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전자편지(E-Mail)는 참으로 편리한 커뮤니케이션 수단입니다. 전 세계 어디든지 인터넷망이 개설된 곳이면 실시간 정보교환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메일을 사용하면서 아주 성가신 것이 바로 광고 메일입니다. 내 주소를 어떻게 알았는지 수신함 수북이 쌓인 광고메일을 지우는 일은 참으로 성가신 일입니다. 더욱 목사인 나에게까지 낯뜨거운 불온 광고메일이 들어올 때면 참으로 난처합니다. 그래서 저는 스팸 자동처리 기능을 사용하여 광고메일은 자동으로 스팸처리 되도록 설정을 해 두었습니다. 그래서 제법 편하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좀 오래된 이야기이지만 외국에 있는 친구가 나에게 메일을 보냈는데 왜 대답이 없느냐고 항의조의 전화를 해왔습니다. 그래서 난 메일을 받은 적이 없다고 왜 메일을 보내지도 않고서 보냈다고 하느냐고 기계가 거짓말을 하겠느냐고 도리어 내가 야단을 치고 다시 보내라고 하고 전화를 끊었습니다. 그리고 혹시나 하는 스팸편지함을 열어봤습니다. 아뿔싸, 편지들이 거기 다 들어있었습니다. 나에게 온 친구의 문서를 컴퓨터가 스팸으로 잘못 인식하고 주인인 나에게 물어 보지도 않고 자기 마음대로 쓰레기통(스팸 처리함)에 다 던져 버렸던 것입니다. 컴퓨터가 잘못 인식한 것입니다. 그래서 그 이후로는 늘 스팸처리함도 함께 열어보는 습관이 생겼고 결국은 스팸문서까지 다 보고 지우는 불편을 감수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기계만이 아니고 사람들도 종종 남의 말을 스팸으로 인식하는 오류를 범하여 중요한 정보를 스팸 처리해 버리는 경우를 종종 봅니다.

그래서 사람을 말로 이해시킨다는 것이 점점 힘들어졌습니다. 마음이 열려서 어떤 말이든 받아드릴 준비가 되어 있다든지, 또는 자기와 큰 이해관계가 없는 지극히 객관적인 일이라든지 하는 문제는 비교적 설득도 가능하고 쉽게 이해시킬 수도 있지만, 자기 욕심이나 의도를 가지고 있거나 편견이나 전 이해를 가지고 있는 사람을 말로 설득하기는 참으로 어렵습니다.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의사소통의 도구로 말을 주셨기에 우리는 이 말이라는 도구로 사람들을 설득하고 서로의 뜻과 생각을 나눌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글이라는 도구가 더 체계적이고 정확한 의사 전달의 도구이기도하지만 그것 역시 얼굴과 얼굴을 맞대고 감정까지를 교환하는 말에 비하여 효율성이 적기 때문에 중요한 일일수록 말이라는 도구로 남을 이해시킬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사람들이 남의 말을 너무 쉽게 스팸으로 잘못 인식한다는 것입니다.

정확한 의사 전달을 위해서는 말하는 사람의 정확하고 체계적인 언어구사 능력이 필요하지만 그보다는 듣는 사람이 더 중요합니다. 언어가 불분명하고 지극히 제한된 단어밖에 구사하지 못하는 어린 아이의 말을 정확히 잘 알아듣는 어머니들을 생각하면 말하는 사람보다는 듣는 사람이 훨씬 더 중요하다는 것을 쉽게 이해 할 수 있습니다. 말을 아무리 정확하고 멋지게 해도 그 말을 듣는 사람이 그 말을 잘못 들어 스팸으로 처리해 버린다면 아무리 중요한 말도 의미 없는 소음이 될 뿐입니다. 성경을 보면 인류 최고의 스승인 예수님의 말씀도 당시 지도자들이 귀담아듣지 않고 스팸 처리해 버림으로 그들의 인생에 아무런 의미를 줄 수 없었던 역사적 사실을 봅니다. 귀를 닫고 있는 사람이나 이미 다른 의도를 가지고 듣는 사람 그리고 선입견이나 편견을 갖고 남의 말을 듣는 사람의 문제가 얼마나 위험한가를 너무나 잘 알 수 있습니다.

정확한 언어전달을 위해서는 열려진 귀로 남의 말을 바로 듣는 훈련을 하든지, 아니면 스팸처리함이라도 철저히 확인하는 습관을 가지든지 해야 할 것 같습니다. 말은 잘해야 하지만 잘 듣는 것도 중요합니다.

/신양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