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내용은 경인방송 FM라디오 '상쾌한 아침 원기범입니다'에서 1월 28일 오전 7시 40분경 방송된 '정치브리핑' 원고 내용입니다. 출연에 시사평론가 김용민입니다.

▶ 설 연휴가 끝났다. 이맘때면 낙향했던 의원들이 지역 민심을 많이들 풀지?

흔히 명절은 여야가 암묵적으로 합의한 휴전기로 통한다. 이때는 그동안 찾지 못했던 지역구에 내려가 지역 유권자들을 만나는 일정을 소화하게 된다. 때마다 내려가서 좋은 소리 듣는 정치인은 많지 않다. 게다가 올해는 금융에서부터 불어 닥친 초유의 위기상황이 실물경제로 이어지며 지역민들이 체감하는 어려움이 예상보다 크다. 험한 소리도 들었음 직 하다. ‘정치인들은 뭐했느냐’ 이런 소리도 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여야 의원들이 전하는 지역 민심에는 ‘아전인수적인 해석’이 곁들여 있다는 느낌을 지울 길이 없다.

▶ 우선 여당인 한나라당은 어떤 민심을 들었다 하나.

‘172석 거대여당의 무기력한 모습에 불만이 비등했지만, 그마저도 경제 위기 앞에서 기세가 꺾였다’고 전한다. 지역을 가리지 않고 경제 살리기에 매진해 달라는 주문이 빗발쳤고, "여당 만들어주면 뭐하냐", "정치 좀 잘하라"는 질타도 이어졌다. 일부 의원은 "쟁점 법안에 대한 지역구민의 관심은 거의 없었다"면서 "거대 의석을 줬으니 뭐든 일을 하라"는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일부 의원은 "용산 문제에 대해서는 공권력의 정당한 집행이라는 의견과 사려 깊지 못한 작전이었다는 비판 여론이 반반이었고, 오히려 이번 사태가 제2의 촛불시위처럼 정치 쟁점화 하는 것에 대한 우려가 많았다"고 해석했다. 말하자면 2월 임시국회에서 야당 반대를 뚫고, 'MB악법'이 아닌 'MB약법'을 통과시켜 경제를 살리겠다는 동기를 부여받았다는 것이다.

▷ 야당은 어떤지 궁금하다. 당연히 여당 비난만 들었다고 하겠지?

그렇다. ‘여야를 떠나 정치권에 대한 불신감이 어느 때보다 깊어졌지만 무엇보다 정부여당의 역할에 대해서는 아예 기대를 버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여권에 대해 싸늘한 반응이 주를 이뤘다’고 야당 의원들은 전했다. 또 '용산 참사'와 관련해 공권력에 대한 질타와 함께 책임자들의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압도적으로 다수였고, 최근 우리 사회 전반의 분위기가 과거로 회귀하는 것 같다는 우려도 적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한나라당에 대한 반감은 깊어졌지만 여전히 야당에는 별다른 관심과 기대를 보이지 않았다"고 말했다는 의원도 있었다. 이런 말에는 아전인수가 느껴지지 않지?

▶ 이명박 대통령의 ‘다음 수순’이 궁금하다. 난제가 많지?

그렇다. 이명박 대통령은 연휴가 시작된 지난 23일부터 2박3일 일정으로 모처에서 가족과 친지와 함께 휴식을 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명박 대통령 앞에 놓여있는 난제는, 용산 참사의 책임자인 김석기 경찰청장에 대한 내정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아직 확정짓지 않은 행정안전부 장관과 국세청장 인선, 2월 임시국회 대책 등 현안을 어떻게 돌파할지 고심했다는 후문이다. 무엇보다도 김석기 내정자 문제가 최대 과제이다. 김석기 내정자를 교체할 경우 경찰 조직의 사기저하는 물론, 법질서 확립 구상이 흔들릴 수 있다고 이명박 대통령은 판단하고 있다. 하지만 유임시킬 경우 여론이 악화됨으로써 예상치 못한 위기를 맞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 ‘경제위기, 어떻게 극복해나갈지’도 과제 아닌가?

