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만나는 일이 생소한 일은 아님에도 설레는 마음 때문인지
조반으로 겨우 호박죽 한 공기 먹고 ..
북한강 강바람을 너무 많이 쐬고 온 탓인가
감기기운에 몸살기운이 겹쳐 내과에 들려서 돌아 왔다.

하루 종일 며느리와 아내를 기다렸을 어머님과 K씨를 위하여 옷도 갈아입지 않고
두부 졸임과 어제 동치미 담글 때 남겨 놓은 파 뿌리를 삶아
그 물에 콩나물국을 끓이고 ..
오늘의 일과를 정리해 본다.

서종면은 양수리에서 차로 10분 거리이나
북한강을 끼고 한참이나 들어가야 서종면이 나온다
10시 되기 전에 면사무소 앞에서 Y 학생을 만나 그 댁으로 갔다.
전원주택에 이직 마당 공사가 진행되는 중인 듯하다.
개가 두 마리나 마당에서 우리를 반긴다 .
(아무리 털 달린 짐승이라지만 좀 추위에 아늑한 장소는 없을까???)

5분 스피치도 가능한 사람이지만 워낙 사모하는 분위기여서
옙 1장 말씀으로 인사를 나누고 기도에 대하여 말씀을 나눴다..
어머니 O 집사님이 기도를 하시도록 부탁했다.
기도 중에 그 동안 마음 아팠던 부분에 가서 목이 메신다.
학생들의 차 운행 문제를 해결해 달라는 건의를 받았다.

헤어져 오는 길 마침 8번 종점 앞. 국수 집에서 따끈한 잔치국수 한 그릇을
국물까지 훌훌 마시고(상위에 놓인 1개에 400원짜리 초란을 2개까지 까먹고)..
30분에 한 대가 나간다는 버스가 출발이다.
Y 양과 동 학년 여학생 두 명이 차는 타야하는데 버스비 동전을 찾노라 부산을 떤다.
‘애들아, 차비는 내가 내 줄게’
‘애들아, 난 주사랑 양서교회 중고등부 전도사인데 ..’
차비 내 준 공로 때문에 애들이 낮선 사람임에도 나에게 긍정적이다.
한 명의 이름과 전화번호를 확보 했다.
양수종점에 내리니 같은 또래의 친구들이 또 있었다.
Y 학생 동 학년 미팅 때 꼭 초청해야 할 무리다.

교회에 도착하니 따뜻한 분위기에 내일 주일 준비를 위해 모두 바쁘신듯하다 .
담임 목사님과 청년 부장님
그리고 오늘 만나기로 약속된, 구리시에 볼일 을 보고 돌아오는 P 학생(고2)
갈대밭이 앞마당이 있고 이어서 강이 흐르는 창을 가진 막국수 집에서 점심들을 드셨다.

모두와 헤어져 175번 종점 앞 빵집에서 나는 P학생과 단둘이 만났다.
키 179센티 신발 사이즈 175센티 허리 34 인치
얼굴 귀티 나게 잘 생김. 얼굴은 여드름이 조금. 왕 폼 잡으려는 듯
추운 날씨에 남방에 트레이닝 얇은 것 하나 걸치고
조부모님과 함께 사는 데..
가뜩이나 감기기운에 잔뜩 쩌 입었음에도 추위가 느껴지는 나는
이 아이 복장이 영 맘에 안 들어 덕소 GS마트까지 끌고 와
오리털 유니언 베이 50% 세일 점퍼와 티셔츠를 사서 입히고
걸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덕소역까지 배웅했다.
‘어디를 가느냐가 중요한게 아니고 누구와 가느냐가 중요하다’는
김 두섭이와 밤길을 걸으며 나누던 말로 농담하며 헤어졌다.
오리털 보다 마음이 더 따뜻했으면 좋겠다.
‘두리안 여사’의 교훈은 절대적 빈곤을 가진 경우에는 좀 예외가 아닐까?

내일 오후 예배 시에 설교단에 선다.
난 원고 체질이 아니다.
25분의 효율성..
빠뜨리지 않고 강조하고 싶은 부분을 오늘 밤 기도 중에 요약해야 한다.
난 요약의 달인이니까..

참 빠뜨린 이야기가 있다.
P 학생이 구리시에 가서 볼일을 보고 서점에 들러 사온 책이 
‘Twilight '-
세 가지는 아주 확실했다.
첫째 에드워드는 벰파이어 였다.
둘째 얼마나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지 나로서는 알 수 없지만
그의 일부는 내 피를 갈망하고 있었다.
그리고 셋째 , 나는 돌이킬 수 없이 무조건 적으로 그를 사랑하고 있었다.

이런 내용의 소설인데...
참으로 아찔했다.
고2이면 감수성이 극도로 예민한 나이이다.
어떤 종류의 독서를 하느냐로 인생의 길에 갈림길이 갈라진다.
아무 책이나 남독한다는 것에 대한 뼈저린 회한을 겪어 본 바 있어
나도 어제 산 필립 얀시의‘육체 속에 감추어진 영성’ 을 선물하기로 하고
이 책은 내가 먼저 보고 중요 구절은 언더라인까지 해서 주겠노라고 하며
책을 압수했다.

난 P의 희고 깨끗한 도화지에 주님의 형상을 닮은 인물이 그려지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