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도 부활절연합예배는 4월 12일 새벽 5시 30분부터 한 시간 동안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드려진다. 이번 예배의 제목은 ‘부활과 희망’이며 표어는 ‘일어나 희망을 노래하자’로, 경제적 어려움으로 침체된 사회에 교회가 앞장서 소망의 메시지를 전하자는 취지다. 참으로 귀한 취지가 아닐 수가 없다. 그러나 이런 거창한 취지하에 진행되는 연합집회 일지라도 국민들은 물론이고 한국 교인들조차도 크게 기대하지 않는 것은 과거 제반 연합집회가 항상 요란한 구호로 끝나는 집회로 일관되어 왔기 때문이다.

특히 눈에 가장 거슬리는 것은 이런 초교파적인 연합집회일 수록 누가 상석에 앉느냐는 자리 배분 다툼처럼 비춰진다는 점이다. 그러므로 예배 순서부터가 각교단 배분을 위해 짜깁기 식으로 만들다 보니 너무나 복잡하다. 안내문을 보면 준비나 진행 임원들의 조직이 왜 그리 복잡한 지, 고문，지도위원，실행위원，준비위원장，회장, 무슨 위원장，무슨 부장，그저 될수록 감투자리를 많이 창안해 내어 자리마다 교계 유명인사의 이름으로 화려하게 장식하고 있다.

총무만도 가지가지여서 고소(苦笑)를 금치 못하게 한다. 총무, 상임협동총무, 협동총무, 상임부총무, 많은 수의 부총무 등등, 꼭 이래야만 되는 것일까? 누구에게나 현시욕(顯示慾)이 있게 마련이라 해도 너무할 정도로 교계 인사들의 상당수가 감투나 이름 내기에 급급한 인상을 주고 있다. 하기야 무슨 모임이든 귀퉁이 자리에라도 이름을 내야 협조하는 것이 상례이니 운영자들의 고충이 어떠하랴. 그래서 대부분의 모임들이 허식적인 조직으로 과다하게 장식된다.

그러나 연합집회의 귀한 취지에 호응하여 그 불편한 교통편을 마다하지 않고 참석한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순서지를 받아보는 순간, 그리고 집회가 진행되는 동안 강단의 상석에 폼을 잡고 앉아있는 분들을 보자면 공연히 비위가 상해지기 시작하는 것이다. ‘누가 높으냐?’ 서로 경쟁하는 모습이 훤히 보여지기 때문이다. 차라리 순서를 맡은 분만 강단에 서고 모든 좌석을 없앤다면 그 집회는 훨씬 더 새롭고 감동적이 될 것이 아니겠는가?

특별히 이번 부활절 연합집회는 나라가 모든 면에서 난국(難局)을 만나고 있는 시점이요, 국민들로부터 한국교회가 상당한 비판을 받고 있는 시점에서 개최되는 것임으로 한국교회 지도자들부터 십자가 지시고 한없이 낮아지신 주님, 부활 후에도 디베랴 바닷가에서 배신한 제자들을 책망하지 않으시고 음식을 먹이시면서 ‘내 양을 먹이라’고 하시면서 섬김의 모습을 보이셨다면, 지도자들부터 상석에서 겸손히 섬기는 모습을 보여야 마땅하지 않겠는가?

사실, 성경에 나타난 모든 연합 집회는 지도자 자신부터 회개하므로 온 백성에게까지 회개운동이 번졌던 것이니 모세와 여호수아가 그랬으며 미스바 집회에서 사무엘이 그랬고 에스더의 금식기도가 그랬으며 성지 회복과 재건운동을 일으킨 느헤미야가 그랬던 것이다. 심지어 이방의 니느웨 왕부터가 난국을 만난 조국을 위해 재를 뒤집어쓰고 회개할 때에 온 백성들이 호응하여 회개함으로 멸망으로부터 구원을 받았던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부활절 연합예배에서는 ‘한국교회 지도자들 모두가 ’높은 상석에 누가 차지하느냐?‘는 그 동안의 치졸한 관행을 과감히 버리고 교인들과 함께 낮은 자리에 앉아서 ’이 민족이 이처럼 고난을 만난 것은 우리의 연고라.‘고 고백하면서 성장제일주의와 물량주의를 주도했던 자신들의 검은 가슴을 치며 회개하는 진정한 자세를 보여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고 과거의 구태의연한 태도로 이번 연합집회에서도 거들먹거리는 모습을 벗어나지 못한다면 국민들로부터는 물론이고 하나님으로부터도 외면당하는 집회가 되지 않을까 심히 우려되어 간곡히 제언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