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선회를 즐기는 사람들이 모이면 "가장 맛있는 회는 ○○회이고 가장 맛없는 회는 의회"란 말을 자주 한다. “그 회는 보기만 해도 구역질이 난다”는 것이다. 정치를 모르는 필자로서는 이 말을 들었을 때 어리둥절했다. ‘의회’라는 회(膾)를 들어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요즘 국회 판들, 금배지를 단 높은 분들의 행태를 보면 이 말의 참뜻을 알게 되었다. 가장 선명하고 가장 깨끗한 모범 정당을 자처해 온 어느 군소 정당 소속의 K의원의 활약상은 3류 폭력영화를 보는 것 같았다.

여당의 실세를 꺾고 금배지를 단 그는 지난 1월 5일 국회 사무총장실로 들어가 다짜고짜 책상 위의 전화기, 메모지, 볼펜꽂이 등 집기를 집어던지고 욕설을 퍼부으며 원탁을 내리치고 그 위에 올라가 펄쩍펄쩍 뛰다가 철봉을 들고 의장실로 달려가 문을 부수려다가 제지를 당했다. 그 역시 상당한 이유가 있겠으나 금배지를 단 분으로서는 코메디가 아닐 수 없다. 이참에 직업을 바꾸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이보다 더 심각한 것은 여당을 경험했던 야당 분들이 쇠사슬과 해머, 전기톱 등, 흉기가 를 될 만한 물건들은 의사당 안으로 반입하여 기물을 파괴한 것이다. 일반 서민들이 홧김에 남의 집에서 이 같은 횡포를 부렸다면 즉시 철창행이었을 것이다. 실제로 요사이 경찰이 주정뱅이들의 주정을 제재하면 "의원님들은 나보다 더하다"며 막무가내라고 한다. 풀뿌리 민주정치라고 불리는 시(도)의회나 구(군)의회도 규모는 작지만 그 행태만은 한 수 더 뜬다.

국회의 모습은 지방의회는 물론 일반 회(會)의 표본이 되고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아니 된다. 특히 지방의회는 회인지 놀이터나 만담장인지 햇갈릴 정도이다. 국회는 3권의 한 축이니 폐기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지방의회는 차제에 폐기하여 그 유지비용(인건비 포함)으로 일거리 창출이나 국민복지에 사용하는 것이 더 좋을 것이란 생각마저 든다. 여의도 국회는 금배지 수와 보좌진들을 대폭 줄이고 폭력을 행사하거나 코미디를 연출하는 이들을 퇴출해야 할 것이다. 내가 낸 세금이 그들을 위해 쓰여진다니 기가 막힌다.

"그 언제 의회가 맛있는 회가 될지"

/ 홍익교회 장로, 평신도신문 주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