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때는 ‘평화의 상징’이었지만 지금은 ‘도시의 흉물’이 돼 버린 비둘기. 환경부가 다음달에 '유해 야생동물'로 지정하기로 했다. 유해 야생동물이 되면 뭐가 달라질까. 지금까지는 법이 비둘기를 보호했다. 배설물과 깃털을 남겨도 쫓아낼 근거가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지정이 된다면, 지방자치단체는 포획도 할 수 있고, 퇴치도 할 수 있게 된다. 한마디로 해서 필요할 경우 임의로 사살 또는 살 처분할 수 있게 된다. 이보다 앞서 유해 야생동물로 지정된 것들도 있다. 그러니까 비둘기의 ‘선배’가 있다는 것인데 까치, 멧돼지가 그렇다. 이것들은 과수ㆍ농작물에 피해를 준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요즘은 비둘기를 일컬어 ‘닭둘기’라고도 한다. 요즘 비둘기들, 너무 살 쪘다. 도심 구석구석을 몰려다니면서 닥치는 대로 음식물을 쪼아 먹기 때문이다. 혹시 배고파 보였던 것일까. 사람들은 모이, 과자를 대책 없이 던져준다. 새장에 갇힌 것도 아닌데 먹이는 풍부하고 번식력은 왕성하다 보니 개체수가 급속도로 불어나게 됐다. 현재 서울에 사는 비둘기만 약 100만 마리. 발길에 치일 정도라고 한다. 6년 전에 비해 무려 5배나 늘었다고 하는데 때문에 부작용이 점점 커졌다. 털과 배설물이 기생충을 옮기고 차량과 건물을 부식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지만 ‘평화의 상징’으로 추앙받아오던 비둘기 아니었던가. 그렇다면 왜 비둘기가 평화의 상징이 됐을까. 성경에서 유래한다는 게 정설이다. 하나님이 인간을 심판하려고 큰 비를 내려서 지상에 홍수가 나게 했다. 이때 노아가 미리 준비한 방주에 동물 한 쌍 씩을 태우고 대피하게 된다. 비가 멎자 노아는 물이 얼마나 빠졌는지 알아보기 위해 귀소본능이 있는 비둘기를 내보냈다. 얼마 뒤 비둘기는 저지대에서 자라는 올리브 잎을 물고 돌아와 인근에 육지가 있음을 확인시켜줬다. 이로써 올리브는 희망, 비둘기는 평화를 상징하는 새가 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비둘기의 습성이 그리 평화적이지 않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노벨상 수상자인 오스트리아의 동물행동학자 콘라트 로렌츠의 실험을 한동안 언론에서 주목했다. 실험은 이랬다. 비둘기 암수 두 마리를 새장에 가뒀다. 그랬더니 암컷이 수컷의 깃털을 다 뽑아버렸다. 그러더니 살갗이 벗겨지도록 쪼아대더라는 것이다. 이것과 연관 지어 비투스 드뢰셔라는 독일의 조류학자도 “비둘기처럼 동족에 잔혹한 상처를 입히는 동물을 찾아보기 어렵다”고 말했다고 한다.

일각에서는 ‘비둘기의 유해성은 알지만 소탕만이 방법인가’하는 견해를 표출하기도 한다. 사실 가장 편한 방법이 소탕이다. 그러나 조류학자인 윤무부 교수는 한 언론과 가진 인터뷰에서 “비둘기 개체수가 많다고 하는데 억측이다. 옛날보다는 많지 않다”라며, “유럽에도 새가 많지만 우리처럼 유해를 끼치는 새와 짐승을 따로 정해서 잡아 죽이는 일은 없다”라고 말했다. ‘그냥 둬도 된다’라는 말이다.

이 문제가 단순히 비둘기의 체형이 커졌다고 보기 보다는 급속한 도시 과밀화로 인해 발생한 문제라고 볼 수는 없을까. 맞다. 사실 비둘기만이 아니다. 고양이도 지금 소탕 대상이다. 그러나 본말을 전도해서는 안 된다. 과밀화의 책임은 바로 인간에게 있기 때문이다. 서울의 도시 역사를 봐도 생태계의 지형을 바꾼 이들은 인간이었다. 인간은 저 살 공간에 대해서만 관심을 가졌다. 이들 새 그리고 짐승과의 ‘건전한 공존’에는 관심이 없었던 것이다.

쥐가 들끓던 1950~70년대, 정부에서도 쥐잡기 운동을 전개했다. 집집마다 고양이 기르기 열풍이 불었다. 그 고양이가 여러 새끼를 낳고 그러면서 번식해왔다. 여기까지는 좋다. 인간과 공존해왔기 때문이다. 그런데,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많은 애완동물이 유기됐다. 서울에서 버려진 동물을 보면, 외환위기 이후 10년이 안 되는 기간인데도 15배가 늘었다. 유기된 고양이의 경우 5년 새 7배 가까이 늘었다고 한다. 이 고양이들이 인간의 통제권에서 벗어나 길거리에서 멋대로 번식하다보니 고양이의 수는 급격하게 늘었고, 이것이 사회적 문제로 크게 대두되고 있는 것이다.

비둘기는 어땠을까. 원래 비둘기는 그리스에 있는 지중해 암벽지대에서 살았다. 그러다가 인간에게 사육되더니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 한국에는 20세기 이후에 들어왔고. 비둘기는 ‘영역동물’이라고 한다. 따라서 다른 비둘기 떼가 장악한 지역에는 들어가지 않는다. 그런데 비둘기가 많이 모여 있는 고가도로가 곳곳에서 철거됐다. 그러면서 집 잃은 비둘기가 속출했다. 그래서 인간이 있는 장소로 모여들었다. 비둘기가 많이 보이는 이유, 다른 데 있는 게 아니었다. 만약 비둘기가 말할 수 있다면, “왜 떼 지어 다니며 민폐를 끼치는가”라는 질문을 받았을 때, “그럼 왜 우리가 살고 있는 집을 없앴느냐”라는 반응을 보이지 않을까?

동물과 인간의 의미 있는 공존이 필요할 것 같다. ‘트래커’라는 책이 있다. 여기에는 '뒤를 밟는 늑대' 할아버지라는 닉네임을 가진 사람이 나온다. 이 주인공이 말한 내용 중에 이런 대목이 인상에 남는다. "우리가 자연을 해치지 않는 한 자연도 우리를 헤치지 않는다" ‘자연의 역습’이라는 말이 있지? 생태 환경을 인위적으로 조작하다가 닭처럼 포동포동한 비둘기, 즉 닭둘기가 나타난 것이다. 그런데 그 닭둘기를 퇴출하겠다는 게 환경부의 입장이다. 동물보호주의자들은, 이 역시도 인위적인 조작 아닌가 하는 비판을 제기한다. 그러면서 ‘자연의 역습’을 예견한다. 현명한 해법은 없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