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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의 폭력...한국교회의 폭력 |
| 예수 그리스도와 '공격성'이 어찌 양립할 수 있단 말인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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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가서 4장 3절은 정말 금쪽같은 구절이다. “나라마다 칼을 쳐서 보습을 만들고 창을 쳐서 낫을 만들라.” 무기를 농기구로 만들라는 말씀이다. 칼과 창은 전쟁의 도구요, 보습과 낫은 생명의 도구이다. ‘평화를 지키라’는 당부이다. 표현의 상징성이 빛나려니와 메시지 또한 감동적이다.
이 말씀은 구약에 있다. 구약의 하나님을 믿는 유태인들, 요즘 동태를 보자. 팔레스타인에 쉴 새 없이 포격을 가하고 있다. 특히 민간인에 대한 잔혹한 토벌은 새해 벽두 전 세계를 분노의 도가니 속에 몰아넣고 있다. 과거엔 이스라엘에 온정적이던 서방마저 아랍세계와 함께 이스라엘의 무도한 공격을 비난하고 나섰다. 하지만 이스라엘의 광기를 꺾지 못하고 있다. 이들은 한 세기가 가기도 전에 ‘홀로코스트의 비극’을 잃은 모양이다. 무고한 민간인을 살육하던 나치의 야만을 몸소 체험했던 저들, 저들은 ‘야만의 종지부를 확인한 증인’이 아니라 ‘또 다른 가해자’의 모습으로 거듭나 역사를 피로 물들고 있다.
혹여 ‘이방민족을 멸절시키는 것은 하나님의 뜻’이라고 이야기할 사람이 있을까. 있는 모양이다. 미국의 크리스천 TV채널인 ‘CBN'의 대표인 팻 로버트슨 목사가 그 주인공이다. (기독교TV 편성PD로 있을 때 이 CBN의 화면을 적잖게 받았던 기억이 나 갑자기 몸서리 쳐진다. ‘실체가 이런 곳이었던가’라는 이유로.) 그는 "이스라엘의 강경 정책에 대한 세계 각국의 비난이 있겠지만 하나님은 자신의 백성인 이스라엘을 지지할 것"이라고 발언했다고 한다. 이 논리는, 기독교인 남성이 불교인 여성을 성추행해도 하나님이 자기를 믿는 남성을 지지한다는 얘기와 다름없다. 박약한 수준의 논리이다. 이 양반, 언제쯤 ‘요단강’을 건널까.
지긋지긋한 전쟁이 종식되던 1945년 이후 인류는 반성했다. 그래서 더 이상의 전쟁을 억제하고자 UN을 창설했다. 국제법으로 전쟁을 억제하고자 했다. 그러나 정말 전쟁은 최소화됐을까. 이후 2000년까지 반세기에 5년 더한 날 동안 ‘전쟁 없이 평화스럽게 지낸 날’은 고작 3주 즉 21일 뿐이었단다. 그 나머지 날은 지구 어디선가 총포성과 비명 및 신음이 가득하고 피 비린내 진동했다는 것이다.
그새 그리스도인은 무엇을 했을까. 평화를 위해 무엇을 했었던 것일까. 그 거창한 거대 담론을 입에 올릴만한 수준과 여력이 없었다고? 아니다. 얼마 전 세상을 떠난 새뮤얼 헌팅턴 하버드대 교수가 쓴 ‘문명의 충돌’은 끝내 전쟁의 한 축이 될 수밖에 없는 당사자로 기독교를 꼽았다. 사실 미국과 이라크 전쟁, 세르비아와 보스니아 내전, 아프리카의 수많은 내전에서 기독교는 전쟁의 당사자였다. ‘기독교 없이는 전쟁도 없다’ 이런 참혹한 도식이 성립된다. 이 도식을 뒤집으면 ‘기독교가 없으면 전쟁도 없다’로도 풀이될 수 있다. 어울리는가. 남을 살육하고 그 땅을 정복해 세속적 헤게모니를 쥐는 것이 예수 그리스도가 바랐던 것일까.
