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를 하다 보니 오래 전부터 찾아오는 새 가족들, 즉 새 신자들에게 체계적으로 그리스도인이 뭔지, 우리가 뭘 믿고 어떤 영적 권세를 누리는지 가르쳐 줄 것이 필요하였다.

그래서 이것저것을 시도해 보았으나 별로 신통치 않은 스스로의 느낌. 그러는 중 그 문제 해결을 위한 좋은 프로그램이라 하여 어떤 세미나에 참여했었다. 아침 8시 20분부터 밤 11시까지 강행을 한다. 2박 3일을 그렇게 세게 공부하였다.

그런데 이런 느낌이 찾아든다. 그 프로그램을 실시한 목회자들이 강사로 나와 사례를 소개하는데, 그 분들도 그렇고 주최 측도 그렇고 한결같은 말을 한다. 좀 우스운 표현으로 하면 이렇다. “이 프로그램, 한번 해봐. 교인이 쑥쑥 늘어. 교회가 폭발할거여.”

마치 옛날에 우리 동네를 찾아온 약장수가 약 팔 때 하던 말투와 비슷했다. 30명 교인이 450명으로, 400명 교인이 1500명으로, 700명 교인이 3000명으로, 1000명 교인이 2만 명으로! 우와 정말 매력적이다!

그런데 갑자기 이런 생각이 찾아들었다.

“이렇게 놀랍게들 성장했는데 왜 한국 교회 교인 수는 감소했지?”

이분들은 한결같이 말한다. 매뉴얼대로만 실시하면 교회는 반드시 성장한다고. 생명이 넘치는 교회는 성장하게 되어 있다고. 교회가 왜 부흥이 안 되느냐 이대로 실시하면 수년 내에 폭발적 부흥이 있을 것이라고.

또 다시 생기는 의문. 부흥, 성장이란 게 뭔가? 이 분들은 마치 수가 늘어나는 것이 부흥한 것이고, 성장한 것이라고 하는데 교회가 부흥하고 성장하는 것은 정말 수가 늘어나는 것인가? 생명력이 넘치는 교회는 늘어날 수밖에 없다? 정말인가? 대형교회가 성공한 목회요, 성장한 교회인가?

송사리가 생명력이 넘친다. 그 송사리는 곧 고래가 될 것이다. 은갈치가 활발하게 움직인다. 그 은갈치는 곧 상어가 될 것이다. 주꾸미가 여기저기 생명 폭발을 한다. 그 주꾸미는 이제 문어가 될 것이다. 마치 이런 논리가 아닌가?

송사리가 생명력이 넘치면 건강한 송사리. 은갈치가 활발하면 할수록 보기 좋은 아름다운 은갈치. 주꾸미 철이라고 해서 온통 주꾸미 천지라도 맛좋은 주꾸미일 뿐. 그런데 왜 마치 송사리보다는 고래가 은갈치보다는 상어가 쭈꾸미보다는 문어가 훨씬 더 좋다는 식으로 그렇게 성장한다고 주장하는 걸까?

고래는 고래로 송사리는 송사리로 모두 제 각각 좋은 것이다. 고래는 좋고 송사리는 비전이 없다는 식. 그건 누가 내놓은 논리인가? 큰 것은 좋고 작은 것은 나쁘다는 것, 작은 것은 커져야 좋은 것이란 생각은 대체 어디서 온 것인가?

수가 늘지 않는 교회는 정체된 교회요 은혜가 없는 교회라는 투이다. 정말 그럴까? 교회는 교인 수가 쑥쑥 늘어나야 생명력이 풍성한 교회인가? 장사꾼 논리이다.

우리 교회에 부임할 때 당시 시찰장이신 목사님께 인사를 갔다. 그 어른이 그러신다. “3년입니다. 3년 안에 뭔가를 보여주셔야 합니다.” 젊은 목회자를 염려하여 하시는 말씀, 그러나 괜히 오기가 나서 속으로 그랬다. “목사님, 저는 사업을 하러 온 게 아닙니다. 저는 목회를 하러 온 목사입니다.”

목회, 교인 수 늘리는 건가? 교인 하나 하나의 가치, 그 안에 예수의 생명을 심고 예수처럼 살아가자고 그리하여 이 땅에 하나님의 나라가 이루어지게 하자고, 그러면서도 하나님의 사람들로 행복하게 살자고 목회를 한다. 그리스도 안에서 한 사람 한 사람 건강하게 세우기 위해 그 힘들다는 속병을 하며 목회를 한다.
그에 대해 주님께서 교인을 늘려주시면 그것도 감사하고. 그러나 분명한 것은 교인 수를 늘리려고 목회하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한국 교회는 목회 성공이 교인 수 늘린 것으로 여긴다.

성장제일주의에는 한 사람의 가치가 별로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언제나 대(大)를 위해 소(小)의 희생을 주장할 뿐이다. 나는 차라리 바보 소리 들어도 집 나간 한 마리 양을 찾아 99마리를 뒤에 두고 골짜기를 헤매는 예수님을 따라가련다. 무능하다 하더라도 우리 예수님께서 나를 보시고 미소 지으시면 그것으로 만족해하며 그리 목회하련다.

/ 왕십리중앙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