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려주일입니다. 예수님께서 최후의 순간을 위하여 예루살렘에 입성하신 것을 기념하는 주일입니다. 종려주일을 맞을 때마다 주님의 외로움과 고독을 생각합니다. 때론 주님의 가장 큰 아픔은 십자가를 지는 육체적 아픔보다도 주님의 고독함이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물론 주님의 예루살렘 입성은 왕좌에 오르기 위하여 붉은 카펫 위를 걸어가는 여느 왕의 즉위식처럼 화려했습니다. 연도에 늘어선 수많은 군중과 ‘호산나 다윗의 자손이여!’ 라고 환호하며 종려나무 가지를 흔들어 대는 군중들의 열렬한 환영은 당시 기득권자들의 간담을 서늘하기에 충분했을 것입니다. 사람들이 가만있으면 돌들이라도 일어나 소리를 칠 것 같은 감동적인 입성이었습니다. 그러기에 주님의 고독은 군중의 한호 소리가 작았다거나 타고 가는 어린 나귀의 초라함 때문이 아니었습니다. 주님의 고독은 군중의 환호에 넋을 읽고 주님의 인기에 또 다른 꿈을 꾸며 희희낙락 따라오는 제자들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십자가를 지시고 온 인류를 위한 희생의 제물이 되기 위하여 죽음의 길을 걸어가시는 주님의 뒤를 따라 가면서 주님의 마음은 전혀 이해조차 하려 하지 않고 모두들 예수님으로 인해 얻을 자신들의 영광에만 몰두해 있었습니다. 그들이 비록 주님을 따라가고 있었지만 그들의 마음은 이미 주님과 너무 멀리 떨어져 있었습니다. 3년이나 함께 있어 수많은 사건과 수많은 교훈으로 가르친 제자들이지만 그들의 마음은 아직 세상 영광과 현세적 욕망에 붙잡혀 있었고, 그의 나라와 그의 의를 위한 주님의 뜻보다는 현세적 입신출세에 더 큰 관심이 있었습니다. 십자가를 행해 나아가는 주님을 따라가면서 누가 높은 자리에 앉을 것인가라는 지극히 세속적인 욕심 때문에 얼굴을 붉히며 다투는 철없는 제자들을 보시는 주님의 마음이 얼마나 외로우셨겠습니까? 주님의 십자가의 길 조차 자기 욕심의 눈으로 이해하는 그들을 보시면서 이 철없는 자들을 위하여 십자가를 저야 하는 주님은 정말 외로우셨을 것입니다.

마음을 몰라주는 것 깊은 뜻을 헤아리지 못하는 것, 자기 생각으로 남을 이해하고 자기 마음대로 남의 마음을 해석해 버리는 사람들의 지도자가 된다는 것은 정말 힘들고 외로운 일입니다. ‘나중에 알겠지, 두고 보면 알겠지’하는 마음으로 해명 없이 일을 해야 하는 지도자는 외롭고 힘듭니다. 눈앞만 바라 볼 줄 아는 사람에게 아득한 산 넘어 이야기를 설명할 수 없고, 오늘에 집착한 사람에게 내일을 설명할 수 없는 것이 지도자의 외로움입니다. 주님은 자세한 설명 없이 예루살렘을 향했고 변명도 없이 십자가를 지셨습니다. 곤욕을 당하여 괴로울 때에도 도수장(屠獸場)으로 끌려가는 어린 양과 털 깎는 자 앞에서 잠잠한 양 같이(이사야 53:7) 변명도 해명도 없이 묵묵히 십자가의 길을 걸어가셨습니다. 설명하고 해명해도 그들이 알아들을 수 없음을 아셨기 때문입니다. 권력에의 집착으로 눈이 먼 빌라도와 예수님을 죽여야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킬 수 있다고 생각하는 당시 지도자들은 이미 귀를 닫아버렸기 때문입니다. 바보처럼 십자가를 지고 골고다를 오르는 주님보다는 채찍을 휘두르며 거드름을 떠는 로마 병정이 더 힘 있어 보이고 하나님의 뜻 보다는 로마 병정들의 서슬 푸른 칼날이 더 무서운 제자들에게는 하늘의 이야기 십자가의 비밀을 설명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주님의 고독을 생각합니다. 50여일이나 되는 사순절을 보내면서도 자기 몫에만 관심을 가진 사람들이 주님을 외롭게 합니다. 위를 향하여 부름 받고서도 아래에만 집착하는 사람들이 주님을 외롭게 합니다. ‘그의 나라와 그의 의’보다는 ‘무엇을 먹을까?, 입을까?, 마실까?’로 마음 분주한 사람이 주님을 외롭게 합니다. 주님의 뜻을 헤아려서 그 뜻에 자신을 복종시키는 것이 십자가에 동참하는 것입니다. 주님의 뜻을 따르는 것이 십자가를 따르는 것입니다.

/신양교회 담임목사