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 아이디어와 기획으로 가능하다

경기 안양시 평촌에서 한 안경원을 운영하는 장사울 씨 이야기이다. 1988년 안경원을 열고는 20년이 지났다. 장사울 씨, 1995년, 우연히 중국방문에 나섰다고 한다. 돈이 없어 안경을 쓰지 못하는 저소득층을 보게 됐다. 세상이 꼭 한국 같지는 않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그때부터 마음먹었다. 중국 러시아 터키 베트남 브라질 에콰도르 같은 20개국에서 48차례에 걸쳐 안경 무료보급을 해왔다. 국내까지 합하면 장사울 씨로부터 무료 안경을 받은 사람은 15만 명에 달한다. 장사울 씨는 조만간 러시아에서 영주 귀국, 안산시 사동 고향마을과 서울 조계사복지원에 기거하는 수백 명 의 노인들에게도 무료로 안경을 나눠줄 계획이라고 한다.

장사울 씨는 "부모님이 시골에서 목회자로 45년 동안 베푸는 삶을 실천하셨기에 나도 어려서부터 자연스럽게 봉사정신을 체득하게 됐다"면서 "늘 감사하는 마음으로 수익금의 일부를 봉사에 재투자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사울 씨는 ‘고기 먹는 법’ 뿐만 아니라 ‘잡는 법’도 일러줬다. 2007년 9월에는 사재를 털어 중국 웨이팡시 산둥과기직업대학에 안경학과도 개설했다. 동네 안경점 주인 할 수 있는 일 같지 않지? 그렇다. 뿐만 아니라 장사울 씨는 지역 사회를 위한 봉사도 거침없이 펼치고 있다. 2004년부터 안양 안경점에 150석 규모의 소극장 무대를 만들어 매월 셋째 주 목요일 저녁마다 무료 정기음악회를 열고 있다.

○…우울한 졸업식

이번엔 좀 암울한 소식이다. 오늘 <서울신문>이 모 대학 졸업식 풍경을 전했다. 어제 이 학교에서는 졸업식이 있었다고 한다. 자신이 졸업식의 주인공이면서 졸업식장을 찾은 사람은 그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고 한다. 특히 정경대 6명의 학과 수석졸업자들 가운데 2명만 취업에 성공했다. 상대적으로 취업률이 높은 사범대 역시 5명의 학과 수석졸업자들 중 아직 임용되지 못한 학생이 2명이었고, 자연대 6명의 학과 수석졸업자들 중 취업자는 단 1명이었다. 어렵게 졸업식장을 찾은 사람은 처지가 밝을까? 아니다. 경영학과 졸업생 이 모 씨는 부모님에게 졸업식이 있다는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고 한다.

사연이 있었다. 이 모 씨는 “지난해 하반기에만 40여개 회사에 원서를 냈는데 모두 떨어졌다.”면서 “사람 만나는 것이 싫어 졸업식에 참석하지 않으려 했지만 지난 4년간 함께했던 친구들과 사진이라도 한 장 남겨야겠다는 생각에 어렵게 마음을 고쳐먹었다.”고 말했다. 이날 울상은 또 있었다. 졸업생들과 축하객들이 많지 않아 캠퍼스는 한산했고 졸업시즌 특수를 노린 상인들은 울상이었다. 40년째 대학 졸업사진을 찍어 왔다는 홍 모 씨는 “올해 졸업식장의 황망한 분위기는 IMF 때보다 더하다”고 말했다고 한다. 꽃을 팔고 있던 왕모 씨는 “아침 7시부터 11시까지 단 하나도 못 팔았다.”면서 “오늘은 그냥 철수해야겠다”고 말했다. 요즘 졸업식은 휴업식이 되고 있는 분위기이다.

○…‘나’가 아닌 ‘우리’를 택한 이웃들

도심 내 공동체 마을로 유명한 서울 성미산 마을 공동체 이야기이다. 아파트를 포기하고 공동체를 택한 이들, 재개발 논란 시대에 새로운 모범이 되고 있다. 성미산 마을 공동체는 15년 전 공동육아 모임으로 시작됐다. 아이들의 교육을 고민한 부모들은 대안학교를 세웠고, 조리사 경력이 있는 주부들은 공동출자해 반찬가게를 만들었다. 자동차 1대를 주민들이 돌려가며 타는 ‘카 셰어링’도 이 마을에선 일반화된 풍경이다. 지난 5일에는 국내 최초로 마을 주민들이 모금을 통해 ‘성미산 마을극장’까지 개관했다. 공동체의 화목은 곧 저력이었다. 성미산에 아파트 배수지 사업을 막았고, 성미산에 지어질 학교를 제외한 나머지 부지는 일반용지에서 공원용지로 전환하도록 힘썼다. 다 아이들에게 건강한 성장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노력이었다.

한편 재개발 사업도 이런 차별성을 띄며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3월 만들어진 ‘녹색 상상’이란 프로젝트 조직이 있다. “우리 마을은 우리가 만든다”는 취지이다. “지금까지는 관이 도시계획을 입안했지만 이젠 주민들이 주체적으로 도시계획에 참여해 보자는 것”이라고 녹색상상의 취지를 밝혔다. 주민들은 전문가와 머리를 맞댔고, 구청 직원들도 참관해 결과물을 가지고 돌아갔다. 연남동·망원동·성산동을 중심으로 한강과 연계된 마을, 가로공원 조성 같은 아이디어가 나왔다. 공동체는 ‘나’보다 ‘우리’의 가치를 앞세울 때 빛난다. 그게 또 힘을 발휘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