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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으로 가는 열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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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으로 가는 열차엔
이상한 기운이 가득했다.
허겁지겁 달려온 얼굴들인데
힘든 모습은 하나도 없고
모두가 무언가에 상기된 듯
그런 얼굴들이었다.
열차는 조용히
그렇게 출발하였다.
출발한 것조차 느끼지 못할 만큼
그렇게 조용히
출발하였다.
소리 없이 서울을 떠나려는 듯
양평을 지났을까
갑자기 여기저기 소리가 들린다.
아픔의 탄성이 아닌
환호에 가까운 소리들.
그렇게 눈의 향연은 시작되었고
그렇게 마음속은 하얗게 칠하여졌다.
모든 것을 잊었다.
모든 것을 덮었다.
눈으로 덮듯이
그렇게 그렇게
하얗게 칠해버렸다.
아무 것도 아무런 느낌도 …….
하얗게 눈 덮인 들판에
전선이 가로질렀다.
어울리지 않는 전선.
그 전선 위에 뭔가 시커멓게
올려져있다.
아, 새 한 마리.
왜 그곳에 웅크리고 앉아있을까
뭘 생각하고 있는 걸까
갈 곳이 없어서
먹을 것이 없어서
친구가 없어서
그렇게 외로움을 타고 있는 것인가?
모든 것이 하얗게 덮여버린
그 들판,
처량하게 지나가는 전선 위에
외로운 새 한 마리
그렇게 서럽게 서럽게 웅크리고 있다.
마치 내 심장을 보여주듯이
열차 안에 여기저기 이야기꽃이 피었다.
사람 사는 이야기는
여기에 다 있다.
그 주역은 단연 아줌마들이다.
뭔 이야기를 저렇게 재미있게 푸는지
아무 상관이 없어도 흥미롭다.
열차는 계속 달려간다.
제천,
별로다.
생각보다 눈이 많이 보이지 않는다.
여기저기 실망스러운 한숨.
이래선 안 되는데 …….
그래 강원도를 왜 강원도라 하는가
계절에 맞는 자연의 정취,
그것을 우리에게 늘 흠뻑 주기에
우리는 강원도를 사랑한다.
영월에 이르자
아, 그것들이 다시 떼거리로 몰려온다.
엄청난 눈의 향연
그걸 바라보는 또 다른 눈의 향연.
사람들이 바빠졌다.
눈에 담으랴 마음에 담으랴
카메라에 담으랴…….
왜 우린 이런 것은 반드시 카메라에 담아야 하는지…….
나는 혼자다
이 열차 안에 내가 느끼기에
혼자인 사람은
나 혼자다.
나는 혼자다.
그럼에도 결코 외롭지 않다.
이런 분위기에 익숙한 듯
홀로이면서도
외롭지 않고
외로운 듯 하면서도
잔치 집 같은 내 마음.
그래서 이게 좋다.
그러나
실은 너무 시끄럽다.
뭘 좀 생각하기에
들려오는 소리들이 너무 많다.
그냥 무상무념으로
바라보기엔 방해물이 너무 많다.
그러던 것들이
태백에서 거의 모두 내려버렸다.
그나마 조금 남아있던 소리들마저
도계에서 모두 사라졌다.
갑자기 기차는 침묵 속에 빠져들었다.
마치 은하철도 999같이 그렇게 침묵 속에 달려간다.
이 맛,
아무런 사람의 소리는 들려오지 않는다.
그저 열차가 달려가는 소리만
먼 태고에서 들려오듯
그렇게
질주하는 기차소리만 들려온다.
모든 것이 하얗게 덮였는데도
기차는 어떻게 길을 잘 알고
그 레일 위를 달려가는지…….
나도 그렇게 가야지.
보이지 않아도
흔들림 없이 그 길을 가야지.
그렇게 거침없이 가던 기차는
마침내 또 다른 광경을 내게 선사하였다.
바다다
눈은 어디로 가고
똑같은 성분이 눈으로 보이다가
어느새 물바다로 내게 다가왔다.
바다는
설명이 필요 없다.
그냥 바다다 하면
다 된다.
그렇게 바다는 평상시
공신력을 얻어왔다, 우리에게.
모든 것이
바다로 이른다고 하지 않던가.
그 모든 것을
바다는 다 품어준다 하지 않던가.
그런데
왜 나는 그리 좁쌀 같은 마음으로 사는지…….
강릉으로 가는 열차,
청량리에서 10시에 탔는데
강릉에 그렇게 4시 20분에 내려준다.
많은 것을 내게 보여주고 많은 것을 느끼게 해 주고
강릉으로 가는 열차,
넓은 바다 마음으로 나를 이끌어준 그런 열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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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비가일
(121.XXX.XXX.16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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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02-23 10:29:2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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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 품어 주는 바다가 좋다. |
| 무념 무상에서 침묵으로 기차소리만 들리고 흔들림 없는 내길을 생각하며..모든 곳으로 통하는 바닷길에 모든것을 품어 주는 바다만한 님의 마음을 느끼게 하는 시원한 길입니다. 기차 타고 강릉을 다시 한번 가보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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