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조창인 씨의 장편소설 ‘가시고기’가 있습니다. 가시고기는 이상한 물고기입니다.
암컷은 알을 낳은 후 어디론가 달아나 버립니다. 그러면 수컷이 혼자 남아서 알들을 먹으려고
달려드는 다른 물고기들과 싸우며 알들을 보호합니다.
그리고 부화된 새끼들이 자라면 자기의 살을 뜯어먹게 하고는 죽습니다.

소설 가시고기는 백혈병에 걸린 아들과 시인 아버지의 이야기입니다.
아버지는 아들에게 맞는 골수 증여자를 찾아내지만 수술비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아버지는 자기 신장을 매매하는 방법을 택합니다.
그러나 뜻밖에 검사 받은 병원에서 간암 말기라는 판정을 받습니다.
아들의 소생을 눈앞에 둔 상황에서 죽음이 다가온 것입니다. 아버지는 아들을 세상에 혼자 두는 두려움과 슬픔을 딛고 최후의 선택을 합니다. 눈물겨운 투병 속에서도 아들을 향한 아버지의
사랑을 그린 이 소설이 주는 감동은 수컷 가시고기를 닮은 아버지의 희생입니다.

이 가시고기는 예수 그리스도를 생각나게 합니다. 예수님께서는 십자가에서 목숨을 버리셨기
때문에 우리를 구원하실 수 있었습니다. 예수 그리스도는 죽음과 세상의 노예가 되어 사는
우리를 위해 십자가에서 희생제물이 되셨습니다.
우리의 구원은 이렇게 철저히 그리스도의 희생을 통하여 이루어졌습니다.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인자의 온 것은 섬김을 받으려 함이 아니라 도리어 섬기려 하고
자기 목숨을 많은 사람의 대속물로 주려 함이니라”(막10:45)고 하셨습니다.

목회는 모든 것을 희생하신 그리스도의 길을 걷는 희생의 길입니다.
그러므로 목회에서 희생이 없이는 아무 것도 이룰 수 없습니다.
이 시대의 특징은 극단적인 개인주의와 이기주의입니다.
그러나 참 목자는 시대의 흐름에 역행하여 양들을 위해 희생하는 자입니다.
만일 목회를 하나의 직업으로 이해하고 희생을 거부하는 자가 있다면 그는 삯군입니다.
신학자 싸이프리언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리스도의 수난에 해당하는 우리 자신의 희생이
없이는 우리 주님의 희생이 요구하는 신성함으로 그 희생을 기념할 수 없습니다.”

목회자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라이언 일병 구하기”란 영화가 있습니다.
2차대전시에 라이언 4형제 중 3형제가 전사하였습니다.
사령관은 특수 임무를 띠고 적진에 낙하된 막내 라이언 일병을 구하여 어머니에게
돌려보내라는 명령을 내립니다. 특전단원들은 생명을 걸고 임무를 수행하여 결국 라이언을
구출하지만 주인공 중대장 톰 행크스는 전사합니다. 이 영화는 한 생명을 구하기 위해
치루어진 희생의 고귀한 가치를 드높입니다. 이 영화를 보며 목회자의 길을 묵상해 봅니다.

많은 열매를 맺으려면 한 알의 밀이 땅에 떨어져 죽어야 하는 영적 원리 앞에서 오늘의
목회자들은 선택하여야 합니다. 자기만 살겠다고 양들을 잃어버리든지, 양들을 위해 자기를
부인하여 양들을 구하든지 해야 합니다. 목회자는 받으려는 사람이 아니라, 오히려 주려는
사람입니다. 목회자는 다른 사람을 희생하게 하는 자가 아니라 스스로 자신을 희생함으로
예수님의 사랑과 기쁨을 주는 자입니다. 목회자가 자기를 버리며 모든 것을 주고자 하면
참 생명이 있고 부흥이 있습니다.

예수님은 세상에서 사랑을 주고 희생하시고도 인정받지 못하셨고 멸시와 조롱을 받으셨습니다. 그러나 결국 하나님께서 모든 사람들의 주가 되게 하셨습니다.
목회자는 내가 얼마나 높이 올라왔는지 보려고 밑을 보아서는 안 됩니다.
오직 모든 것을 희생하고 버리신 그리스도만 바라보며 계속 희생하여야 합니다.
모든 것을 내어 주는 목회자의 희생은 인간의 힘으로는 불가능하지만 그리스도의 사랑이
목회자의 마음에 가득하면 가능합니다. 물은 일부러 계곡으로 흘러내리지 않고 자연스럽게
아래로 흐릅니다. 목회자가 그리스도를 모시고 높은 영성을 지니고 살면 희생의 사랑이 절로
교회와 성도들에게로 흐르게 될 것입니다.

/무학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