남 얘기가 길었다. 우리나라는 다종교 국가임에도 불구하고 종교간 분쟁이 매우 적은 나라로 알려졌다. 명실공이 ‘하나님이 보우하사’ 그런 것이다. 그러나 무기를 들지 않았다 뿐이지 종교와 종교 사이에 흐르는 긴장감의 실존조차 부인할 수 없다. 기독교 탓이 크다. 사찰에 방화하는 사람을 극소수의 광신도라 치부하더라도, 공연히 ‘주여, 사찰을 없애주소서’라며 기도하는 경우마저 보편적 기독교 신자들의 정서와 무관하다 말할 수 있을까.
항상 이런 ‘공격성’이 문제였다. ‘공격성’은 필연적으로 ‘몰인격적 정서’를 수반한다. 신약의 하나님에게 이런 본성이 있었던가. 이민족, 창녀, 어부, 세리, 환자 심지어 온전한 정신 상태를 갖지 못한 이들에게 일일이 찾아다니며 그네들의 상처를 어루만지신 분이시다. 자신을 향한 폭력에도 숨이 멎는 순간까지 관대하며 끝까지 사랑할 것을 얘기한 분이다. 채찍과 못 박음이라는 육체적 폭력부터, 배반이라는 정서적 폭력까지 그 분의 관용의 일관성은 빛났다. 따라서 예수를 따르는 이들에게 ‘폭력’이란 존재할 수 없는 가치이다.
60여 년간 전쟁이 그친 대한민국 땅, 교회 안에도 ‘폭력’의 상흔은 곳곳에서 목격된다. 교회 내부에서 믿는 이들끼리 벌이는 1차원적 사생결단 싸움은 너무나 뻔 한 예이니 차치하자. 그러나 이건 좀 심한 것 아닌가. 교회에 상처 입어 ‘안티 기독교도’가 된 이들을 ‘반기독교 세력’으로 포위해 고립시키려 한다. 심지어 자신들과 우호적인 세속 권력에 대해 비판적인 이들을 ‘좌파’로 몰아세우며 앞장서 색깔론을 제기한다. 가난한 자를 대놓고 타박하며 ‘못 사는 것은 축복을 못 받은 것’이라며 빈 가슴에 생채기내기까지 한다. 듣는 이들이 느끼는 횡포의 정도는 치유 불가능한 수준이다.
평화란 전쟁이 그친 상태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존재를 인정하고 포용하며 배려하는 것이다. 따라서 가만있다고 저절로 해결되는 게 아니다.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이웃종교를 배려하고, 교회가 욕심을 덜 차리고, 이웃 사랑의 본을 앞장 서 실천하고. 기독교인만이라도 이런 가치에 충실 한다면 어떨까. 흔적도 안 날까. 평화는 선교이다. 힘이 선교를 불러오지 않는다. 기독교가 이제는, 평화의 주체가 돼, 이 민족 온 나라의 안존을 위해 힘써봄은 어떨까. 1992년에 나온 ‘평화의 아침을 여는 이’ 앨범 중에 있는 ‘우리는 평화가 되자’의 가사를 상기하며, 글을 갈음한다.
이 세상의 전쟁 공포 슬픈 사연들
모두 잊고 외면하고 살 수 없어요
그렇다고 나 혼자서 가슴 아파 해 봐도
혼자 힘은 너무나 초라할 뿐
곁에 있는 친구 손을 마주 잡고서
함께 사는 기쁨 모두 나누어 갖고
병든 세상 가꾸려고 땀 흘려 일하시는
예수님과 함께 이 땅의 평화되자
하나님 말씀이 우리의 빛 되어
서로 섬기면서 더불어 일 할 때
우리의 사랑이 세상의 빛 되어
어둠 이겨가는 새벽 햇살처럼
온 땅에 참 평화 넘치게 하리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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