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이 가수 이름 들어보셨나? 장기하라고. 6회 한국대중음악상에서 3관왕을 차지했다. 최우수 록 노래 부문, 네티즌이 뽑은 올해의 음악인 남자 부문, 올해의 노래상 부문에서 말이다. 비단 상을 받아서만이 아니다. 인터넷에서는 벌써부터 ‘인디음악의 서태지’로 불리고 있다. 장기하라는, 아이콘이, 상징이, 우리 대중음악계와 우리 사회에 주는 의미, 남다를 것 같지 않나? 실제 그동안 비주류 음악으로 통하던 인디음악이 장기하를 통해 대중화의 길목에 접어들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인디음악하면 클럽에서나 듣는 음악으로 알고 있다. 이렇게 대중화를 타진할 정도로 주목받는 이유,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대표곡으로 ‘싸구려 커피’가 있는데, 가사가 이렇다. “미지근한 콜라가 담긴 캔을 입에 가져다 한 모금 아뿔싸 담배꽁초가” “벽장 속 제습제는 벌써 꽉 차 있으나마나, 모기 때려잡다 번진 피가 묻은 거울을 볼 때마다 어우! 약간 놀라” 이런 것이다. 어떤가. 상당히 사실적이지 않나? 사실성은 비단 일상 속에서 벌어진 일들에 대해 묘사한 점에서만 빛나는 게 아니다. 이 가사도 있다. '싸구려 커피를 마신다. 미지근해 적잖이 속이 쓰려온다. 눅눅한 비닐장판에 발바닥이 쩍 달라붙었다 떨어진다. 이제 아무렇지도 않아 바퀴벌레 한 마리쯤 슥 지나가도.'

소위 말하는 ‘88만 원 세대’ 그 20대들의 고충을 담고 있다는 이야기일까. ‘식어버린 싸구려 커피, 눅눅한 장마철 발바닥에 쩍 달라붙는 장판, 습한 반지하 방에서 살아가는 백수들의 삶을 이보다 더 적나라하게 그려낼 수 있을까’ 이런 평가를 받고 있다. '단군 이래 가장 공부도 많이 했고, 똑똑하고 외국어 능통하고 첨단 전자제품도 레고블록 다루듯 만지고, 외모 출중하고 악기 하나쯤은 다룰 줄 아는 세대' 이 세대들은 지금의 구직난에 대한 탄식을 장기하의 ‘싸구려 커피’라는 노래에 열광하는 것으로 표출한다.

사실성 이것만은 아닌 것 같다. 우리 대중음악계가 이 같은 비주류 음악에 눈을 돌리게 된 배경은 무엇일까. 작년에 가장 많이 팔린 음반은 동방신기의 것인데 40만 장이라고 한다. 그런데 10년 전 1998년에 가장 많이 팔린 음반은 김종환 씨의 ‘사랑을 위하여’이다. 그때는 110만 장이었다고 한다. 실제 음반 시장 상황을 들여다보면, 시장규모가 십 수 년 전과 대비해 거의 10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소위 돈푼좀 쥔다는, 주류 음악계가 급속하게 몰락하면서 발생한 현상이다. 대중이 좋아할만한 천편일률적인 멜로디에다, 반반한 외모. 이런 것들을 앞세워 승부를 건 것이다. 이런 게 더 이상 안 먹히니까. 최근에는 빅뱅이나 샤이니 같은 그룹은 음악성으로 인정받는 팀이 나와서 큰 인기를 모으고 있다. 이런 팀이 떠오르고 있는 것도 실은, ‘음악의 경쟁력은 역시 음악이다’라는 교훈을 체감해서 그런 것은 아닐까. 그러나 이런 흐름을 선도했던 것은 역시, 음악성 말고는 어느 것도 내세울 게 없는, 비주류 음악이 아닐까 싶다.

장기하 씨의 음악을 비주류라고 평했는데, 독립영화로 불리는 ‘워낭소리’ 역시 비주류 영역 아닌가? 그런데 300만 관객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단 말이다.

독립영화의 ‘독립’은 영어로 하면 Independent이다. 장기하 씨가 하는 음악은 ‘인디’이다. 이것 역시, Independent에서 파생된 말이다. 거대 자본과 시장의 논리로부터 독립해 성공한 영화이며 음악이다. 이들의 역할은 대중에게 독립영화 또 인디음악의 존재감을 나타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면을 찾을 수 있다. 하지만 종사자들은 이런 말을 한다. “니들만 뜨고 끝날 일이냐”라고. 이게 무슨 얘기냐. “대중에게 독립영화와 인디음악, 이것뿐만 아니라 다른 작품 중에도 수작이 많다. 경쟁력 있는 대안 문화 상품으로써 밀어주자” 이런 공감대는 형성하지 못하고, ‘워낭소리’ 그리고 장기하의 네임브랜드만 남고 묻힐 가능성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이다.

제 2의 워낭소리, 제 2의 장기하가 충분히 있을 텐데 왜 ‘뜨지’ 않는 것일까. 영화 쪽 얘기부터 해볼까? 영화는 배급이 관건이다. 주류 상업영화의 형편과 비교해볼 때 독립영화를 보여줄 수 있는 공간이나 배급구조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다. ‘워낭소리’는 처음 개봉했을 때 7개 영화관에서 상영됐다고 하지? 따라서 ‘워낭소리’의 흥행은 기적에나 가까운 일이라 하겠다. 음반시장의 경우는 어떨까? 물론 여기는 배급시장의 진입장벽이 영화 쪽만큼 배타적이지 않다. 요즘엔 또 인터넷을 통해 홍보할 수 있는 통로도 있다. 또한 인디음악을 음반을 통해서만 듣는 이들은 제 맛을 모르는 이들이다. 하지만 당장 음반 만드는 게 문제이다. 문화콘텐츠진흥원이 인디 레이블 활성화를 위해 2003년도부터 매년 3억~4억 원씩 지원하던 돈이 작년부터 없어졌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