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난, 부도위기. 네, 하루도 신문에 안 나온 적이 없는 말들이다. 자, 이런 가운데 요즘 사회적 기업이 화제이다. 사회적 기업이 경제 위기 시대에 새로운 대안으로 각광받고 있다. 취약 계층에게는 일자리를 주고, 수익은 사회에 환원하는 것. 이게 ‘사회적 기업’이다. 일자리와 복지라는 두 마리 토끼를 좇는다는 점에서 공익적 가치도 돋보인다.

영국 통상산업부가 정의한 개념이 가장 정확할 것 같다. “사회적 목적을 우선적으로 추구하는 기업이다. 그러니까 주주 그리고 사주의 이윤을 극대화하는 게 최우선적인 가치가 아니다. 이윤이 생기면, 주로 기업 자체 또는 지역사회에 재투자한다” 이것이다. 말이 어렵다. 쉽게 정리해보자. 사회적 기업은 빵을 팔기 위해 고용하는 것이 아니라, 고용하기 위해 빵을 파는 기업이라 하겠다.

많은 분들이 생소해 하실 것 같다. 언제 처음 이런 개념이 세워졌나. 1970년대, 복지의 천국으로 불리는 유럽에서 처음 등장한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 사회적 기업과 관련한 논의가 시작된 것은 외환위기 때였다. 이때 대량 실업 사태가 발생했지? 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었다. 이때, 유럽의 사회적 일자리, 사회적 기업의 개념이 소개됐다. 처음에는 이게 생소해서 혼동한 분들이 많았다. 무료 급식을 하는 자선단체와 무슨 차이가 있느냐. 이렇게 본 분들이 많았다. 무료 급식은 말 그대로 사람들에게 조건 없이 밥을 주는 것이다. 그러나 사회적 기업은 사람들을 노동자로 고용해서, 노동의 대가로 돈을 주는 것이다. ‘대가가 있냐, 없냐’ ‘밥이냐 돈이냐’ 이 차이겠지? 한편 사회적 기업의 특징은 일자리의 문턱이 없다는 것이다. 또 이익이 생기면 공익적인 일에 쓴다는 점, 이것이다.

우리에겐 그라민은행이 대표적인 사회적 기업으로 꼽히는 예이다. 담보 없이 적은 돈을 빌려주는 은행, 이른바 마이크로 크레디트라고 하지? 이 마이크로 크레디트의 대명사로 방글라데시의 그라민은행을 꼽을 수 있다. 총재가 유누스 씨인데, 유누스 씨는 이일에 대한 공로를 인정받아 2006년 노벨 평화상을 수상한 바 있다. 빈곤층과 취약계층이 혼자의 힘으로 일하고 돈도 벌 수 있도록 도와준 것이다.

그라민은행의 뿌리는 이렇다. 고리대금업자에게 돈을 빌린 다음, 대나무 의자를 만들어 파는 42명의 여성들이 있었다. 이 사람들, 의자는 팔지만 비싼 이자 때문에 수익을 못 냈다. 그래서 유누스 씨가 이 사람들에게 27달러를 무담보로 빌려줬다. 이 여성들에게 27달러를 종자돈으로 삼아서 스스로 사업을 벌이도록 도와준 것이지. 대성했다. 이것이 계기가 돼서 여기저기 꿔줬다. 빌려간 사람이 무려 600만 명이 넘었다. 하지만 대출금 회수율은 100%에 육박했다. 신용과 이윤, 자활 3박자가 척척 맞아 떨어졌던 것이다.

이건 어디까지나 사회적 기업이 만든 제품이 잘 팔릴 때 성립하는 것 아닐까? 지금 일반 기업도 어려운 판에 사회적 기업이 발 붙을 자리가 있을지 의문이다. 사실 사회적 기업을, 정부의 도움 없이, 지속 가능한 수익 사업체로 성장, 발전시킨다는 것은 낙타가 바늘구멍에 들어가는 것처럼 어려운 일이다. 2008년 말에 조사된 통계청 기업 활동 조사 결과를 보자. 2007년 한 해 우리나라 기업들은 1000원어치를 팔아 69원의 이익을 낸 것으로 나타났다. 100원을 팔아 7원을 벌었다는 것이다. 영리를 추구하는 기업들이 이랬다는 것이다. 사회적 기업이라고 상황이 나을 리 없겠지. 정확한 통계는 없다. 하지만 100원 팔아 손해 안 보면 다행일 것이다.

