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신문에서 읽은 이야기입니다만 한비자([韓非者]의 외저설우(外儲說右)에 ‘사나운 개가 술을 식초로 만든다’라는 뜻의 구맹주산(狗猛酒酸)이라는 고사성어가 있다고 합니다.

중국 송나라 때, 술을 파는 장씨(莊氏)라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이 사람은 손님들에게 아주 친절하고 정직했습니다. 그리고 술 빚는 실력도 뛰어나서 술을 아주 잘 빚었습니다. 그래서 그는 술집을 내고 술장사를 했습니다. 먼 곳에서도 술집을 알아보도록 대문에 빨간 깃발까지 높이 꽂아놓았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정직하고 친절하며 술 맛도 좋으며 멀리서 잘 알아 볼 수 있도록 선전도 잘하는데 왠일인지 손님이 오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그렇게 맛있는 술이 팔리지 않아 오래 두었다가 결국 초(酸)가 되어 버렸습니다. 장씨(莊氏)는 아무리 생각해도 알 수가 없어서 그 마을에서 존경하는 어른을 찾아가서 조언을 부탁했습니다. "제가 친절하고, 정직하고, 술도 아주 맛있고, 선전도 잘하는데 왜 우리 가게에는 손님이 안 옵니까?" 심각하게 묻는 그에게 그 어른은 “자네 집에 있는 사나운 개 때문일세. 자네가 정직하고 친절하고 술을 맛있게 빚기는 하지만 자네 집에 있는 개가 사람을 물고 무섭게 덤벼드니 손님이 찾아갈 수가 없어서 그러네”라고 대답했다고 합니다.

아무리 최고의 술을 준비하고 주인이 친절하고 정직한들 그 집에 사람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사나운 개(猛狗)가 집을 가로막고 있는 한은 손님이 찾아올 수 없다는 것입니다. 술이 아무리 좋아도 개가 무서워서 손님이 못 온다는 것입니다.

그 비슷한 이야기도 있습니다. 어느 은행에 허름한 옷을 입은 중년 남자가 창구직원에게 새로운 사업을 위해서 은행 측과 의논할 일이 있다며 간부를 만나게 해 달라고 부탁을 했습니다. 그러나 그 창구직원은 이 사람의 행색을 보고는 간부가 지금 자리에 없다며 안내를 해 주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한참을 기다리던 이 사람이 돌아가기 위하여 자동차 주차권을 요청했지만 그것 역시 거절하고 그냥 돌려보냈습니다. 그랬더니 그 이튿날, 이 사람은 말끔한 양복을 입고 다시 찾아와서 수천만 달러를 모두 다 인출해 가버렸습니다. 이 사람이 바로 IBM 회장 존 에이커스였습니다. 은행 간부가 아무리 경영을 잘하고 영업을 위하여 애를 쓴다고 해도 직원이 손님을 이렇게 대하는 한 이 은행은 문을 닫아야 할 것입니다.

교회도 그렇습니다. 교회에 아무리 생명구원의 복음이 있고 좋은 프로그램으로 사람을 살리고 세운다고 해도, 아무리 은혜스러운 예배를 드리고 탁월한 교육과 자랑스러운 시스템이 운영된다고 해도 교회에 맹구(猛狗)가 있다면 사람들이 교회를 오지 않을 것이고 교회에 대한 나쁜 인상을 주는 사람이 있다면 사람들은 교회를 외면할 것입니다. 사람들은 “예수는 좋지만 교회는 싫다.”, “교회는 좋지만 누구누구 때문에 교회 가기 싫다”라는 말을 한다고 합니다. 빛을 비추기보다는 빛을 가리고, 신실한 언행으로 믿음의 능력을 보여주기 보다는 무책임하고 윤리성을 잃은 언어로 복음을 가리는 맹구(猛狗)가 있는 한 사람들은 복음을 외면할 것입니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교회에는 호감이 가지만 교인들에게는 반감을 갖고 있습니다. 문제는 바로 교회의 맹구(猛狗)들 때문입니다. 사람들이 교회로부터 멀어지는 이유는 복음이 무력하거나 교회가 무능해서가 아니라 사람들을 막아서고 있는 맹구(猛狗)들 때문입니다.

사순절(四旬節)이 시작 되었습니다. 자기를 돌아보고 경건과 절제로 자기를 세우는 절기입니다. 자신을 부인하고 자기를 포기하신 주님의 고난의 여정을 따라 사는 절기입니다. 내가 사는 것이 아니라 내 안에 그리스도가 사시도록 자신을 드리는 절기입니다. 맹구(猛狗)로 전락하여 천국문을 가로막는 내 안에 있는 맹구(猛狗)를 길들이는 계절입니다. 내가 죽어야 주님이 사십니다. 복음이 생명의 능력이 되기 위하여 맹구(猛狗)인 자신을 길들이는 사순절이기를 바랍니다.

/신양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