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이의 아픔’에서 머물지 않은 사랑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만들기의 일등공신으로 꼽히는 데이비드 액설로드 백악관 선임고문 부부 이야기이다. 미국 주간지 퍼레이드 최신호가 보도한 내용이다. 액설로드 고문은 1979년 시카고트리뷴 정치담당 기자로 일할 당시 시카코대 경영학석사 과정에 있던 수전 액설로드 씨와 결혼해 1981년 딸 로렌을 얻었다. 그러나 생후 7개월째인 로렌이 간질 판정을 받는다. 액설로드 가족의 험난한 여정은 이때부터 시작됐다. 남편은 기자에서 정치 컨설턴트로 전업했고 부인도 간병과 학업을 병행했지만 쌓여가는 의료비에 생활은 막막했다. 그러나 딸의 병세는 호전되지 않았다. 심한 발작으로 죽을 고비를 몇 차례 넘겨야 했다. 부인은 결국 학업을 포기하고 딸의 간병에 매달렸다.

보통 이럴 때면 사람들이 절망하기 쉬운데, 엄마인 수전 씨는 어땠을까. 딸 로렌이 17세 되던 해에 했던 큰 수술이 실패하면서 엄마는 더욱 강해졌다. 수술과정에서 두개골에 전극 봉을 끼워놓고 인위적으로 발작을 일으키는 충격적인 모습을 보고 좌절하기도 했던 수전 씨는 이제는 울음 대신 행동에 나선 것. 수전 씨는 이 문제를 딸 개인의 문제로 생각하지 않았다. 1998년 간질환자 자녀를 둔 엄마들과 ‘간질연구를 위한 시민연대’를 설립했다. 이 단체는 설립 후 10년 동안 900만 달러를 모금해 간질 관련 75개 연구 프로젝트에 돈을 대고 있다. 수전 씨는 이 단체에서 무보수로 일해오고 있다. 엄마의 정성 덕분인지 로렌의 병세도 점차 호전됐다. 경련 방지 신약을 복용한 이후 최근 9년간 발작이 멈췄다고 한다. 내 아이의 고통만 본 것이 아니라 모든 이들의 아픔을 두루 헤아린 것이다.

○…파킨슨병, 아들 죽음...고비를 딛고 받는 졸업장

오늘 고등학교 졸업을 하는 59살 양수남 씨 이야기가 <한국일보>에 실렸다. 두 사람이 만학의 열정을 불태운 진형고등학교는 서울 종로구 숭인동에 위치한 성인대상 고등학교 학력인정기관. 이들은 2007년 중학교 학력인정기관인 수도중학교를 나란히 졸업하고 이 학교에 입학, 꿈에 그리던 '여고생'이 됐다. 경기 이천의 가난한 농사꾼 집안에서 태어난 양수남 씨는 겨우 초등학교만 나왔다. 열아홉 살에 돈 벌러 상경했다가 이듬해 지금의 남편을 만나 가정을 꾸렸다. 풍족하진 않아도 단란한 생활에 불행이 닥친 것은 1992년. 한 쪽 팔이 저려오고 몸에 힘이 풀리면서 떨리는 증세가 나타났다. 파킨슨병이었다. 절망의 나날은 이때부터 시작됐다.

그러다 한 동네 살며 친언니처럼 따르던 한수분 씨가 중학교 공부를 시작한다는 말을 듣고 따라 나섰다. 그 후 4년 간 한수분 씨는 매일 아침 8시면 어김없이 집에 들러 양씨를 부축해 함께 등교했다. 양수남 씨의 공부 열정은 대단했다. 팔이 저려오고 얼굴이 마비될 때도 공부를 할 수 있다는 희망에 버틸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런 하루도 빠지지 않고 학업에 열중하던 양수남 씨에게 작년 한 차례 큰 시련이 왔다. 아들이 뇌출혈로 쓰러져 뇌사상태에 있다가 숨진 것이다. 34살에 말이다. 자주 전화를 걸어 늦은 나이에 공부하는 어머니를 응원해주던 자상한 아들이었다. 아들은 하늘나라로 가는 길에도 장기기증으로 6명의 생명을 살렸다. 양수남 씨는 포기할 것도 생각 했지만 아들이 원치 않을 것이란 생각이 들어 포기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리고 오늘 졸업한다.

○…두 번의 암 발병, ‘용서’로 극복한 남자

49살 김상윤 씨 이야기가 <한겨레>에 실렸다. 최근 5년 동안 두 번이나 암에 걸린 분이다. 2004년 송년회식을 마친 김상윤 씨는 목이 뻐근해 병원에 갔더니 편도선 암이었다고 한다. 다행히 항암제가 잘 들어 수술일 피할 수 있었다. 그러다가 질병의 증상이 거의 해소됐다는 판정을 받았다. 새 삶을 살기로 했다. 그래서 현미 잡곡과 나물 식단을 택했고, 운동량을 크게 늘렸다고 한다. 그러다가 2007년 또 암이 왔다. 재작년 일이다. 다행히 조기 진단을 받았다. 그래서 지금은 거의 치유됐다고 한다. 김상윤 씨는 암에 걸린 이유를 고민하게 됐다고 한다. 생각했더니 미움이었다. 1996년 선후배와 함께 회사를 만든 다음, 정말 미운 사람 때문에 속병을 많이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성당을 다니며 마음을 바꿔먹었고, 그 분노를 어려운 이웃을 위한 사랑으로 풀었다고 한다. 그랬더니 마음의 암덩어리가 사라졌다는 것이다. 이런 방법, 어떨까? 용서와 사랑, 이것만한 복수가 없다. 어제 선종한 김수환 추기경의 가르침도 이런 것 아니었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