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교회에 가면
언제나 눈물이 앞을 가렸습니다.

찬송을 불러도, 말씀을 보아도
설교를 들어도 회개와 참회

참회와 회개, 그것으로 인한
눈물 외에는 아무 것도 없었습니다.

눈물은 어찌나 신기하던지
그렇게 쏟고도 또 쏟아지곤 했습니다.

내 죄가 어찌 그리 많던지...
아니 성령께서 어찌 그리 울게 하시던지 ...

마르지 않는 샘같이
울고 또 울고 게다가 콧물까지 ....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교회에서는 더 이상 울지 않습니다.

웃음이 더 많아졌고,  수다가 더 늘었고
소리가 더 높아졌고, 제스추어가 더 요란해졌고 ...

그리곤 눈 멀고 귀 멀고
마음 멀고 ... 다 멀었습니다.

교회만 가면 언제나
부흥 부흥 전도 전도 전도!

이거 못하면 교인도 아니었습니다.
복도 못 받았습니다. 늘 뒷자리였습니다.

가장 평안해야 할 주의 성전이
가장 극성스럽고 피곤한 곳이 되었습니다.

교회엔 언제나 투사들만 가득했습니다.
전도왕, 봉사왕, 통독왕, ... 아 왜 그리 왕이 많은지 ...

사업을 하듯이 장사를 하듯이
단기간 안에 결정을 봐야 했습니다.

그래서 여유가 없었습니다.
회개, 참회, ... 그럴 여유가 어디 있습니까

그저 달리고 달려 부흥하고 부흥
전도하고 전도 교회는 고요함을 잃었습니다.

그리고 동시에 눈물도 잃었습니다.
울어도 언제나 한풀이 눈물뿐.

울고 싶습니다. 말씀에 꼬꾸라져
꺼이 꺼이 울고 싶습니다. 눈물콧물 다 쏟아지던 그 때처럼...

주님, 잘못 살았습니다.
뭔가 바쁘게 살았지만 잘못 살았습니다.

바쁘게 목회했지만 잘못했습니다.
진정 회개치 못했고 참회가 없었습니다.

성도 같지만 아닙니다
우린 다 사기꾼이요, 위선자요 연기자입니다.

교회는 미친 소처럼 질주만 해왔습니다.
그래야 역동적 교회인 것처럼.

우리도 뭔가에 홀린 듯 그렇게 뛰어왔습니다
어디로 왜 뛰는 지도 모르면서.

여유 있으면 딴 생각하게 되고 세상으로 간다고
정신없이 살도록 교회는 그렇게 교인들로 달리게 했습니다.

아, 주님  이젠
다 내려놓고 주님만 고요히 바라봅니다.

우리 예수님, 예수님이 걸어가신
그 길 위에 내 몸, 다시 올려놓습니다.

나를 데려가십시오. 부끄러워 얼굴 못 들고
눈물만 뿌리는 나를 데려가십시오.

나를 때리고 또 때리고 벗기고 또 벗겨
주님께서 품에 안을 때 껄그러움 없게 하십시오.

주님의 품안에 포옥 안기며
내 영혼의 눈물로 주님을 적시도록

그리하십시오. 내 추함을 알게 하시고
울고 또 울며 주님 품에 안기게 하옵소서.

그 옛날 교회당 낡은 마룻바닥,
떨어지는 눈물로 얼룩덜룩 그림 그리듯

아, 주님 그렇게 통회하고
참회하며 나를 새롭게 그리게 하소서.

내 영혼의 눈물로 나를 새롭게 하시도록
이 사순절, 회개와 참회의 눈물이 풍성케 하옵소서.

/왕십리중앙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