글로벌 금융위기가 실물경제로 번지고, 경제위축이 다시 제2의 금융위기를 부르는 악순환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해 4/4분기 성장률은 마이너스로 돌아섰고, 지난해 12월 월간 취업자가 카드대란 이후 5년여 만에 처음으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표경기는 물론 체감경기마저 악화일로를 걷기 시작한 것이다. 경제위기가 심화될 경우 개혁과제 추진에 제동이 걸린다. 또한 안정적 국정운영 기반 훼손이 불가피하다. 청와대는 그래서 재정의 조기집행과 잡 쉐어링의 확대 같은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궁극적인 해법이 될지는 미지수이다.

▶ 이제 국회는 2월 임시국회를 앞두고 있다. 휴전이 끝나가고 있는 상황이지?

한 달의 냉각기 동안 여야가 한 일은 없다. 따라서 2월 임시국회도 또 다시 정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릴 전망이다. 게다가 2월 임시국회는 4·29 재·보궐 선거를 앞둔 민감한 시기에 열린다. 여기서 기가 꺾이면 4월 재보선도 없다는 인식이 파다하다. 4월 재보선에서 지는 당은 앞으로 정국 주도권을 쥐기 힘들어진다. 2월 임시국회의 첫 결전지는 임시 국회 초반에 있을 인사청문회이다. 일단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 현인택 통일부 장관과 원세훈 국가정보원장 내정자에 대한 인사 청문이 요청된 상태이다. 야당은 현재 경찰조직을 지휘 감독하는 행정안전부 장관인 원세훈 국정원장 후보자에 대한 집중 공격을 예고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 직계이기에 더욱 그렇다.

▷ 쟁점 법안 처리 문제 역시 여야의 입장이 거의 바뀌지 않은 상황이지?

무엇보다 법안 처리를 위한 여권의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다. 청와대가 설 연휴 기간 귀성객들에게 법안 처리의 당위성을 담은 책자 50만부를 배포한 데 이어 한나라당은 곧 국회에서 법안 처리를 위한 연찬회를 개최해서, 내부 동력을 공고히 하겠다는 방침이다. 반면 민주당은 "쟁점 법안을 강행처리하지 말라는 게 설 민심"이라며 결사 저지 입장을 거듭 강조했다. 한나라당은 성공적인 입법투쟁과 이를 통한 4월 선거의 승리로 이반된 민심을 반전시키자는 입장이다. 반면 민주당은 2월 입법 투쟁의 여세를 몰아 4월 선거를 이명박 정부 출범 1년을 심판하는 장으로 삼겠다는 전략이다.

▶ 인사청문회를 치르게 될 장관급 후보자들, 재산이 공개됐다고?

이번에도 역시 ‘강부자’들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경향신문>이 이들 후보자의 인사 청문 요청안과 임명동의안을 분석한 결과 이렇게 나타났다는 것이다. 인사청문회 대상인 후보자 5명의 평균 재산은 27억6960만 원이었으며 그 중 재산이 가장 적은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도 21억7169만 원을 신고했다. 21억 재산가가 가장 가난한 장관 후보자인 셈이다. 하지만 서울 강남구 도곡동에 8억8000만 원짜리 아파트를 갖고 있었으며, 예금액은 3억7200만 원이었다고 한다. 서울시 부시장 출신인 원세훈 국가정보원장 후보자는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16억9500만 원 상당의 근린생활시설과 관악구 남현동에 7억6400만 원 상당의 단독주택을 보유하고 있었다고 한다. 현인택 통일부장관 후보자 역시 서울 서초구 서초동에 아파트 2채를 가지고 있었다. 제주도에도 단독주택 2채를 보유해 총 4채의 집을 소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배우자도 서초구 양재동의 상가 등 4억4300여만 원의 재산을 보유했다.

▷ 병역은 어떤가.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는 대학 재학 시절인 1966년과 67년에 징병검사를 연기했고, 68년에는 ‘진구성 탈구 및 좌슬관절 운동제한고도’를 이유로 면제에 해당하는 제2국민역 판정을 받았다. 원세훈 국가정보원장 후보자는 76년 5월 질병으로 소집 면제됐다고 밝혔으나 구체적 병명은 공개하지 않았다. 원세훈 국가정보원장 후보자의 아들은 병장으로 만기제대 했지만 지난해 행정안전부 장관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근무 배치에 있어 특혜를 받았다는 시비가 일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