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 역사 자료에서 우리나라 초대 기독교의 걸출한 지도자요 독립운동가인 조만식 장로님에 대한 글을 읽었습니다. 그 분은 평양 산정현교회의 장로님이셨는데 어느 주일날 독립운동가를 만나느라고 예배시간에 늦어 주기철 목사님이 설교하는 시간에 예배당에 들어왔습니다. 설교하던 주목사는 늦게 들어오는 조장로에게 “장로님, 오늘은 의자에 앉지 말고 서서 예배를 드리십시오!”라고 명령조로 말했습니다. 주기철 목사님은 조만식 장로님의 오산학교 제자였고 나이도 장로님보다 훨씬 어린 목사였습니다. 또 주기철 목사를 평양 산정현교회로 청빙한 인물이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장로는 주기철 목사의 명령에 그대로 순종해서 연세가 많으신 장로님이 일어서서 설교를 들으셨습니다. 설교를 마친 주기철 목사님은 다시 조장로에게 기도하라고 시켰습니다. 조장로는 서서 이렇게 기도했습니다.

“하나님 아버지, 이 죄인을 용서하여 주옵소서. 애국운동한다고 사람을 만나다 하나님 만나는 예배시간에 늦었습니다. 목사님이 얼마나 마음 아프시면 설교하다말고 이토록 책망하셨겠습니까? 하나님의 종을 마음 아프게 한 죄를 사하여 주옵소서. 설교를 듣던 성도들의 은혜 받는 것을 방해한 죄를 용서하여 주옵소서. 다시는 주일에 아무리 중대한 일이 있더라도 하나님을 사랑하며 섬기는 사명 외에 다른 일은 결코 하지 않겠습니다.” 조장로님은 온 교인들 앞에서 진정한 참회의 기도를 드렸습니다. 제자요 나이 어린 목사의 명령에 겸손히 순종하고 아픈 마음으로 참회한 것입니다. 이 기도를 들은 온 교우들이 함께 울면서 은혜를 받았고 거룩한 예배로 하나님을 섬길 것을 다짐했다고 합니다.

 진정한 용기는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회개할 수 있는 것입니다. 죄를 지을 수 있는 것이 용기가 아니라 회개할 수 있는 것이 용기입니다. 사람을 의식하기보다 하나님을 의식할 수 있는 것이 용기입니다. 사람들 앞에 함부로 행동하는 용기는 있으면서 잘못을 회개할 수 있는 용기가 없다면 그것은 비겁한 것이지 용기 있는 것이 아닙니다. 더욱 자신의 자존심 상한 것은 분노하면서 하나님의 거룩성을 해치는 것에 대하여 죄의식을 갖지 않는 것은 배도(背道)일 뿐입니다.

예배를 잘 드리는 것이 신앙입니다. 교회의 모든 사역은 성도들을 온전한 예배자로 세우기 위한 것입니다. 하나님을 위해 인간이 할 수 있는 최고의 봉사와 헌신, 신앙의 가장 직접적이고 확실한 표현은 예배입니다. 어떤 이유로도 예배를 소홀히 하는 것은 용납될 수 없습니다. 예배는 제물을 드리기 전에 먼저 자신을 드려야 합니다. 우리 교회에는 보행의 불편함을 무릅쓰고 예배에 빠지지 않는 분들이 계십니다. 쓰러져도 교회에서 쓰러진다는 결연한 자세로 예배에 오시기에 예배에 늦는 불경(不敬)을 범하지 않습니다.

 사순절에 어떤 모습으로 자신을 세울 것인가를 진지하게 생각하기 바랍니다. 남의 허물에는 분노하면서 자신의 추한 모습에는 관대한 그런 예배자가 아니라 철저히 자신을 쳐서 말씀에 복종시키고 하나님을 향한 최고의 경배를 드리는 예배자로 자신을 세우기 원합니다. 예배가 아무리 거룩해도 나 자신이 드려지지 않으면, 예배가 아무리 장엄해도 나 자신을 드릴 수 없다면 예배자가 아니라 예배구경꾼일 뿐입니다. 예배는 형식적인 주일 행사가 아니며 사람이 만들어가는 의식(儀式)이 아니라, 나를 전적으로 하나님께 바치고 하나님의 영광에 참여하고 그분의 은총을 입는 것입니다. 상한 마음을 통회하는 심령으로 하나님께 나아와 자신을 드리고 주님의 은혜를 받는 것입니다. 부활의 영광을 바라보며 자신을 최고의 예배자로 세우는 사순절이기를 소원합니다.

/신양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