앗시시의 프랜시스가 방탕한 삶을 끝내고
예수님만을 따르기로 작정한 후 “작은 형제단” 사역을 시작하였습니다.
이때 수많은 사람들이 그에게 찾아와 배우고 예수님께 헌신하였습니다.
이를 본 한 형제가 프랜시스에게 물었습니다.
“사람들은 왜 선생님을 찾아와 배우려하고,
왜 선생님의 말이라면 목숨도 아끼지 않고 따릅니까?”
그는 이렇게 대답하였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세상에서 나보다 더 천하고 무능하고 악한 사람을 발견할 수 없었습니다.
이에 하나님께서 나를 택하셔서
세상의 현명하고 존귀하고 지식 많은 사람들을 부끄럽게 하려고 하신 것입니다.”
성 프랜시스는 그의 사역이 철저히 하나님의 은혜임을 고백한 것입니다.

목회의 핵심은 죄인인 인간이 예수를 믿음으로 구원받고,
신앙 생활과 모든 사역이 하나님의 은혜임을 인정하는 것입니다.
위대한 사도 바울도 이렇게 고백하였습니다.
“나는 사도 중에 극히 작은 자라 내가 사도라 칭함을 받기에 감당치 못할 자라 그러나
나의나 된 것은 하나님의 은혜로 된 것이니... 내가 모든 사도보다 더 많이 수고하였으나
내가 아니요 오직 나와 함께 하신 하나님의 은혜로라“(고전15:9-10).

하나님의 은혜는 신앙 생활과 목회의 원천입니다.
하나님은 죄에 빠진 인간에게 은혜를 주십니다.
이 은혜는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자에게 주시는 하나님의 사랑입니다.
또한 사람들이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믿음조차 하나님의 은혜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믿음이나 은혜는 동일한 것입니다.
인간은 죄인이므로 아무리 날개를 쳐도 하늘에 오를 수 없고
오직 하나님이 주시는 은혜에 의해서만 하나님께로 나갈 수 있습니다.
어거스틴은 “하나님을 사랑하는 것 그 자체가 하나님의 선물이다”라고 강조하였습니다.
하나님의 은혜는 자격 없는 자에게 거저 주시는 하나님의 사랑입니다.
그러므로 이 은혜를 받은 자는 자신을 의지하거나 자랑할 수 없습니다.
교회를 섬기는 목회자도 오직 은혜로만 하나님 앞에 설 수 있고,
오직 은혜로만 하나님의 일을 할 수 있습니다.

오늘날 교회를 개혁하고 사회를 정화하려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이는 당연한 교회의 사명입니다.
그러나 제도와 법만 변혁하는 것이 개혁이라고 본다면 핵심과 본질을 비켜 가는 것입니다.
악한 인간과 사회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것은 하나님의 은혜입니다.
만일 개혁을 부르짖는 자가 자기 자신이 죄인임을 잊는다면
영적 엘리트주의에 빠지게 될 것입니다.
오직 하나님 앞에서 인간이 철저히 무능한 존재이며 연약한 죄인임을 철저히 깨달을 때
은혜의 복음을 진정으로 만나며 변화될 수 있습니다. 이에 대해 조나단 에드워즈는
“은혜의 체험이 궁극적이며 지속적인 참된 선과 의를 위한 기초이다”라고 말하였습니다.

목회의 본질과 개혁의 핵심은 하나님의 은혜입니다.
하나님의 은혜가 교회와 사회에 흘러 들어갈 때 하나님 나라가 건설됩니다.
에스겔의 환상처럼 성전에서 흐르는 은혜의 생수가 교회와 사회에 흘러야 합니다.
교회는 은혜가 임하는 지성소가 되어야 하고,
받은 그 은혜를 사회로 나누는 영적 우물이 되어야 합니다.
그러므로 교회도, 이 메마른 사회도 하늘로부터 임하는 은혜를 간절히 요구하고 있습니다.
하나님의 은혜만이 이 시대에 교회와 세상을 살려 낼 수 있는 유일한 해답입니다.
그러므로 이 시대에 필요한 참된 목회를 하려면 다음의 세 가지가 필요합니다.

첫째 목회의 우선적 관심이 은혜의 복음에 집중되어야 합니다.
교회는 불신자에게 복음을 전하며 거듭난 자들을 성숙한 자로 양육하여야 합니다.

둘째 목회자가 자기 의를 내세우는 공로주의에 빠지지 않도록
항상 회개하며 은혜를 사모하여야 합니다.

셋째 목회자가 바리새적 율법주의에서 벗어나
말씀과 은혜의 역사가 있는 교회를 세워가야 할 것입니다.

/무학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