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불청객 황사와, 이른바 ‘궁합’이 잘 맞는 것이 있다. 바로 삼겹살이다. 황사만 등장하면 그림자처럼 나타나는 삼겹살. 요즘 식탁 위에 주빈(主賓)인 삼겹살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삼겹살 가격이 요즘 금값이라고 하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싸게 판다는 한 대형 할인점의 경우, 요즘 100g당 2050 원에 팔고 있다. 500g이면 만 원이 넘어간다는 얘기이다. 비율로 따져봤더니, 한 달 사이 15.8%, 지난해 3월과 비교하면 무려 33%나 비싸진 것이다. 이유는 뭘까. 고환율 때문이다. “아니, 그럼, 그동안 돼지고기를 수입했나?” 이럴 분들이 있을 것이다. 사실 우리나라 돼지고기 중에 국산 삼겹살 비율은 55%대이다. 하지만 삼겹살을 뺀 나머지 부위의 돼지고기는, 자급률이 100% 가까이 된다. 삼겹살에 대한 수요는 많은데 공급이 못 따라간다는 이야기이다. 그래서 수입해 오는 것이다. 그런데 환율이 오르고 있다. 이러다보니 값이 뛰는 것이다.

하지만 소비가 줄지 않고 있는 흐름이다. 지난해 농촌경제연구소가 분석한 자료를 보면 돼지고기 먹었다는 우리나라 사람의 절반은 삼겹살을 먹은 경우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 1인당 삼겹살 소비량은 연간 9㎏이라고 한다. 200g을 1인분으로 계산할 때 1년 동안 혼자 46인분을 소비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러니까 1인당 매달 4인분 정도 삼겹살을 꾸준히 먹고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물론 모든 이들이 삼겹살을 모두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채식 주의자처럼 고기를 먹지 않는 사람, 아이들과 노인처럼 고기를 많이 먹을 수 없는 사람, 또, 가정 형편상 먹지 못하는 사람, 돼지고기를 싫어하는 사람도 있지 않겠나? 이들을 고려한다면 먹는 사람들 중에서 실 소비량은 일인당 90인분이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즉 보통 사람은 4일에 한번 정도는 삼겹살 1인분을 먹는 다고 봐야한다는 것이다.

사실 삼겹살은 ‘서민의 음식’으로 통했다. 이유가 뭐였겠나. 가격이 저렴했기 때문이다. 저렴했다함은, 찾는 이들이 많지 않았다는 말이기도 할 것이다. 지금이야 베스트 오브 베스트 부위지만, 예전에는 “비계 덩어리, 그러나 누가 먹나” 이러며 천대받았던 것이다. 하지만 장사 수완이 좋았던 개성 사람들, 이 비계 덩어리에 살을 섞게 하는 식으로 품종을 개량했다고 한다. 팔 생각으로 말이다. 여담인데, “삼삼하다”라는 말이 있지? 이게 삼겹살의 ‘삼’과, 인삼 홍삼할 때 ‘삼’이 합쳐진 표현이라고 한다. 삼겹살과 인삼을 같이 먹으면 좋다, 뭐 이런 뜻이겠지? 다 장사 전략에서 유래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갖게 한다. 한편 일제 강점기 시절에 광산으로 끌려가 분진을 마시던 광부들이 중금속 해독에 도움이 된다며 또 싼 값에 찾게 됐다는 이야기도 있다.

이렇게 대중화된 계기는 무엇일까. 삼겹살이 요즘 인기 있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그중에 하나지? 어떤 방법으로 먹어도 맛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구워 먹건, 쪄서 먹건, 익혀 먹건 어떤 방식으로 먹어도 맛이 있는 것이다. 반면에 삼겹살과 비슷하게 생긴 부위지? 목살. 목살의 경우, 기름기가 적다. 그러다보니 전기 불판을 이용해서 구우면 맛이 떨어진다. 숯불이나 연탄불처럼 직화로 구워야 제 맛이 난다는 이야기이다. 그러나 삼겹살, 단점도 있다. 맛에만 치우쳐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삼겹살을, 영양의 관점에서 따져본다면 권장할만한 음식이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사실 삼겹살을 보면 비계가 있는 지방과, 순 살인 단백질이 반반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성분을 분석해보면 수분을 제외하고 60%에서 80%가 지방으로 나온다고 한다.

