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립 얀시는 이 시대의 가장 영성 깊은 작가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그는 그의 저서 “놀라운 하나님의 은혜”에서
성경에서 가장 중요한 단어는 은혜라고 강조하였습니다.
그리고 오늘날 기독교의 가장 큰 문제는
은혜없는 사람들이 경건과 행위로 그 은혜를 얻으려 하는 것이라고 지적하였습니다.
다시 말하면 구원받고 천국에 가려면 착하고 의롭게 살아야 한다고 주장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은혜란 하나님의 선물로 받는 것이지, 노력의 대가로 받는 것이 아닙니다.

기독교 신앙과 목회에서 은혜가 상실되면 교회는 죽기 시작합니다.
유럽 교회를 붕괴시켰던, 자유주의 신학과 도덕적 타락은
은혜의 상실의 또 다른 표현에 불과합니다.
그러므로 복음의 핵심과 신앙의 기초를 분명히 하는 것이
교회를 회복하는 목회의 기초가 됩니다.
목회는 은혜로만 가능하며 인간의 힘으로는 불가능한 것입니다.

기독교의 가장 큰 논쟁은 펠라기우스 논쟁입니다.
펠라기우스는 인간은 자기 자신의 노력으로 하나님에게 도달할 수 있고
또한 죄 없는 의로운 생을 살 수 있다고 주장하였습니다.
그는 모든 사람은 아담이 타락하기 이전의 상태처럼 죄를 짓지 않을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하였습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어거스틴은 인간의 본질적인 존재는 죄로 말미암아 왜곡되어 있어서,
자신의 이성과 힘으로는 하나님께 오를 수 없다고 반박하였습니다.
펠라기우스는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생의 철학을 대변하는 반면,
어거스틴은 “하늘은 자신을 도울 수 없는 자를 도와 주신다”고 은혜를 강조하였습니다.

하나님의 은혜 없이는 인간은 하나님을 알 수도 없고 하나님의 일을 할 수도 없습니다.
하나님의 은혜란 하나님의 사랑을
더 받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아무 것도 없다는 뜻입니다.
또한 은혜란 그 무엇으로도 하나님의 사랑을 약화시킬 수 없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목회자는 어떤 공로와 업적으로,
또는 자기 능력이나 자기 의로 하나님을 기쁘시게 할 수 없음을 깨달아야 합니다.
목회자 자신이 죄인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진정한 목회는 오직 자신이 죄인임을 인정하고
이웃을 대할 때도 하나님이 사랑하시는 죄인으로 볼 때만 가능합니다.

최근에는 한국 교회 개혁을 위한 요청과 노력이 한국 교회에서 일어나고 있습니다.
이는 참으로 필요하지만, 그 양상이 그리 바람직하지 못한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교회의 비리를 드러내고 비판하고 문제를 부각시키는 식으로 진행되기 때문입니다.
그런 방식은 문제의 핵심을 놓치고 있는 것입니다.
교회 개혁의 주체가 누구인지를 바로 알지 못하면
교회를 개혁하는 것이 아니라 교회를 쓰러뜨릴 수 있습니다.
중세 암흑 시대를 종식시킨 종교개혁은
용기 있는 몇 사람의 개혁자에 의해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성경과 복음의 재발견에 의해 이루어진 하나님의 은혜의 역사임을 통찰하여야 합니다.
개혁의 본질, 부흥의 본질인 하나님의 은혜를 망각하면
또 다른 제도와 체제에 고착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습니다.

교회 개혁을 위해, 제도를 바꾸고 법을 개정하는 시도는 필요합니다.
교회의 비리와 문제에 초점을 맞추는 노력도 어느 정도는 필요합니다.
그러나 개혁을 이루어가는 주체는 인간이 아니라
언제나 능력으로 역사하는 은혜의 복음입니다.

“16세기 종교개혁”이란 책에서
베인튼 교수는
“종교 개혁은 중세 교권 구조를 분열시킨 운동이 아니라 종교의 부흥 운동이었다”고
지적하였습니다.
종교개혁은 복음의 재발견을 통해 일어난 것이지,
교회를 개혁하려는 인간의 노력으로 일어난 것이 아닙니다.
오늘의 사회와 세상을 변화시키는 것은
오직 기독교의 복음이요, 하나님의 은혜입니다.
이 하나님의 은혜의 복음이 능력으로 역사할 때,
황폐한 이 땅과 교회의 부흥의 역사는 다시금 시작될 것입니다.

/무학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