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우리는 요한복음을 묵상했습니다. 그러면서 세례요한을 “여자가 낳은 자 중 가장 큰 자(마11:11)”라고 극찬하신 예수님의 말씀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세례요한의 위대성은 예수님을 메시아로 알아보고(요1:29) 자신에게 집중된 군중들의 관심과 시선을 예수님께로 돌리고 자신은 역사의 무대로 사라진 것입니다. 광야를 찾은 그 수많은 사람 중 세례를 받기 위하여 줄을 서서 다가오는 수수한 나사렛 청년이 바로 온 인류가 기다리던 메시야라는 사실을 세례요한 이외에 어느 누구도 알아보지 못했습니다.

그들의 문제는 윤리적인 문제가 아니라 예수님을 못 알아 본 것이 문제였습니다. 예수님의 공생애 사역기간 중 계속된 유대 지도자들과의 긴장관계는 다 예수님을 알아보지 못하고 예수님의 말씀을 깨닫지 못함에 있었습니다. 그들 역시 신앙에 열심도 있었고 윤리적이기도 했습니다. 나름대로 잘 믿으려고 했고 바로 알려고도 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못 알아보고 못 알아들어, 말도 안통하고 깨닫지도 못한 것이 문제였습니다.

그건 “사람이 거듭나지 아니하면 하나님의 나라를 볼 수 없느니라(3:3)”라고 하시는 예수님의 말씀에“사람이 늙으면 어떻게 날 수 있사옵나이까 두 번째 모태에 들어갔다가 날 수 있사옵나이까(3:4)”라고 대답한 니고데모도 마찬가지였고, “네가 만일 하나님의 선물과 또 네게 물 좀 달라 하는 이가 누구인 줄 알았더라면 네가 그에게 구하였을 것이요 그가 생수를 네게 주었으리라(요 4:10)”라는 예수님의 말씀에 “주여 물 길을 그릇도 없고 이 우물은 깊은데 어디서 당신이 그 생수를 얻겠사옵나이까(요 4:11)”라고 대답한 수가성 여인도 그랬습니다. 무엇보다 답답한 사람들은 바로 그의 고향 나사렛 사람들입니다. 그들은 겨우 예수님이 마리아의 아들이고 그의 형제자매가 그 동네에 살고 있다는 정도로만 알았을 뿐입니다. 자기 동네에 메시야가 오셨지만 알아보지 못했고 섬기지도 못했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사람 못 알아보는 것과 말이 안 통하는 것입니다.

성경은 당시 지도자들이 예수님을 알아보지 못한 중요 원인이 “그리스도가 어찌 갈릴리에서 나오겠느냐(요7:41)”, “나사렛에서 무슨 선한 것이 날 수 있느냐(1:46)”라는 편견임을 지적합니다. 그리고 군중들이 예수님은 알아보지 못하고 깨닫지 못하는 것은“하나님의 영광 보다는 자신들의 영광만을 구하는 이기심(요5:44)”때문이라고 지적합니다. 그렇습니다. 뭔가 좀 아는 사람은 그 시답잖은 지식이나 고정관념, 그리고 굳어진 편견이 판단력을 흐리게 합니다. 그리고 자기중심의 사고방식과 이기적인 생각들이 사람의 총명을 막아 버리고 하나님의 말씀을 듣는 귀를 막아 버립니다.

 그래서 눈앞에 있는 메시야를 못 알아 보고 최고의 스승인 예수님의 가르침을 받고서도 깨닫지 못합니다. 눈을 감고는 사물을 볼 수 없고 귀를 막고는 어떤 소리도 들을 수 없습니다. 우물 안을 세상의 전부라고 믿는 개구리의 고정관념과 편협한 사고로는 다른 세상과 더 높은 지혜를 받아드리지 못합니다. 평범한 가운데서 진리를 보고 일상 속에서 영원을 볼 수 없다면 특별한 계시를 보고 신비한 경험을 해도 깨닫지 못합니다. 그래서 예수님은 “사람이 거듭나지 아니하면 하나님의 나라를 볼 수 없다(3:3)”라며 거듭나지 않고 육으로 그대로 있는 한 하나님의 나라를 알아볼 수 없다고, 아무리 오래 믿어도 육은 육일뿐이고 육으로는 영의 일을 알 수 없다고, 거듭나야 한다고 말씀 하셨습니다.

말도 안통하고 깨닫지도 못하는 한 희망이 없습니다. 편견을 버리고 이기심을 버리고 거듭남을 통하여 소통이 이루어지고 진리를 깨달아 알게 되고 영적 세계의 새로운 차원으로 들어갈 수 있어야 합니다. 문제가 말도 안통하고 깨닫지도 못하는 것이라는 사실만이라도 깨달을 수 있으면 그래도 희망이 있습니다.

/신양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