이런 가운데 ‘삼겹살이 황사 때문에 흡입된 몸 속 노폐물을 없애주는데 도움이 된다’는 속설이 있다. 최근에는 이 속설이 사실과 다르다는 얘기도 나와 화제를 모았다. 하지만 도움이 된다는 견해도 분명히 있다. 동의보감에는 "돼지고기가 수은독 같은 독성 분해 작용을 한다"고 적혀 있다. 또 2년 전, 한국식품연구원이 중금속에 노출된 공장 근로자들을 상대로 6주 동안 돼지고기를 먹게 했다. 그런 다음, 혈액과 신장 기능을 조사한 실험을 했다. 그랬더니 납은 2%, 카드뮴은 9% 가량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이런 거지. 미세먼지 같은 유해물질이 인체에 들어가 폐 같은 곳에 쌓였을 때, 돼지고기를 먹으면 지방 성분이 유해물질과 결합해 신장으로 끌고 내려가 분해 작용을 돕는다는 것 말이다.

설이 분분하다. 학계의 의견이 궁금하다.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과유불급’이다. 고려대 안암병원 김정하 교수는 “돼지고기에 불포화 지방산이 많이 들어있어서 미세먼지와 중금속을 흡착시켜 체외로 배출시킨다는 얘기가 많다”며, “그렇게 따지자면 불포화 지방산이 더 많이 들어있는 생선이나 다른 것들이 더 많이 효과를 낸다고 할 수 있다”라고 했다. 경희대 한의학과 김남일 교수는 “삽겹살이 해독이 된다고 하면 아무다 다 먹고 전부 살찌지 않겠는가”라며 “동의보감에서는 너무 많이 먹으면 그 것이 갑자기 살이 찔 수 있다는 경고가 있다”고 소개했다. 모든 사람이 다 중금속에 중독된 것이 아니다. 그런데 체내에 별로 없는 중금속 걱정에 삼겹살을 포식한다면, 그게 다 살로 갈 수 있다.

기왕이면 돼지고기를 먹으려 할 때, 삼겹살 부위만 고집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몇 년 전 농협의 설문 조사 결과가 있다. ‘돼지고기의 어느 부위를 좋아하느냐’는 질문이었다. 삼겹살이 85.5%로 갈비 목살 안심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그러다보니 삼겹살의 과소비 현상이 뚜렷해졌다. 그래서 돼지고기의 또 다른 부위인 안심, 등심, 뒷다리살, 목살, 앞다리살 소비를 촉진하는 캠페인이 벌어지기도 했다.

기름기는 많고, 영양은 바닥이고, 그래도 인기는 계속되고 있고. 어떻게 봐야 할까. 게다가 살빼기에 결코 도움이 안 되는 화학조미료를 친 술, 소주와 삼겹살의 궁합이 잘 맞는다. 소주에 삼겹살, 왜 좋아할까. 고소한 맛이 주는 위안감 때문이 아닐까. 경제 위기로 구조조정 한파가 몰아닥치는 현실이다. 세파에 지친 일상을 잊고 싶다보니, 목에 넘어가는지 마는지도 모를 정도로 입이 즐거운 삼겹살을 찾게 된다. 여기에 싸면서도 속도감 있게 취기를 불러오는 소주를 곁들이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대로 과유불급이다. 절제함이 있어야 한다. 먹는데서 위안을 삼으려는 이유도, 더 살맛나는 세상을 만들고자 하는 바람에서 나온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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