008년이다. 한나라당은 ‘정권교체’의 바람을 타고 국회 과반 이상을 차지했다. 그리고 올해 정기국회, 여당인 한나라당은 MB입법이라 해서, 한미 자유무역협정 비준안, 금융 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 완화, 출자총액제한제도 폐지, 신문방송 겸영, 사이버 모욕죄, 시위 집단소송제 등을 추진하고 있다. 야당인 민주당은 강력하게 저항하고 있다.
결과는 어떻게 나올까? 2005년까지 당시 여당은 상징적으로 사립학교법 개정안 하나를 관철했다. 2008년의 여당도 ‘전쟁 태세’를 공언하며 끝까지 관철하려 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야당은 해머, 망치, 전기톱까지 들고 나와 각을 세우고 있다. 국민들의 미간을 일그러지게 했다. 그러나 이런 물리력 속에는 거대한 정치적 함의가 있다.
결론부터 이야기한다. 한나라당이 이번에 MB입법을 수단 방법 가리지 않고 통과시키면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20% 늪에서 헤어 나와 30~40%대로 올라설 것이다. 반대편에 선 사람들로선 미치고 환장할 노릇이겠지만 말이다. 왜 이럴까. 한나라당의 고정지지층을 대략 30~40%로 잡는다. 한나라당 단골 지지층이 회복되는 셈이다. 그동안 이명박 대통령에 대해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60%대의 비토세력 가운데 이들도 일부 포함됐었다는 이야기이다. 'MB지지‘로 돌아서는 이들 상당수가 “이제 드디어 좌파와의 싸움에서 ‘힘’을 보여줬다”며 열광할 것이란 얘기이다. 한나라당은 나아가 이런 기대까지 하고 있다. “한나라당 성향의 지지층이 복원되면 이제 외연이 확장될 것”이라고. 한나라당 반대 성향의 20~30%의 층을 뺀 나머지 40~50%를 끌어안는다는 것이다. 과연 가능할까.
과거를 떠올려본다. 2005년 겨울, 열린우리당은 한나라당을 제치고 4대 입법 가운데 사립학교법 개정안 하나 간신히 통과시켰다. 그 때 원내 컨트롤 타워는 정세균 당 의장 겸 원내대표였다. 그는 지금 민주당 대표이다. 그때도 국회는 파행을 빚었고, 한나라당은 장외 투쟁을 벌였다. 우리는 그때 이명박 서울시장이 청계천에서 촛불을 들고 서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3~4년 만에 이명박 대통령과 정세균 대표의 입장이 지금에 와서 180도 바뀐 것이다. 상당히 이채롭다.
당시 그 국회 파행으로 여당은 잃은 것이 별로 없다. 야당인 한나라당이 쟁점화 했지만, 이들의 고정 지지층이 벌떼같이 일어나 소요를 벌이거나 하지 않았다. 결국 그 사안으로 노무현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은 정치적 곤경에 처하지 않았다. 도리어 정부 여당은 기약 없이 장외투쟁을 벌이던 한나라당을 압박하면서 정국 주도권을 장악했다.
그러나 부동산값 폭등 등으로 서민경제가 휘청거렸고, 여기에 열린우리당이 실용이냐 개혁이냐를 놓고 심각한 노선차를 드러내면서 자중지란을 나타냈다. 무엇보다도 노무현 대통령의 인기가 하락세를 거듭했다. 그리고 2년 후 정권은 한나라당에 넘어갔다.
한나라당은 열린우리당이 망한 그 길을 주저 없이 걷고 있다. MB법안을 관철해 단기적으로 지지율을 반등시키면 뭐하나. 그 견고도가 박빙(薄氷) 수준일 텐데. 반대편, 즉 촛불국면 때부터 현 정부에 대해 극한 거부감을 갖게 된 세력들의 비토정서가 반사적으로 더 굳어질 것이라는 염려는 안 되나. 이들이 도리어, 외연을 넓혀갈 가능성에 대해서 고민 안 하냐 이것이다. 그러면 온라인에서는 사이버 모욕죄로, 오프라인에서는 시위 집단소송제로 마크하면 된다고? 폭압적 독재를 구사했던 박정희 전두환 시대에도 끊이지 않은 게 ‘저항’이다. 이 세상엔 권력에 저항하다 자본에 투항한 이명박 대통령만 있는 게 아니다.
게다가 한나라당은 지방선거 국면에 접어들면 박근혜의 자력(磁力)은 더욱 크게 발산될 것이다. 유력한 차기 대권 주자에게 줄 설 것이란 얘기이다. 여기에 밀리지 않으려는 ‘슈퍼MB맨’을 포함한 친이 세력의 응전으로 당은 시끄러워질 것이다. 물론 이때쯤 되면 이명박 대통령의 ‘말 빨’은 먹히지 못할 것이다.
경제도 변수이다. 내년 말에 경제가 소폭이나마 회복돼도 그 효과는 소수의 부유층에 집중될 것이고, 결국 목도리 한 장 얻는데 그칠 서민층들은 상대적 박탈감에 몸서리 칠 것이다. 결국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나락으로 떨어질 것이다. 그리스처럼 취업 못하는 청년층의 집단 결기라도 벌어질 가능성도 장담 못 한다.
‘이명박 대통령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칭찬 받은 점과 반대로 하고, 욕먹은 점만은 골라서 따라서한다’는 생각이 갈수록 짙어진다. 일전에 ‘청계천 신화’의 주인공인 이명박 대통령을 ‘하지 말라는 것은 하고, 말라는 것은 한다’며 ‘청계구리’라고 명명한 바 있다. 거꾸로 해야 할 때 거꾸로 해야 탈이 안 난다. 이점을 각성(覺性)하는 슬기도 지도자의 한 덕목이다. 그러나 이명박 대통령은 “밀어붙여야 한다”며 목청만 높인다고 한다. 기대를 접게 만든다. 한나라당이 불쌍하다. 그래서 조언한다. 한나라당과 귀뚜라미보일러의 해야 할 일은 ‘거꾸로’하는 것이란 점을 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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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15 금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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