이익을 남겨 좋은 일에 쓰이는 게 가능하다면 좋겠지만 그게 안 된다 하더라도, 일자리를 부여한다는 점은 의미 있는 일 아닐까. 노동부 자료를 보니까, 작년에 우리나라에 있는 사회적 기업 중에 정부 인증을 받은 곳을 다 합쳐보니 218개였다고 한다. 종사자는 총 6565명. 기관 당 평균 30명이 고용된 것으로 분석됐다고 한다. 이정도면 대단한 성과라고들 나라 안팎에서 평가한다. 비교적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상당한 성과를 이루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영국, 유럽에 비하면 아직 걸음마 단계라는 평가도 나온다. 노동부 집계를 보면, 영국은 55,000개의 사회적 기업이 존재하고 있고, 인구로 보면 유럽 전역에서 900만 명이 사회적 기업에 종사하고 있다고 한다.

정부 차원에서 사회적 기업을 살릴 수 있는 방법, 뭐가 있을까. 사회 서비스 분야에 대해 과감하게 사회적 기업에게 일을 맡기는 것이다. 정부는, “산모나 신생아를 지원하는 일, 아이를 돌보는 일, 장애인 자활지원 사업 같은 일자리를 4만개 이상 추가로 늘려 17만5천여 개를 창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 정도로는 턱도 없다. 사회 서비스, 제대로 하려 한다면 60만 명의 손길이 더 필요하다. 이럴 때 사회적 기업을 활용하자는 것이다. 영리를 추구하는 기업이 사회 서비스 분야에서 사업할 가능성이 많지 않기도 할 것이다. 또한 사회적 기업이 사업권을 따내려고 로비할 여지, 많겠나.

그러나 이런 고민도 있다. ‘사회적 기업이 과연 지속성이 있겠냐’ 이것이다. 이게 가장 큰 숙제이다. 일반적인 기업과는 달리 들어가는 돈에 비해 벌어들이는 돈이 많지 않으므로 유지하기에 버거울 것이다. 서비스의 질을 높이는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따라서 외부로부터의 자금이 일정 기간 지속적으로 유입되지 않는 한, 존속을 보장받기 힘들다는 것이다. 허울은 기업이지만, 결국 투자해야 할 돈은 모두 기부의 형태로 충당되다보니 실질적으로는 자선 단체화 될 수 있다. 그러다보니 정부 예산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정부가 사회적 기업 먹여 살리느라 허리가 휜다면 이것 또한 문제겠지?

요즘 정부가 추경 예산을 마련하면서 1년 임시직 자리를 크게 늘리는 식으로 실업해소 대책을 마련하고 있는데, 사회적 기업이 대안이 될 수 있을까. 많은 젊은이들이 사회적 기업에 관심을 갖고 창업 준비를 하고 있다. 기업들이 사람을 안 뽑겠다고 하니 이런 식으로 활로를 여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무슨 사업이든 밑천이 필요하다. 결국 정답은 정부의 일정 기간 지속적인 투자로 귀결된다. 사실 정부로서도 사회적 기업을 늘림으로써 복지 정책의 능률성을 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시혜성 복지 예산을 늘리면 뭐하나. 쏟아 부으면 끝나는데. 이럴 바에는 차라리 지속 가능한 사회적 기업 창업을 위해 장기적으로 투자를 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시혜가 아닌 투자를 바라는 것이다. 일자리 늘어나고, 복지 혜택이 넓어지고, 또 복지 분야에 재투자가 이뤄지고, 이런 식의 해법이라면 정부는 3개 분야에 투여해야할 지원을 한 군데 투자를 통해 해결할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