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환 추기경 각막 기증받은 가족 “우리도 장기 기증키로”

지난 16일 고 김수환 추기경이 서울 반포동 서울성모병원에 각막을 기증한 직후에 이 병원에서 각막 이식수술을 받은 한 70대 여성이 수술 일주일 만에 퇴원했다. 물론 ‘이 70대 여성이 김수환 추기경의 각막을 이식 받았다’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각막은 구하는 즉시 이식해야 한다는 점에서 아마 김수환 추기경의 것이 아닐까 짐작하는 것이다. 이 70대 여성, 서울성모병원에 달려올 때만 해도 A씨는 1~2m 앞을 간신히 구별했다. 복도를 걸을 때면 아들의 손을 꼭 붙들었다. 그러나 병원을 나갈 때엔 가볍게 기댄 채 아들을 앞세우지 않고 앞장서 병원 복도를 걸어 나갔다. "됐다! 인자 다― 보인다"라고 아들에게 말했다.

이 분은 19살 때 고향에서 나뭇가지에 찔려 오른쪽 눈을 잃었다. 이후 왼쪽 눈 시력마저 떨어져 50년 가까이 집에서 지냈다. 이번 수술로 안경을 쓰면 교정시력이 0.2~0.3까지 회복돼 일상생활을 하는 데 큰 불편이 없을 것이라고 한다. 한편 가족들은 "정말 김 추기경님의 각막을 받은 것이라면 말로 다 할 수 없는 영광"이라고 했다. 그러더니 “가족들 역시 각막 기증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한다. 사랑은 좋은 의미로 전염되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또 다른 70대 노인도 같은 날 각막을 이식받았다고 한다.

○…최배달 아들 셋 이야기

예전에 ‘넘버3’라는 영화에서 거론됐던 인물이 있다. 최영의. 송강호 씨의 대사 중에 이런 게 있었다. “옛날에 최영의란 분이 계셨어. 전 세계를 돌며 맞짱을 뜨신 분이셨지. 그분이 황소뿔 여러개 작살내셨어, 황소뿔. 그리고 손 빠질 때까지 내리치는 거야” 그러나 이분은 ‘바람의 파이터’라는 만화에 등장하는 최배달로 더 유명하다. 이분의 세 아들이 무술인 아버지의 정신을 잇고자 최근 책 한 권을 펴냈다고 한다. 실전격투기 교본 『최강의 나를 만드는 실전 격투기』이다. 세 분 다 무술을 전업으로 할까. 아니다. 세 아들의 직업은 의사, 회사원, 커피 바리스타이다.

이분들이 이야기하는 아버지 생전 일화들도 주목된다. 최배달은 만년에 일본에서 한국인 부인을 만났다. 1973년 한국에 들어왔고, 지금의 대방동에 집을 얻었다. 하지만 말년에도 그의 무대는 여전히 일본이었다. 대방동 집에는 한 달에 한 번쯤 들렀을 뿐이다. 세 아들 모두 아버지에 대한 기억은 희미하지만 피를 속일 수는 없었다. 전설의 파이터의 아들인 만큼 삼 형제는 모두 강인한 체력과 무술가로서의 자질을 타고 났다. 큰 아들은 중1 때부터 합기도를 연마했고, 둘째 아들은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합기도·태권도·복싱 등을 섭렵하며 대방동 일대에서 소문이 자자했다. 셋째도 초등학교 때부터 검도를 연마했다. 최배달의 세 아들은 하나같이 학교에서 무술로 이름을 날렸다. 큰 싸움을 벌여 정학 처분을 받은 경험도 세 아들 모두 똑같다. 큰아들이 정학 처분을 받았을 때, 아버지가 한 말이라고 한다. “네가 그 친구보다 세다는 걸 알고 있었느냐. 그걸 알고도 제압하려 했다면 너의 잘못이다”라고 했다.

○…내일을 향해서라면

징역 7년에 보호감호 7년. 14년의 수감생활이 예정된 수형자 박 모 씨는 그제 서울 서초구 교육문화회관에서 열린 ‘제17회 독학사 학위수여식’에서 눈물을 글썽이는 어머니 손을 꼭 잡고 벅찬 목소리를 이어 나갔다. 청송 제3교도소에서 2001년부터 수감생활을 해온 박 씨는 ‘독학에 의한 학사학위 취득시험’에서 전국 수석을 차지해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상을 받았다. 그러나 박 모 씨의 수석 합격은 예견된 것이었다. ‘하루 4시간 수면으로 최대한 공부시간을 만들자.’ ‘최신 수험 정보를 신속히 입수해 공부에 적용하자.’ 박 모 씨는 이 두 가지를 표어처럼 삼고 공부해 왔다.

법무부 교정국 교육교화팀 직원들과 청송교도소 교도관들은 ‘공부 도우미’였다. 인터넷 검색을 자유롭게 하지 못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그가 가장 답답했던 것이 ‘최신 시험 동향’이었다. 그는 필요한 정보를 적어두었다가 교정직원들에게 요청해 정보를 얻었다. 이런 노하우로 2006년에 경영학 독학사 학위를 받은 박 씨는 이번엔 국어국문학사를 취득하게 됐다. 1986년 고등학교 1학년 때 아버지의 사고사로 가세가 기울면서 가출을 거듭했다. 그 후 경찰서를 드나들기 시작했으며 급기야 2001년에 중형을 선고받아 2015년에나 출소하게 됐다. 그러나 박 모 씨는 “10여 년 뒤 무엇을 할 것인가”를 고민하며 희망을 만들어 왔다고 한다. 꿈은 무엇일까. “출소해 무역을 하며, 만나는 세계 각국의 사람들에게 한국어와 한국문화, 한국문학을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