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파 방송’ 인기몰이?

요즘 ‘편파 방송’이 인기이다. ‘편파 방송’하면 그동안 비판과 견제의 대상이었지? 그런데 오늘 ‘편파 방송’은 벤치마킹의 대상이다. 어떤 ‘편파 방송’이냐. 지방의 케이블TV방송에서 벌이는 스포츠 중계이다. 그 지역에만 방송되는 스포츠 중계라 다소 용서가 되는 ‘편파’라 하겠다. 부산에서 방송되는 프로야구 롯데의 홈경기 중계의 한 부분이라고 한다. “롯데 자이언츠 이대호 선수 쌔렸습니다. 사부작 사부작 굴러가는 땅볼, 아이고 마, 놓쳤삣습니다. 3루 주자 홈으로 들어와뿌꼬.” “저 수비선수 일부러 놓친 거 아입니까? 자이언츠가 요새 쫌 잘나간다고. 입단 노리가꼬 그런거 아입니까…” 이번엔 대전의 케이블방송에서 중계하는 멘트들이다. “오늘 우리 KT&G선수들 주황색 머리끈 너무 잘 어울리지 않나요?” “그러게유. 배구도 잘해, 얼굴도 예뻐…. 오늘 경기 이기먼 저도 머리끈 선물 좀 해야겠슈.”

지상파 방송이라면 당장 ‘편파방송’으로 제지 받거나 상대편 팬들로부터 분노를 살 텐데 말이다. 그러나 오히려 이 같은 편파방송은 인기가 높다고 한다. 실제 지역 연고팀을 일방적으로 응원하고 있는 지역 케이블방송은 홈팬의 지지를 얻으면서 시청률 2%를 넘기고 있다. 케이블방송에서 성공한 드라마의 시청률이 1∼2%대라는 것을 감안하면 최고 수준이다. 지역민과 같은 편인 지역케이블 방송이 지역 체육 발전에도 기여하고 있는 셈이다. 이들은 또 지역 체육행사를 주관하거나 집중 보도함으로써 사회체육 붐을 조성하기도 한다. 서울 강북의 한 케이블방송은 2007년부터 ‘서울지역 유소년 축구대회’를 개최하고 있다. 성남지역 아름방송도 지난해 지역 축구대회인 ‘2008 경기사랑 축구리그’를 방송했다. 이젠 지역 케이블방송도, 자신들의 설 자리를 찾아가는 지혜를 모아야 할 때 같다. <국민일보>가 전한 소식이다.

○…귀농 후 공부방 홀로 꾸린 김창숙 씨

지난해 10월, 학교 외에 학원이라고는 피아노학원 하나뿐인 전남 해남군 현산면에 초등학생들을 위한 배움의 공간을 마련한 30대 주부가 있다. 마산면 학의리에 사는 김창숙 씨 이야기이다. 김창숙 씨는 아이들에게 하늘같이 넓은 꿈을 주고 싶어 이름 지은 '새 하늘 공부방'을 열었다. 현산면 복지회관을 임대해 꾸민 새 하늘 공부방에서 그는 25명의 아이와 함께 행복을 만들어가고 있다. 도시생활을 접고 2000년 고향인 현산으로 귀농한 김창숙 씨가 공부방에 관심을 두게 된 것은 농사일에 바쁜 부모들 때문에 방과 후에 방치되는 아이들이 안타까웠기 때문이다.

공부방을 주부 혼자 꾸린다는 게 쉽지 않을 텐데. 책을 좋아하던 취미를 살려 독서 지도사 분야를 공부해 자격증을 취득했다. 사회복지사, 구연동화 지도사 같은 아이들을 가르치는 데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자격증을 하나둘씩 준비해나갔다. 하지만, 공부방을 준비하는 과정이 쉬웠던 것만은 아니었다. 공부방 임대료와 운영비를 자비로 충당해야 했으며,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기 위해 혼자 모든 것을 다 했다. 이런 마음이 전해져서인지 이제는 해남지역아동센터에서 미술교사를 파견해 줬고, 아이들 지도에 도움을 주는 후원자도 하나 둘 늘고 있다고 한다. 또 이제는 독서지도, 미술, 만들기, 학습지도 등 공부방 운영에 자신감도 붙었으며 공부방에서 꿈을 키우는 아이들을 위해 올해 말 내부 구조 변경을 통해 좀 더 포근한 공간을 구상하고 있다고 한다.

○…노숙자와 인문학

서울 도심의 한 지하철역 인근에서 2004년부터 노숙생활을 시작한 배 모 씨. 책 제본업체에서 운전사로 일하며 성실하게 가정을 꾸려오던 배씨는 경마와 도박에 빠져 한순간에 가산을 탕진하고 가족에게마저 버림받은 뒤 결국 거리에 나앉는 신세가 됐다. 삶의 의욕을 상실한 채 인근 노숙인들과 어울리며 술로 하루하루를 보내던 어느 날 게시판에 붙은 전단 한 장이 배씨의 눈에 들어왔다. 노숙자들에게 무료 인문학 강좌를 제공해 재활의 기회를 준다는 것. 이듬해인 2005년 9월 강좌의 문을 두드린 배씨는 7개월간의 과정을 이수한 뒤 삶에 대한 긍정적인 태도와 자신감을 느끼게 됐고 꿈에 그리던 재취업의 기회마저 얻었다. 대한성공회유지재단의 '다시서기센터'가 국내 처음으로 노숙인들을 위해 개설한 '성프란시스대학 인문학 과정'이 이렇게 노숙인 재활을 위한 '메카'로 떠오르고 있다.

철학을 비롯해 예술사, 문학, 역사와 같은 정통 인문학 강좌뿐만 아니라 각종 문화체험을 제공해 노숙자들의 내면적 성찰과 자아존중감의 회복을 돕고 있다. 특히 김동훈 서울대 미학과 교수 등 국내 유수 대학의 교수들이 강사진에 참여해 대학의 인문교양 과정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는 평을 듣고 있다. 올해로 4년째를 맞은 이 과정을 수료한 노숙자는 모두 58명. 방송통신대에 입학해 만학의 길에 들어선 노숙자가 있는가 하면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취득한 뒤 복지단체에 들어가 자신처럼 소외된 사람들을 돕는 이도 있다. 이 과정을 개설한 임영임 신부는 "먹을거리, 잠자리, 생필품도 긴요하지만 이런 것만으로는 이들을 노숙생활에서 벗어나게 할 수 없다고 생각해 인문학 강좌를 열게 됐다"고 설명했다고 한다. 존 스튜디어트 밀이 한 말이 생각난다. "배부른 돼지보다는 고민하는 (배고픈) 소크라테스가 낫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