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얼마나 행복한가. 그동안 행복을, 수치로, 질량으로 환산할 수는 없었다. 그런데 요즘 행복지수라는 게 등장해 주목받고 있다. 행복을 지수화한다는 점이 이채롭다. 하지만 결과도 눈길을 끈다. 우리가 그동안 생각해왔던 것처럼 소득과 행복이 반드시 비례하지 않다는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최근에 삼성경제연구소가 발표한 ‘2009년 1분기 소비자태도조사’를 보자. 집집마다 피부로 느끼는 경제적 행복도가 41.1로 나왔다고 한다. 41.1은 어떤 의미가 있느냐. 50을 넘으면 1년 전에 비해 경제적으로 행복도가 향상됐다는 뜻이다. 50을 밑돌면? 반대겠지. 그런데 4.1.1이었다. 작년에 비해 올해 행복을 상실한 사람들이 더 많아졌다는 이야기이다.

지난해 우리나라 1인당 국민총소득이 다시 10,000 달러대로 추락했다는 한국은행의 발표가 나왔지? 불과 1년 전 ‘꿈의 20,000 달러대’를 이야기하며 '선진국 문턱'을 운운했던 기억을 떠올리면 씁쓸하기 짝이 없다. 사실 몇 달러 차이이긴 하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19,231 달러로 후퇴한 것이다. 그런데 극심한 경제난이 우려되는 올해는 15,000 달러 안팎으로 더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이 행복지수는 사회학자이자 정치학자인 미국 미시간대 로널드 잉글하트 교수가 만든 것이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이 있다. 1인당 국민소득이 10,000 달러대를 넘어서면 어느 나라 국민이든 행복지수가 비슷하게 나타난다는 것이다. 1945년부터 2000년까지 55년 동안 미국 국민 1인당 소득이 3배나 늘었지만 행복지수는 제자리를 맴돌았다고 한다. ‘10,000 달러 정도 되면 돈에 집착하는 정서가 점점 옅어지게 된다’ 이런 얘기일까? 수년 전 서울시민의 행복지수를 조사한 결과 부유층이 많이 사는 강남과 다른 지역에 큰 차이가 없었다고 한다.

물질적 풍요와 행복은 반드시 비례하지는 않는다는 얘기일까. 비례는커녕, 반비례할 수도 있다는 통계가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를 보자. 우리나라는 10,000 달러가 넘는 나라 가운데에서 '국민들이 제일 행복하지 못한 나라' 중 하나라고 한다. 이상하지? 2006년에 나온 영국 민간 경제연구소 신경제재단의 조사 결과를 보자. 2006녀 이때는 국민소득 20,000 달러 진입을 눈앞에 둔 시기였다. 그때, 한국인의 행복지수는 100점 만점에 41.1점이었다. 앞서 삼성경제연구소의 2009년 결과치와 똑같지? 여기까지 보면 10,000 달러나 20,000 달러나 별 차이가 없다는 점을 읽을 수 있다. 그런데 1995년부터 3년 동안 조사한 내용을 보면 66.04점이었다. 지금보다 못 살았던 때, 국민 소득 1만 달러를 갓 넘겼을 때의 행복지수가, 2만 달러 때보다 도리어 더 높았던 것이다.

‘돈이 많으면 행복하다’ 이제 이런 편견을 버려야 한다. ‘물질 성장이 최선이다’라는 사고방식도 당연히 버려야 한다. 욕망의 확대 재생산을 막을 사회적 제동장치도 필요하다. 법을 적용하든 캠페인을 벌이든 말이다. 아울러 개인의 행복이 아닌 사회 전체가 공동으로 향유할 수 있는 행복을 찾아야 한다. 복지의 천국 유럽에서 자살률이 크게 늘고 있는 점, 배고픔을 면한 미국에서 총기 사고가 잦은 점. 이건 단순히 ‘복에 겨워서’라고만 말할 수 없는 대목이다.

거꾸로 가난한 나라일수록 행복도가 높다는 통계가 있다. 행복지구지수 평가에서 태평양 서남부의 작은 섬나라 바누아투가 생활 만족도와 평균수명, 환경여건을 종합한 행복지수 1위 국가로 꼽혔다. 이 나라의 경제 규모는 세계 233개국 중 203위다. 최근까지 줄곧 1위를 차지하던 나라가 있었다. 방글라데시이다. 여기도 가난하기론 둘째가라면 서럽다. 도대체 이 사람들은 왜 행복하다고 느낄까.

지금은 국무장관이 된 힐러리 클린턴. 이 사람이 대통령 부인일 때 일이다. 방글라데시의 어느 시골농장을 방문했다. 낙후된 곳에서 많은 아이들을 낳아 키우는 현지 주부들이 있었다. 그런데 서로 안쓰럽게 쳐다봤다고 한다. 힐러리가 방글라데시 여성들을 그렇게 보는 것이야 그런대로 이해가 가지만, 방글라데시 여성들은 왜 힐러리를 안쓰럽게 봤을까. 한 여성이 힐러리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암소도 안 키운다면서요? 아이도 하나밖에 없다면서요? 불행해서 어떻게 살아요?”라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