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안의 신부가 똥통지기와 동거함이 어찌 그리 아름다운지

‘빈민의 벗’으로 통하는 정일우 신부 이야기가 <한겨레>에 실렸다. 미국 일리노이주에서 태어나 18살에 예수회에 들어온 뒤, 1966년 한국으로 건너 와 예수회 수련장을 지냈다. 하지만 복음을 입으로만 전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1973년, 그래서, 청계천 판자촌에 들어갔다. 민주화 운동에도 가세했다. 몇 번의 추방 위기도 겪었다. 양평동, 상계동. 철거민들이 고립된 현장에는 정일우 신부의 발길이 닿았다고 한다. 정일우 신부는 말한다. “내가 철거민을 도운 게 아니다. 그들이 나를 사람으로 만들었다고 했다.” 이게 무슨 얘기냐. 철거민들은 좋으면 좋다, 싫으면 싫다라고 솔직하게 말하는데, 자신은 그렇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런 일화가 있다. 1970년 양평동 판자촌에서 정화조 청소하는 사람이 술에 절어 길거리에 나동그라졌다고 한다. 온갖 오물이 몸에 절었겠지. 이 사람, 겨우내 양말을 한 번도 벗지 않았다. 그런 임모 씨를 업고 와서 밥을 같이 먹었다고 한다. 같이 잠도 잤다고 한다. 철거민들끼리 동별로 패지어서 피터지게 싸우던 현장에 나타나 중간에서 덩달아 매 맞기도 했다고 한다. 하지만 정일우 신부는 그 중심에서 막걸리를 들며 화해를 제안했다고 한다. 철거민들은 이야기한다. 도시화의 그늘 속에 누구도 벗이 돼주지 않았다고. 하지만 벽안의 신부는 한 번도 천주교를 믿으라고 하지 않으면서도 이웃이 돼 줬다고. 용산 참사 재발 방지 대책, 다른 것보다도 우선돼야 할 것이 철거민을 내 이웃으로 품는 마음이 아닐까 싶다.

○…이것이 성공한 인생이다!

요즘 졸업시즌이지? <중앙일보>는 이번에 50대 후반으로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하는 중소기업 사장 이야기를 실었다. 송공석 사장 이야기이다. 송공석 사장은 정규학교는 초등학교를 다닌 것이 전부였다. 그런데 늦은 나이에 고려대 경영학과 과정을 마치고 학사모를 쓰게 됐다고 한다. 4년 내내 결석 한 번 없었다고 하고. 이분 인생은 한편의 드라마이다. ‘어떻게 해야 성공하는지’라는 과목이 있다면 교과서 그 자체이다. 들어보시라. 1966년 전남 보성에서 초등학교를 졸업한 뒤 16세 때 맨손으로 서울로 올라와 공장 종업원, 배달원, 고물장사, 식당 접시 닦기를 하며 1973년 인천에서 남영공업사를 세웠다고 한다.

1997년 외환위기 직전 등을 비롯해 세 차례나 회사가 쓰러질 뻔한 위기를 겪었지만 이겼다. 회사가 자리를 잡자 공부에 매달려 대학에 들어갔다고 하고. 회사 경영과 대학 공부, 어느 것도 소홀히 할 수 없어 수업을 하루 6∼7시간씩 매주 2, 3일에 몰아 강행군을 했다고 한다. 자녀들 또래의 학우들과 교수들 사이에서 '사장님'으로 불리는 바람에 결석도 못하고, 또 어려운 학우를 위해서는 장학금을 내놓고 학과 모임에서는 흔쾌히 지갑을 열었다고 한다. 젊은이들과 호흡하며 알게 된 새로운 트렌드를 제품 개발에 응용하기도 했다고 한다. 덕분에 매출도 순익도 크게 늘었다고 한다. 회사 이익금의 1%를 떼 사회복지시설에 내놓고 있고. 또 6명의 심장병 수술비를 지원했으며 불우이웃 돕기 성금도 매년 수천만 원씩 기탁하고 있다고 한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는 법

서울 중랑구 망우동에 있는 이화여대 병설 미디어고등학교, 서울 강북과 남양주·구리 인근 지역 학생들이 주로 입학하는 특성화 고교다. 3년 전 이 학교에 진학한 황혜수·임수현양의 꿈은 디자이너였다. 하지만 꿈을 접어야 한다는 사실을 아는 데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 최소 월 50만~60만원은 드는 미대 입시학원을 다닐 가정형편이 못됐던 것이다. 그런데 '작은 기적'이 벌어졌다. 지난 연말 이들은 홍익대 미대 섬유디자인학과와 영상디자인학과의 합격통지서를 나란히 받았다. 이들뿐 아니다. 이화 미디어고의 방과후 미술반 학생 18명 중 17명이 학원과 담을 쌓고도 전국 미대에 합격했다.

고액 과외를 받아도 힘들다는 명문 미대에, 학원 근처도 못 간 학생들이 어떻게 가능했을까. 이야기는 3년 전 임경묵 교사가 전근해 오면서 시작된다. 미대에서 산업디자인을 전공한 뒤 광고기획사 등에서 일했던 그는 1992년 교원임용시험을 통해 교사가 됐다. 2006년 초, 이 학교에 온 그는 그림에 대한 소질과 열정이 있는 학생 상당수가 학원 다닐 형편이 안 돼 포기하는 광경을 보게 됐다. 안타까워 견딜 수가 없었다. 분명히 방법이 있을 터였다. 임경묵 교사는 학원 상황을 취재하고 교육 내용을 학습했다. 그 과정이 정말 치밀했다. 이렇게 해서 이화 미디어고의 방과 후 미술반의 닻을 올렸다. 본인과 동료 미술 교사 3명이 나섰고, 외부 강사 2명으로 충원했다. 그렇게 해서 얻은 결과였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었던 것이다. <조선일보>가 전한 소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